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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 따스한 관계성, 그 특별한 온기 [리뷰]

    사채업자가 담보로 맡게 된 9살 소녀, 이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는 예측 가능한 스토리일지라도 따스한 감성이 가득해 특별한 온기를 전한다.  휴먼 드라마 명가 JK필름과 강대규 감독의 신작 '담보'(감독 강대규)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종배의 말에 의하면 두석은 원래 인간미 넘치는 중사 출신이나 욱하는 성격과 이로 인한 폭력성 때문에 현재는 군을 나와 사채업을 하고 있다. 흘리듯 스쳐간 이들의 전사만 봐도 가엾은 이들에게 모질게 굴질 못해 도리어 빚을 떠안은 적도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기필코 조선족 불법체류자 명자(김윤진)에게서 75만 원을 돌려받을 심산이다. 이같은 설정은 승이에 대한 연민과 정을 느끼며 진심으로 변화하게 되는 훗날 이들의 모습을 일찌감치 엿보게 하는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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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성한 '국제수사', 그럼에도 확실한 캐릭터 맛집 [리뷰]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 퍽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엉성한 스토리와 산만한 전개는 한데 어울리지 못해 아쉽다. 다만, 캐릭터 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다.  촌구석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용배(김상호)에 돈을 빌려줬다가 집까지 날릴 판이다. 심지어 생일인데 가족들은 아무도 몰라주고, 결혼기념일 10주년 해외여행을 보내달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난생처음 필리핀 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떠난 필리핀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찾던 용배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수감 중이고, 그 누명을 벗기고 은닉된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선 병수는 셋업 범죄에 휘말려 저까지 살인 누명을 쓴다.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짠내'나는 병수의 소동극이 시작된다.  '속 모르는 충청도 사람'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충청도 사람 병수는 통 속을 알 수가 없다. 집이 날아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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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참으로 기기묘묘한 이야기 [리뷰]

    공간으로 시작된 이야기, 경계를 넘나드는 몽롱함. 들여다볼 때마다 계속해서 헤어날 수 없는 어떤 묘한 기시감.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공간의 냄새와 질감, 그 정서와 더불어 그 속에서 유영하는 사람들은 무수한 호기심과 상념을 빨아들인다.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다.   서울 신촌의 허름한 헌책방. 낡은 종이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올 듯 빼곡하게 들어찬 책장 틈 사이로 졸고 있는 남자 제문이 보인다. 교복 차림이지만 성인이 분명한 책방의 유일한 단골손님이자 제문이 '또라이'라고 부르는 소담은 뜬금없이 후쿠오카 여행을 제안한다. 후쿠오카에는 제문이 28년 전 절교한 대학 선배 해효가 있다. 금세 장면은 바뀌어 후쿠오카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낮밤 알 수 없는 기묘한 '후쿠오카' 여행이 시작된다.    장률 감독 영화 특유의 이른바 환상성의 미학은 '후쿠오카'에서 정점을 찍는다. 증명할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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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된 기억과의 조우 '남매의 여름밤' [리뷰]

    기억 속 낡은 사진첩을 꺼내어, 오래된 추억을 떠올린 듯하다. 시간 흐른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아련하고 먹먹한 옛이야기들은 잠시 잊고 살던 다양한 감성을 되살리며 향수를 자극한다. 아주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며 잔잔한 여운을 드리우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의 어느 여름 이야기다. 반지하 집을 나와 아빠의 봉고차에 조촐한 짐을 싣고 길을 떠나는 남매, 라디오에선 임아영이 부른 '미련'이 울려 퍼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낡은 2층 양옥집이다.  사춘기 누나 옥주는 무뚝뚝하고 말수 없는 할아버지가 낯선 반면, 막내 동주는 새로운 곳으로 와서 마냥 들떠있다. 여기에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합세하며 오랫동안 조용했던 2층 양옥집이 시끌벅적해진다. 그렇게 남매의 여름은 시작된다.  극은 특별한 영화적 사건이나 장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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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교:디텐션' 이것은 '진짜' 공포다 [리뷰]

    공포 영화의 묘미는, 허구적 상상력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미지의 존재를 간접 경험하며 스릴을 즐기는 데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오락거리로 즐기려 했던 이 불안과 공포가 실체가 되어 폐부 깊숙이 타고 들어올 만큼 끔찍한 기억으로 다가온다면, 이보다 더 두려운 감상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나 고통스럽고 처절하게 아름다운 영화 '반교: 디텐션'(감독 존 쉬) 이것은 '진짜' 공포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텅 빈 교실에 잠들어 있던 팡루이신이 잠에서 깨어난다.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남은 학교는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듯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한 학년 후배인 웨이중팅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흐릿한 촛불에 의지한 채 자취를 감춰버린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끔찍한 환영과 학교를 떠도는 유령들이 두 사람을 위협하고 단서를 파헤쳐나갈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은 거대한 공포의 참변을 마주하게 한다.  영화는 2017년 대만의 한 인디 게임 개발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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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이 마담' 이토록 유쾌한 비행기 납치극 [리뷰]

    다채로운 캐릭터와 장르의 향연으로 지루할 틈 없다. 모처럼 기분이 좋을 정도로 시원하고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이다.  골목시장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가게 문을 한 번도 닫아본 적 없는 생활력 '만렙' 꽈배기 집 사장 미영(엄정화)의 오늘도 활기찬 하루. 엉뚱하고 애교 많은 철부지이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연하 남편 석환(박성웅),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과 함께 단란한 일상을 보내던 중 무심코 딴 비타민 음료 병뚜껑에서 하와이 여행권이 당첨된다. 이게 웬 횡재냐, 중고나라에 여행권을 팔려했으나 비행기 한 번 타보는 것이 꿈인 가족을 위해 큰 맘먹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미영네 가족이 비행기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극은 시작된다. 온갖 어수선을 피우며 첫 비행기, 첫 해외여행에 들뜬 미영네 가족의 모습을 필두로 기내엔 다양한 인물들이 오른다. 비행공포증에 약 한통을 다 먹고 기절한 남자부터 원정 출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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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2: 정상회담' 타고난 수완가 양우석 감독이 묻는다 [리뷰]

    무려 70년, 한 세기의 대부분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라는 아픈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난한 세월이 말이다. 남북의 갈등은 계속되고 핵전쟁 위기도 끊임없이 대두되지만, 정작 70년 동안 갈라진 나라에 고착화된 우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남북문제를 바라보게 된지 오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옛 시절은 까마득하고, 통일을 위해 분단이 지닌 복잡함을 이해해야 할 때 점차 외면하고 멀어진게 사실이다. 그렇게 안일해진 이들에게 양우석 감독은 끊임없이 말한다. 전쟁의 위력과 공포는 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강철비2: 정상회담'은 위험하고 고요한 한반도 정세를 잊지 말란 각성의 메시지요, 더 이상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우리가 주체가 돼 작은 평화의 틈새라도 찾아가자는 염원이 담긴 이야기다.  앞서 양우석 감독의 첫 번째 '강철비' 시리즈에선 쿠데타가 벌어진 북한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 권력 1호를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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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기' 발칙하고 감각적인,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리뷰]

    발칙하면서도 참신하고 감각적인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영화 '메기'. 엉뚱하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본질의 메시지는 꽤 심오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메기'(감독 이옥섭)는 마리아 사랑병원의 엑스레이실로부터 시작된다. 몹시 민망한, 19금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유출되며 병원이 발칵 뒤집혀진 그날, 도심 곳곳엔 싱크홀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오묘한 의심의 구덩이들이 생겨나며 믿음과 불신의 혼돈에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모순, 이를 지켜보는 물고기 메기까지. 이처럼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다. 등장인물(간호사, 그의 백수 남친, 부원장 등)들은 어떻게 보면 보편적이고 평범하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범상치 않다. 보편적인 인물들을 낯선 화법으로 이끌어낸 까닭이다. 우선 영화의 시작으로 들어가 보면, 성관계 행위가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유출된 이후 병원 사람들은 유출한 자가 아닌 사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만 관심을 기울인다. 다음날 병원 사람들은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