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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민간인 학살 희생자를 향한 '기억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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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2-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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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으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기억의 전쟁'(감독 이길보라)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희생자 추모 위령제 기간인 2월에 맞춰 2월 25일 재개봉됐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의 손녀인 이길보라 감독이 할아버지의 침묵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베트남에서 듣게 된 50여 년 전 그날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화려한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고작 20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퐁니퐁넛 마을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담아내며 그간 우리가 몰랐던 베트남 전쟁의 이면을 드러낸다. 50년의 세월을 건너 전해진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모두의 불행한 역사와 마주하게 되며, 관객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해야 할지 되새기게 한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그간 한국 사회에서 비밀처럼 감춰왔던 기억들을 스크린에 펼쳐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에 다가설 때 필요한 태도와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성찰하게 한다.  


'기억의 전쟁' 속에는 입술로, 표정으로, 손으로, 자신의 몸과 머리에 새겨진 기억을 용기 있게 꺼낸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등장인물들은 슬픈 기억을 되짚으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증언한다. 그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살아있는 생생한 역사가 되어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더한다. 나아가 누군가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하던 모습에서 기록되지 못한 역사를 증언하고 한국, 베트남 정부와 참전 군인들에게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깊다. 


또한 '기억의 전쟁'은 여성 감독, 여성 프로듀서, 여성 스태프까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제작진의 남다른 시각이 담겼다. 제작진은 촬영 과정에서 제사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향과 절을 올리고, 제삿밥을 나눠 먹고, 그 사이사이 증언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기억을 함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 주인공의 증언을 담으면서도 그들의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거나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영화의 미덕은 여성 제작진들이 가진 섬세한 시선 덕분에 가능했다. 공식적인 역사로 기록되지 못하고 주변화되어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던 기억들을 남다른 시각으로 담아낸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을 넘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전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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