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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 시리즈 최종장, 위대한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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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12-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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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무려 10년을 넘게 이어진 이순신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마지막까지 장중한 여운을 선사한다.  


영화는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을 배경으로 한다.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는 왜군들과,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선 안 된다는 이순신이 최후의 해상 전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거룩하고 위대한 노량해전, 그 끝에 이순신 장군의 최후가 예견되기에 울컥한 통념이 일지만 그 길고 참혹했던 7년간의 전쟁을 마무리한 끝에 비로소 밝혀드는 한 줄기 여명이 깊고 오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첫 번째 시리즈이자 1700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적인 역사를 쓴 '명량'은 왜침으로 인해 모두가 위기와 패배감에 빠졌을때 굴하지 않고 불같은 의지로 극복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그렸고, '한산: 용의 출현'은 철저한 대비와 전략으로 극심한 수세적 국면을 뒤집는 지적이고 냉철한 이순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앞서 각각 최민식,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맡아 각자 처한 위치와 시기에 걸맞는 연기를 소화했고 마지막 주자는 김윤석이 맡았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만큼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으로 고단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현명하고 용맹한 눈빛은 여전하다. 불의 앞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겠단 강한 의지를 가진 장군의 성정을 김윤석은 근엄하고 단호한 눈빛과 표정으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영화 전반부는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각 인물이 처한 상황 속에 감정을 드러내는 드라마에 집중하고, 후반부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해상전투를 시작하는 흐름이다. 이는 앞선 시리즈와 기조가 같다. 익숙한 반복이라 해상 전투로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느슨하게 여거진다. 가뜩이나 조선과 연합한 명나라의 사정과, 철수 명을 받기 전 조선을 치려는 일본의 꼼수까지 얽히고 얽힌 삼국의 정세가 정치 드라마처럼 펼쳐지지만, 모두 이순신 장군을 힘겹게 하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인 탓에 좀처럼 마음 편히 보기 어렵다. 


하지만 왜군 수군의 구원을 받아 조선, 명나라의 연합수군을 마지막으로 협공하기 위한 일본 장군의 교묘하고 악랄한 꾐에 넘어간 명나라 진린과 이를 꾸짖는 이순신의 계속된 대립. 이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굳건한 의지와 신념을 다시금 엿보게 한다. 이미 끝난 전투이며 그동안 공도 많이 세웠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니느냐며, '당신의 파렴치한 임금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왜 희생을 자처하느냐는 실리적인 진린의 말은 나름 일리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가혹했던 당시 조선의 임금과 간신들의 행태를 나타나기에 더 착잡하고 가슴 아픈 대목이다. 


기나긴 국난 속에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수많은 동료를 잃은 이 엄청난 슬픔을 속으로 삭혀야만 했던 장군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에게도 연민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전쟁을 강행하는 장군의 모습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강인하고 굳세다. 비록 본인의 삶은 피폐하고 고통스러울지언정,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보다 최후의 순간까지 백성과 나라를 향한 의에 충실했던 이순신 장군의 거룩한 영웅 면모다. 장군은 완전한 왜군의 항복 없이는 후대가 다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여겼기에, 그리고 자신의 목숨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했기에 최후의 전장에 올랐을 때도 올곧고 흔들림없다. 진정한 성웅의 면면을 담아낸 이같은 드라마에 감독의 오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무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로소 펼쳐지는 노량해전은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모든 기술력과 전술이 집대성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번에도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초대현 규모의 실내세트와 여수의 야외세트를 조성했고 야간전을 그린만큼 빛과 사운드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가장 의미깊고 위대한 승리의 전쟁 노량해전을 재현했다. 절박한 아비규환 속, 동이 트는 광경과 함께 이순신 장군이 환영에 잠기는 모습도 퍽 인상깊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 지난날 운명을 달리 한 수많은 동료들의 환영을 보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상을 남긴다. 혹여 감정 과잉 연출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이 예견된 한 남자의 고단했던 지난 삶을 헤아리며 위로하는 듯하다. 특히 죽은 아들 면이 의연한 모습으로 등장해 아버지를 위로하고 곁을 지키는 모습이 따스하고 감격스러운 위안이 된다. 

 

영화의 대미는 단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모습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마지막 대사를 감독은 기교없이, 그러나 최선의 예를 갖춰 담아낸다. 통탄스럽지만, 존귀한 순간의 감동과 여운이 크게 남는다. 여기에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웅장하고 기세찬 북소리의 거대한 울림은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결단을 대변한다. 이순신 장군의 장례 행렬에 목을 놓아 통곡하는 백성들의 모습 역시 또 하나의 위로가 된다. 패망 직전의 나라를 구하고도 왕의 시기와 질투로 가혹한 고초를 겪었던 그의 희생과 노고를 백성들이 깊이 헤아리고 있음을 대변하는 신이기에, 그 기나긴 행렬이 벅찬 감동과 위안이 된다.

   

이처럼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 한 사람의 일생을 이토록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영화로 옮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김한민 감독의 오랜 노고는 물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진심과 열정을 다해 역사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한 배우와 스태프들도 그렇다.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도전이자 기록을 마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침표, 감격스럽고 위대한 방점이 아닐 수 없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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