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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부터 '후쿠오카'까지, 도시의 질감과 정서를 포착하는 시네아스트 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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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8-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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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시선과 시적인 리듬으로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온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소개한다.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암담한 현실을 꿰뚫는 '망종'(2005)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 여인의 삶을 통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다.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회피하거나 순응하지 않고 꿋꿋이 대응해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순간을 포착한다.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감미로운 음악이나 현란한 영화적 기교를 배제할 뿐 아니라, 현실을 포장하거나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조선족 여인의 최순희의 삶 속에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로 취급되는 조선족에 대한 이질감과 정서적 경계를 점진적으로 좁혀낸다.


'두만강'(2011)은 두만강을 배경 삼아 조선족 소년과 탈북자 소년의 소통과 우정을 그린 영화다. 재중동포 3세로 영화의 배경이 된 두만강 인근 출신 장률 감독은 절제된 영상미로 두만강변 조선족 마을에 탈북자들이 늘어나며 벌어지는 일상 속 첨예한 갈등을 따라간다. 시네아스트라는 별칭답게 '두만강'에는 소설적 사실과 시적 환상이 버무려져 있다. 그는 아이들을 통해 이상적인 세계를 이야기한다. '두만강' 속 소년들의 ‘공놀이’ 앞에서는 ‘조선족’과 ‘탈북자’라는 차이는 무의미하다. 영화는 조선족 소년과 탈북 소년의 우정을 통해 두만강을 사이로 발생된 편견을 극복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단초를 제공한다.


극영화를 통해 디아스포라에 관한 사유를 개진해 온 장률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풍경'(2013)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총 9개국에서 온 14명의 이방인들에게 “당신이 한국에서 꾼, 가장 기억나는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단 하나의 질문과 함께 그들의 일터와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거창한 목표나 미래에 대한 설계가 아니라 고단한 일상에서 꾸는 꿈을 통해 이들의 삶을 '풍경'으로 그려내며 조금씩 우리의 입장을 그들에게로 옮겨놓는다. 여느 이주 노동자를 다룬 영화와 다르게 '풍경'은 카메라에 담은 10명 남짓의 이주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들 개개인의 이름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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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개봉을 확정한 장률 감독의 열두 번째 마스터피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영화다.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에 이어 도시와 사랑을 통해 경계와 관계를 노래하는 이른바 도시 3부작의 마무리 격 작품이다. 


배우 박소담이 미스터리 문제적 캐릭터 소담을, 베테랑 배우 권해효와 윤제문이 사회 격변, 혁명, 사랑이 치열하게 뒤섞였던 80년대 첫사랑의 기억에 머물러 28년째 앙숙으로 살아가는 해효와 제문으로 분해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혼재된 도시 후쿠오카로 기묘한 여행을 떠난다. 


장률 감독은 가장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관계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공간, 시간, 성별, 연령,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기 속에 한중일 3국의 관계에 대한 담론을 담아, 혐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가운데 놓인 한중일 3국에 서로가 돌고 도는 관계의 미로 속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시사한다.


황량하고 폐허에 가까웠던 중국 변방 도시를 배경으로 한 '망종'(2005), 경계의 도시 연변을 그린 '두만강'(2011), 낯선 이들로 가득 찬 서울 '풍경'(2013) 등 메말라 손끝이 아릴 만큼 차갑거나 모순으로 뒤덮인 익숙함 등 도시와 공간이 품고 있는 정서와 질감을 포착하는 시네아스트 장률의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기묘한 조합, 더 기묘한 여행을 떠나는 '후쿠오카'에서 어떤 생경한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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