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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지옥화' 블루레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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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11-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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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 이하 ‘영상자료원’)은 21번째 ‘고전영화 블루레이 컬렉션’으로 '지옥화'(감독 신상옥)를 11월 24일에 출시한다.


영상자료원은 올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이를 기관의 키워드로 선정하여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남부군'(정지영, 1990)에 이어 '지옥화' 블루레이 출시 역시 기관 키워드 사업의 일환이다.

'지옥화'는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와 폐허 속에서 살아야 했던 전후 한국의 사회상과 정서를 담아낸 작품이다. 신상옥 감독의 초기 대표작이자 파격적인 주제와 배우 최은희의 악녀 변신으로 시대를 앞서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지옥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바로 최은희가 연기한 여주인공 쏘냐이다. 그녀는 당시 한국영화계에서는 본 적 없는 절대적인 악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쏘냐가 당대 관객에게 가장 공분을 샀던 부분은 연인의 동생을 천연덕스럽게 유혹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의 밀고로 연인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도 한 점의 뉘우침도 없이 오히려 자신의 목숨부터 뻔뻔스럽게 구걸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초지일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쏘냐를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각인되었던 배우 최은희가 맡았던 것 역시 대중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신상옥 감독의 '동심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 등을 거치며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 소위 현모양처를 대표하는 배우였다. 그녀는 '지옥화'에서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희대의 악녀를 완벽하게 소화해 냄으로써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생전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여성상에 갇히는 것을 꺼렸으며, 다시 연기하고 싶은 역으로 '지옥화'의 쏘냐를 꼽기도 했다.

또한 '지옥화'는 전후 폐허가 된 한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무너져버린 윤리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1950년대 한국영화사의 걸작 중 한 편으로 꼽힌다. 통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3년간 전쟁으로 약 200만 명의 전사 실종사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건물과 기계 설비는 50%, 전력 생산은 80%가 파손되었다. 생산재는 전쟁 전의 40% 정도만이 유지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은 컸고, 대다수의 국민은 가난과 기아로 내몰렸다. 그 결과로 일부 하층 여성은 한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상대하는 매춘 사업에 종사했으며, 일부 남성은 기지촌의 허드렛일을 돕는 일명 ‘하우스보이’가 되어 미국의 원조 경제에 기생해서 살아야 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위기만이 아니라 전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실존의 허무와 절망에 빠지게 했으며, 윤리 의식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옥화'는 마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같이 전후 한국사회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의 액션과 서부극, 느와르 장르를 적절하게 배치해 영화라는 매체로 전후 한국 사회를 충실하게 담아낸 수작이라 평가받는다.

이번 블루레이에 수록된 '지옥화'는 2020년 자료원이 4K로 복원한 영상을 소스로 사용하였다. 1986년 기증된 35mm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에서 먼지를 제거하고, 화면 흔들림과 스크래치를 보정했다. 다양한 형태의 노이즈 역시 제거하고 사운드의 균형을 맞추는 등 현존 최고의 화질이라 할 수 있는 4K 고화질로 복원된 블루레이 영상은 '지옥화'라는 영화의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서플먼트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두 개의 코멘터리이다. 영화감독 김일란과 문화 평론가 손희정은 영화에서의 여성 재현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지옥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또 하나의 코멘터리는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인 정성일이 맡아 한국영화사에서 '지옥화'가 갖는 의미뿐 아니라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세계를 특유의 통찰로 풍부하게 풀어낸
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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