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년 역사가 아우르는, 스파이더맨의 가치 [리뷰]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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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년 역사가 아우르는, 스파이더맨의 가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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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2-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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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라는 세계관 아래 무래 2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스파이더맨'의 역사가 집대성됐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감독 존 왓츠)은 그동안 다채로웠던 각각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지지해온 관객들을 연대하게 하고, 그 안에서 히어로 스파이더맨은 물론 빌런들에게도 뜻깊은 애정과 존경을 표한다. 주제의식은 명확하며 의미도 깊어졌고, 액션은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총망라된 시리즈 최종장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여운과 감동이 깊다. 


마블의 '스파이더맨' 마지막 시리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본격적으로 MCU 페이즈 4의 핵심인 '멀티버스'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운다. 멀티버스는 다른 차원의 우주로 서로 중첩될 일 없는 세계관을 뜻하지만,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다가 포털이 열리며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소하지만 그럴싸한 설정으로 포문을 연 '멀티버스' 세계관은 영리한 합격점을 받는다. 이로 인해 차원을 넘은 빌런뿐 아니라 스파이더맨들까지 한 자리에 모이게 됐으니, 얼마나 간편하면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세계관인지. 그렇게 역대 '스파이더맨'과 '빌런'들을 불러모은데다 배우들도 그대로 재현된 탓에 반가움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볼거리에 눈 돌릴 틈 없다. 우선 이들 각각의 사연과 오마주 등이 아는 만큼 보이는데, 모른대도 좋다. 중요한 건, 그동안 시리즈를 관통해왔던 '강한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기저로 각성하는 영웅 스파이더맨의 서사다. 


피터 파커, 그의 시작을 돌이켜보면 못 말리는 어벤져스 '열혈 덕후'인 열다섯 소년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 그는 귀엽고 유치한 허세에 잔뜩 심취했고 쓸데없이 '깨방정'을 떨며 철없는 호기와 지나친 오지랖으로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개인적 허영심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쓰지 않는 순수한 정의를 간직했다. 동경하는 이에게 인정받고 싶고, 실망감을 줬단 사실에 자책하면서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옳은 길로 나아가고 조금씩 성장하는 그는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10대 히어로였다. 그동안 아픔도, 슬픔도, 행복도, 기쁨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온 피터 파커의 재기 발랄한 성장기는 흐뭇하고 대견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그 결은 완연히 다르다. 여전히 절친과 연인, 메이 숙모와 함께 있을땐 변함없이 해맑고 사랑스럽지만, 그가 놓인 상황은 감당하기 버거운 시련의 연속이다. 영화는 피터 파커에게 어찌 보면 가엾고 잔인할 만큼 마지막 성장통을 치르게 한다. 그동안 '최연소 히어로' 타이틀로 누린 약간의 사치와 대가를 혹독하게 받아내려는 모양새다. 그동안 다른 마블 히어로들이 겪고 감내해야만 했던 인간적 고뇌와 히어로적 각성의 시간에 비로소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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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탈을 쓴 최악의 빌런 미스테리오를 죽인 살인범이란 누명을 쓰고, 이로 인해 가족과 연인, 친구가 위험에 처하며 부조리한 일을 당할 때 그의 자책은 커진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고 도리어 위안을 주는 이들의 온정이 따스하고, 그 역시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서 힘든 상황에도 이 시련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낭만적인 대학 캠퍼스를 향한 기대와 열망을 꿈꾼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당장 그가 원하는 삶과 자신의 운명이 이끄는 곳 사이에서 잔인하고 혹독한 갈등과 선택을 강요당한다. 


옳은 일이라 여겼던 순수한 신념과, 조금은 누려볼 수 있던 작은 욕심은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하고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삶이 무너질 듯한 상실감과 분노에 휩싸인 피터 파커의 지독한 성장통은 지켜보기 너무나 가엾고 안쓰럽다. 


이때 등장하는 또다른 스파이더맨들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고 다정하다. 그들은 같은 존재이자 형제이자 스승으로서 피터 파커의 상실감을 위로하고, 그가 감내해야 할 고통과 무게를 나눈다. 그들 역시 진작에 이 같은 시련을 거치며 영웅의 숙명을 짊어지고 그 자체의 존재가치를 지켜왔던 이들인 만큼, 세 스파이더맨의 연대가 교감이 더욱 따스하고 뜻깊다. 


결국 피터 파커는 성장하고, 책임을 지고, 히어로로서 스스로의 삶의 결정을 내린다. 그동안의 '깨발랄 10대 히어로' 피터 파커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온 이들에게 너무도 안타깝지만, 대견하고 갸륵한 감상을 전한다. 


영웅으로서 지녀야 할 흔들리지 않는 옳은 신념, 이를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실존의 고독 속으로 들어갔지만 오히려 모든 것들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 피터 파커의 지독하고 대단한 성장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더없을 애정과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빌런들을 향한 사려깊은 시선도 볼거리다. 앞서 히어로 중심 MCU에 꾸준히 제기돼 왔던 빌런의 당위성은 안티 히어로들의 등장으로 그 나름의 서사와 당위에도 진정성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특히 그렇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대표적 빌런 '베놈'이 그랬든, 이번 영화에 총출동한 빌런들도 각각의 사연과 고뇌, 서사를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존재 가치에 찬란한 헌사를 보내며,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진정한' 탄생을 알리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은 두 개다. 첫 번째 쿠키 영상은 스파이더맨에서 빠지면 섭섭한 반가운 빌런의 등장이다. 두 번째 쿠키 영상은 본의 아니게 멀티버스의 문을 열며 고생길에 오른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습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 미리보기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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