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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마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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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2-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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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슬프고 매혹적인 러브스토리 '해피 투게더'는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두 남자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러브스토리다. 변덕스럽고 자유분방하면서 연인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 캐릭터는 장국영이, 언제나 연인에게 헌신적이지만 연인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 역은 양조위가 맡아 애틋한 '케미'를 완성한 작품이다. 

 

오래된 연인 보영과 아휘는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자유로운 영혼 보영은 아휘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버리는데, 돌아오는 것 또한 보영의 선택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찾아와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면 아휘는 그를 받아들인다. 보영의 대사지만 아휘의 애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더욱 깊게 느껴져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명대사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왔지만 결국 변한 것은 없는 두 사람. 아휘는 언제나처럼 홀연히 떠났다가 피투성이로 자신을 찾아온 보영을 다시 받아주고 자신의 방에서 머물게 한다. 보영의 다친 손 때문에 아휘는 얼굴과 몸을 닦아주는 것부터 밥을 해주고 담배를 사다 주는 것까지 보영의 모든 일을 돌본다. 잠든 보영을 바라보며 아휘는 "그의 손이 빨리 낫지 않기를 바랐다. 아픈 그와 있을 때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보영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아휘의 솔직하고 간절한 마음이 애틋함을 더한다. 이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함께하지 못하는 두 연인의 슬프고 매혹적인 러브 스토리를 나타낸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아름다운 영상미다. 영화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국적인 풍광은 물론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촬영,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과감한 편집이 도드라진다. 특히 두 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이과수 폭포 신부터 헤어지자는 말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고속도로 위, 그리고 서로 다시 부딪히게 된 탱고 바까지 특별한 순간들 속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인다. 왕가위 감독은 아르헨티나 로케이션 촬영만 약 4개월간 진행할 정도로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더 오랜 제작 기간을 소요했다. 방대한 양의 촬영본으로 인해 처음 편집된 영화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에 달했다고. 전체적인 플롯과 설정을 다음은 후 지금의 영화가 완성됐고, 아쉽게 편집된 스토리와 촬영현장 에피소드 영상은 따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라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해피 투게더' OST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보영과 아휘가 오직 서로만을 느끼며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Astor Piazzolla의 'FINALE(TANGO APASIONADO)'의 로맨틱한 선율부터 낙하하는 이과수 폭포 장면의 쓸쓸함을 더한 Caetano Veloso의 'CUCURRUCUCU PALOMA',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자 엔딩을 장식하는 경쾌한 올드팝 Daniel Chung의 'Happy Together'까지. 특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해피 투게더'는 미국 락밴드 터틀스의 노래에서 따왔다. 감독은 이 곡을 커버해 OST로 활용했고, 빠르게 달리는 전철에 몸을 실은 아휘의 모습과 경쾌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특별한 명장면이 탄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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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과 양조위가 맡은 보영, 아휘 두 주인공의 이름은 '해피 투게더' 작업으로 동고동락하던 촬영 스태프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영화 엔딩크레딧에도 이들 스태프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아휘의 직장 동료이자 진한 우정을 나누는 장(장첸) 캐릭터는 왕가위 감독의 즉흥적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평소 음악, 책, 등 다양한 소재로부터 영감을 받는 그는 우연히 차이나 센트럴이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장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덕분에 서로를 향한 애증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보영과 아휘, 그리고 늘 상대를 보살펴주기만 하는 아휘를 다정하게 돌봐부는 장의 관계성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었다. 

 

이처럼 '해피투게더'는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 장국영과 양조위의 만남은 물론 제50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 개봉 과정은 험난했다. 1997년 당시 퀴어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일부 장면을 삭제한 후에 극적인 개봉을 이뤄냈다. 이후 2009년 장국영의 6주기를 맞아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이 개최되면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무삭제 버전이 상영됐다. 그리고 영화는 2021년 화질과 색채를 개선한 4K리마스터링 버전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으로 정식 재개봉을 확정해 기대감을 높인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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