'앤트맨' 활용한 마블의 노림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리뷰]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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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활용한 마블의 노림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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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2-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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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페이즈 5의 거대한 포문이 열렸다. 양자영역과 멀티버스를 기반으로 한 낯설고 크고 두려우며 위대한, 경외로운 세계관의 시작이다. 마블은 가장 평범하고 작은 히어로 '앤트맨'을 내세워, 무한하고 복잡한 미지의 세계관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앤트맨'의 세 번째 시리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다.  


나름의 신념으로 우주 절반을 없애려던 타노스를 막아내며 숱한 희생과 시련을 견뎌낸 어벤져스와 인류는 현재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다. 앤트맨 스캇 랭은 양자영역을 통해 타노스로부터 우주를 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많은 이들은 그를 반기며 환호한다. 책을 출간하고 사인회를 열고, 만인이 열광하며 사랑하는 히어로적 삶을 제대로 누리는 스캇 랭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연인 호프와 장인, 장모나 다름 없는 재닛&행크, 그리고 사랑하는 딸 캐시까지 가족들과 함께 느끼는 일상적인 행복에 만족하고 안주하며 사는 삶. 그동안 많은 것을 잃었고, 시간을 강제로 허비당한 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모습이다. 


여유롭고, 또 한가하다. 간혹 사람들은 '다음 계획이 뭐냐'고 눈을 빛내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바랄만큼 행복한 일상의 순간들이다. 


하지만 평화로운 삶의 균열을 일으키는 건 의외로 영원한 '피넛' 캐시의 성장한 자의식과 모험심 덕분이다. 캐시는 블립 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숙자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정부와 경찰에 반항하며 맞서 싸울만큼 당차면서도 이타심과 연민을 지닌 인물로 성장했다. 그런 딸이 걱정되고 평범하게 자라길 바라는 스캇과는 반대로 영웅 기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족들이다. 특히 할아버지 행크는 손녀나 다름 없는 캐시의 천재적인 두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양자영역 탐구 기계는 남겨진 자들이 사라진 자들을 찾기 위한 간절한 바람과 염원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점에서 더욱 애틋하고 대견한 발명이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가족 모두를 양자 영역에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그동안 '앤트맨' 시리즈는 현대 지구를 바탕으로 했지만, 누구보다 양자영역과 가까운 이들이기도 했다. 30년을 양자영역 세계에 갇혀 있던 재닛을 비롯해 이를 구하기 위해 온 세월을 바쳐 연구했던 아빠와 딸,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양자영역으로 몸을 던졌던 앤트맨까지. 그렇기에 양자영역 세계관으로 새 포문을 열기엔 '앤트맨'만큼 제격인 인물이 또 없다. 


'앤트맨3'는 이들을 활용해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들을 위한 무대의 초석을 단단히 쌓는다. 지금껏 앤트맨 패밀리가 양자영역에 발을 담근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더 깊숙한 미지의 세계 핵심에 들어가 새롭고 경외롭기까지한 세계관을 창조한 것이다. 무생물과 미생물로 가득할 것만 같은 양자영역 세계의 이면에는 온갖 생명체와 구조물들이 가득하고, 살아 숨쉬는 생태계가 있다. 온갖 독창적인 크리쳐로 가득한 양자영역 세계는 낯설고도 신비롭다. 


특히 이곳에도 문명이 존재한다. 반란자와 정복자, 첨단 기술과 우주적인 영역. 광활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구현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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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페이즈 5를 지배하고 장악할 정복자 캉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시간의 지배자이자 모든 시간에 존재하는, 죽지 않는 자. 그는 모든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다. 양자영역과 멀티버스 세계관 속 얼마나 많은 '어벤져스'를 죽였고, 문명을 파괴하고 정복했는지를 암시하는 그의 존재감은 강렬하고 두렵다. 그와 재닛의 서사 또한 이번 영화의 실마리다. 


새로운 미지 세계의 구현, 환상적인 크리쳐 속에서도 결국 '앤트맨 3'이 내세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가족애'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과 변화가 영화의 축을 담당하고 역동적인 변화와 감동을 일으키는 셈이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통해 거대하고 압도적인 세계관으로 자연스러운 초대를 알리는 마블의 영리한 묘수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이타심이다. 한낱 좀도둑 혹은 아이스크림 점원 가게였던 스캇 랭이 인류를 구원하는 히어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가치는 바로 여기 있다. 이성의 증거이자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 잠시 평범한 행복에 안주했던 스캇 랭을 다시 일깨워준 것도 올바르게 성장한 딸 캐시의 이타심과 연민, 그리고 용기와 믿음 덕분이다. 30년 전, 외롭고 무섭던 양자영역 세계를 충분히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유일한 '기회'를 저버리고 택한 재닛의 판단과 가치 또한 재조명된다. 이들 앤트맨 패밀리는 히어로 패밀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사랑과 배려로 더욱 똘똘 뭉친 히어로 패밀리의 뜨거운 사투, 그리고 힘없고 미약한 자들의 끈끈한 연대로 이뤄낸 값진 승리가 가치있고 감동적인 이유다. 


다시 돌아온 이들의 일상은 여전히 평온하다. 양자영역 속 엄청난 전투를 알지 못하는 많은 지구인들이 그렇듯. 그러나 문득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덮칠 뿐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만끽하는 앤트맨 패밀리의 모습은 많은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기시감을 줄테다. 쿠키 영상은 두개다. 이윽고 열린 본격적인 양자영역과 멀티버스 세계관 그 무한하고 버거운 무게감을 던지는 동시에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기꺼이 빠져들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아무 일도 없듯 무료하지만 평온한 일상에 안주하라고 던지는 마블의 전체적인 노림수 같기도 하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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