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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끔찍한 계층 공포, 봉준호 감독의 진화 [리뷰]

    빈곤한 4인 가족이 부유한 4인 가족의 삶에 기생충처럼 파고든다. 이 빈곤 가족, 몹시 뻔뻔하고 영악하다. 갈수록 기가 막히고 주제넘은 꼴들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이들의 막장 행동이 극에 달한 시점, 미친 듯이 절망의 홍수가 덮쳐온다. 똥물 튀기는 변기에 앉아 젖은 담배를 태우는 우스꽝스럽고 저급한 모양새가 그토록 애달플 수가 없다. 영화 '기생충'이다. 봉준호 감독은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을 통해 한층 진화된 역량과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평범한 듯 예측 불가한 스토리로 풀어내고 종국엔 전복된 시선으로 극단을 드러내면서도 시종일관 그 특유의 위트로 기조를 잃지 않는다. 대비되는 빛과 공간만으로 명확한 의도를 담아내는 디테일한 설정과 연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설정은 오히려 단순하다. 빈곤하지만 무사 태평한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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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강렬하고 아름다운 비극의 재현 [리뷰]

      '너의 이름은'은 많은 것을 잊고 살며 점차 무감각해지는 이들에게 말한다.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살아있는 한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그것이 바로 또다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너의 이름은'은 '초속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 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감독이 유독 고수하는 평범한 10대들의 일상에 판타지를 결합한 설정이다. 이번엔 몸이 뒤바뀐 소년 소녀 얘기다.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소재는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 쓰이며 다소 진부한 소재로 치부될 수 있지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판타지이기에 언제나 궁금증이 일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보장한다.   '너의 이름은'도 그렇다. 영화는 번화한 대도시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잠들고 깨어나면 어느새 몸이 바뀌는 기묘한 사건을 겪으며 시작된다. 이 변화를 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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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몽' 아름답고 몽롱한 꿈의 여운 [리뷰]

      낡고 허름한 흑백 동네. 가난하고 서러운 사람들. 적막한 삶의 비애가 짙게 깔려 있을 것만 같지만, 오히려 반대편 미디어 도시의 삭막한 화려함보다도 더 아름답고 따스한 인간미를 갖춘 '사람들'의 이야기. 장률 감독의 '춘몽'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률 감독의 '춘몽'(제작 률필름)은 저예산 흑백영화다. '춘몽'은 장률 감독 특유의 작가주의적 관점의 접근이 아닌 그저 수색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사실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이를테면 웃음과 뭉클함, 먹먹함과 아련함 따위의 것들이다.  극의 중심축을 이루는 인물은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다. 예리가 있어 세 남자가 존재한다. 동네에서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난 탈북자 정범, 간질을 앓고 있는 어설픈 금수저 종빈. 이들은 예리가 운영하는 허름한 고향주막을 아지트로 삼고 모여든다. 이들은 예리와 함께 하는 시간들로 인해 때론 두근거림을, 때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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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 불온하고 찬란한 아나키스트 연인이여, 살아 숨 쉬라 [리뷰]

      비극과 야만의 시대, 장렬하게 불타오른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와 그의 연인이자 동지였던 일본 여인이 있다. 잔학하고 파렴치한 제국주의 침략시대 지배자들에 맞서 강렬하게 저항했고, 서로의 신념을 확인하며 뜨겁게 사랑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역사속에 잊힌 이 아름다운 불량 청춘들을 충만한 생명감으로 스크린에 되살린 이준익 감독의 12번째 영화 '박열'. 여기엔 난만히 쏟아지는 찬란한 빛과 극렬하게 일렁이는 뭉클한 애수가 공명했다.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제작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후미코가 박열의 시 '개새끼'를 낭독하며 시작된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1920년대 도쿄의 전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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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건' 잔혹하고 처염한, 마지막 울버린 [리뷰]

    모든 능력을 잃어가고, 삶의 의지조차 사라진 늙고 병든 영웅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가엾고 서글픈 느낌이 물밀듯 밀려들게 하지만, 그 대상이 울버린이라면 그 감상은 결단코 다르다. 갖은 풍상을 꿋꿋이 견뎌 온 울버린의 마지막 모습은 애잔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엄위하고 우람스럽다. 영화 '로건'이다. 영화 '로건'(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17년 동안 9편의 영화에서 울버린으로 존재했던 그는 능력을 잃어가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닌 한낱 인간으로 전락한 로건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그의 근원을 나타내기도 한다. 희끗희끗하고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 잔주름이 가득하고 노쇠했다. 술에 쩔고 다리를 절며 간간히 리무진 기사 노릇을 하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세월의 무상함에 애달파질 따름이다. 한때 엑스맨의 정신적 지주이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인정받았던 프로페서X 역시 퇴행설 질환을 앓으며 약물이 없으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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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극사실주의가 빚어낸 심리적 압박 [리뷰]

    시작은 의심이다. 극이 고조될수록 위태롭고 불안한 긴장이 감돌고, 종국엔 끔찍하게 현실적인 공포감에 지배된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감독 자비에 르그랑)는 평범한 프랑스 가정 법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저는 엄마가 걱정돼요. '그 사람'은 엄마 괴롭히는 일만 일삼으니까요." 11세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의 편지를 읽는 판사에 이어 각 변호사 측의 변론이 펼쳐진다. 영화는 극 초반 무려 15분의 분량을 양육권 분쟁에 놓인 아빠 앙투안(드니 메노셰)과 엄마 미리암(레아 드루케), 그리고 이를 관찰하는 판사의 3자 구도를 감정없이 담아낸다. 엄마는 현재 실업급여를 타고 있어 재정 상태가 파산 직전이다. 또한 아빠의 폭력성으로부터 자녀들을 격리하기 위해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집을 옮긴 상태다. 반면 고수입자이며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아빠는 어린 아들에 대한 양육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 아들의 편지는 누군가 불러준 내용임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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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거장의 향수와 추억과 낭만 [리뷰]

      '할리우드 키드'라 자부하기 어렵다면 60년대 끝자락의 할리우드 감성을 오롯이 느끼기는 어려울 테다. 하지만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났다. 이 조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아홉 번째 장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를 "할리우드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영화광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가 열광적으로 탐닉했던 옛 할리우드의 감성을 세밀하게 재현해냈고 여기엔 오랜 낭만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기존 그가 보여온 화법과는 사뭇 달라 이질적이면서도 본질은 같아 기묘한 감상을 전한다. 우선 영화는 1969년 8월 9일 벌어진 할리우드의 가장 충격적이고 끔찍한 비극 실화인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감독만의 방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