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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적 서부극 '바쿠라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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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9-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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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화제를 모은 영화 '바쿠라우'(감독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는 미지의 마을 바쿠라우의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이후 마을에 벌어지기 시작한 미스터리한 일들을 담은 영화이다.


'밤에만 사냥하는 새'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바쿠라우'는 실제 포르투갈어로 야행성의 새를 의미하며, 보호색을 사용하여 어디든지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다. 영화는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 살아 있는 신비로운 마을 '바쿠라우'를 만들어냈다. 인종∙성별∙계급의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형성된 공동체인 '바쿠라우'는 소외된 이들이 마지막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브라질 외곽을 배경으로 묘하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과 날 것의 묘사, 분노의 총격 등 점차 고조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극의 초반부에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습을 띠는 한편, 이국적이고 황량한 대지를 배경으로 널브러진 시체를 비추며 한 편의 서부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내뿜는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폭발적인 슬래셔 무비로 변모하며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펼친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펼쳐지는 다양한 장르 변주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며 독창성과 함께 더욱 심화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바쿠라우'는 단순히 장르적 쾌감을 추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거침없는 묘사를 통해 서구 사회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기존의 장르물과는 전혀 다른 결을 취한다. 


이곳에서 권력으로 대표되는 시장 후보 토니의 파렴치한 행위와 더불어 연이어 등장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불청객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빌런들은 외부 권력을 묘사하며 오랜 시간 학살을 자행해왔던 서구 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도 은유적이다. 이처럼 '바쿠라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지역 갈등과 가난, 불평등 등 현대 사회의 오랜 부조리의 역사를 녹여내며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를 겨냥한다. 특히 이러한 의미심장한 은유는 때를 기다렸다 한 방의 습격을 가하는 '바쿠라우' 마을 주민들의 모습과 맞물리며 더욱 강렬함을 선사한다.


또한 '바쿠라우'는 기존 강자와 약자,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을 전복시킴으로써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가상의 마을 바쿠라우를 억압해오는 외부 권력과 주민들 간의 대립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착한 사람들이 당하기만 하던 전통적 설정에서 벗어나 마을 안과 밖의 팽팽한 대립을 치밀하게 쫓는다. 실제로 공동 연출을 맡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은 '왜 보통의 사람들이 폭력적인 영화는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바쿠라우'가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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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라우'는 OST도 독특하다. 슬래셔 무비의 대가 존 카펜터 감독의 'Night'와 같은 세계적인 OST부터 기존의 팝송과 직접 작곡한 사운드트랙 등을 사용해 미지의 마을 바쿠라우에 감도는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또한 감독은 외곽의 거친 이미지와 더불어 클래식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색감을 얻기 위해 두 가지 종류의 카메라를 교차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하여 브라질 영화로서는 흔치 않은 와이드 스크린을 선보이며 황량한 대지 속 바쿠라우의 모습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특유의 짙고 낯선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북동부의 대표적인 빈민 지역이자 저항 정신을 대표하는 세르타오를 촬영지로 정하고 지역 공동체의 느낌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지내며 약 50여명의 주민들을 설득해 촬영했고, 이에 마을 사람들의 투쟁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담겼다. 여기에 브라질 영화 속 전통적 마초 캐릭터를 표방하는 영웅 룽가와 마을의 대모 도밍가스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처럼 날카로운 풍자에 미스터리, 스릴러, 서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조화로이 버무린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서부극'이라는 별칭을 얻어내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자비에 돌란 등 세계적 감독들을 모두 제치고 그 해 심사위원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꼽히는 제52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판타스틱상을 포함한 세 개의 상을 수상했고,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에서 외국영화상, 제85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외국영화상 등 유수 영화제 69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52관을 석권했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등 세계적 매체가 선정한 2020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이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등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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