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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특별한 LGBT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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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11-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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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찬사를 받은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감독 레반 아킨)는 사회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영화적 메시지를 전하며 경직된 조지아 사회에 화두를 던진 작품이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댄서 메라비와 이라클리를 다룬다. 섬세하고 우아한 춤을 추는 메라비와 상반된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가진 이라클리는 무용단의 앙상블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 오디션을 위한 둘만의 연습이 계속될 수록 이라클리의 존재는 메라비에게 점차 라이벌에서 저항할 수 없는 열망으로 바뀐다. 영화는 메라비가 이라클리로 인해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마침내 세상을 향해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성장담을 담는다. 


스웨덴의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레반 아킨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Certain People'를 통해 2012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주목 받았고, 이후 TV 시리즈 '리얼 휴먼', 베스트셀러 원작 도서를 영화화한 '써클' 등을 연출했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계급이나 젠더 이슈를 주로 다루며 스웨덴의 촉망받는 '시네아스트'로 떠올랐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감독의 이같은 작품관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다. 


조지아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자란 감독은 2013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있었던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이 수천 명의 군중에게 폭력적인 탄압받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감독은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를 통해 조지아의 성소수자들이 처한 현실과 전통 문화와 새로운 세대간의 대립을 나타나고자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기존의 전통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영화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지아 사회를 뒤흔들었다. 제작부터 살해 위협 등을 받아 세트장 내 경호원이 있어야 할 정도였으며, 트빌리시 국립 발레단과 기타 국립 무용단은 "조지아에는 동성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촬영에 협조하지 않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메라비의 압도적인 춤이 담겼는데 이를 만든 안무가 이름 또한 크레딧에 익명으로 표기했다. 감독은 이를 두고 "이름을 밝혔다면 그는 직장을 잃었을 것"이라며 "여전히 삶과 죽음의 문제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영화를 사랑과 용기로 만들었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통해 반대 세력에 대항해야 한다. 영화를 통해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했다. 


2019년 11월 조지아 개봉 당시에는 보수 단체들의 극심한 개봉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동성애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은 조지아인과 기독교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이자 교회에 대한 공격", "조지아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며 극우 세력과 조지아 교회 사람들이 영화관 입구를 막으며 방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분만에 5000석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이며, 전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특히 세계 유수 매체들은 영화를 두고 "조용한 혁명"(Filmcomment), "억압의 그늘에서 관찰된 사랑과 해방"(The List)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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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메라비 역의 배우 레반 겔바키아니는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신예다. 레반 아킨 감독이 조지아에서 현대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던 레반 겔바키아니를 SNS을 통해 발견하고 끈질긴 설득 끝에 캐스팅에 성공한 일화는 유명하다. 감독은 레반 겔바키아니의 캐스팅 확정 후 카메라에 익숙해지도록 6개월 동안 만날 때마다 작은 카메라로 일상을 찍고, 그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그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했다. 레반 겔바키아니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보여주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감독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점점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레반 겔바키아니는 넘치는 소년미와 순수한 이미지 속 반항적이고 관능적인 춤, 섬세한 연기를 펼치며 전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고 각종 유수 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며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도 레반 겔바키아니 뿐만 아니라 이라클리 역을 맡은 바치 발리시빌리와 메리 역의 아나 자바히슈빌리 역시 조지아에서 댄서로 활약한 인물들이다. 바치 발리시빌리는 7년 동안 조지아 전통 무용을 춘 댄서로, 아나 자바히슈빌리는 오랜 시간 동안 발레리나로 활약했다. 레반 아킨 감독은 댄서 출신의 비전문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많은 젊은 배우들이 학교에서 연기를 배웠지만 영화에 나온 적은 없었다. 비록 그들은 전문적인 연기 경험은 없지만 잠재력을 봤기 때문에 함께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배우들의 능력을 다시 발견하면서 한 걸음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또한 "사실 메라비와 메리가 영화 속 가장 오래된 댄스 파트너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레반 겔바키아니와 아나 자바히슈빌리도 13년 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 사이였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자연스러운 관계를 촬영할 수 있었다. 처음에 알고 정말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조지아의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전통 무용과 음악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팝 음악과 어우러지는 청춘들의 빛나는 순간까지도 담아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무용단 앙상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에서 함께 연습하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메라비와 이라클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 Robyn의 'Honey'는 깊은 여운을 전한다. 레반 감독은 사실 처음부터 이 음악을 생각하진 않았다고. 감독은 "대본에는 그저 메라비가 이라클리에게 매혹적이면서 장난스럽게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 메라비가 처음으로 자유롭고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추는 장면이다. 사실 로빈의 'Honey'는 영화 촬영하고 있을 때쯤 나온 신곡이었는데, 메라비의 춤에 이 노래가 딱 걸맞다고 생각해서 삽입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즉흥적인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유로우면서 아름다운 춤 장면이 탄생한 셈이다. 


편견에 맞선 조지아 최초의 LGBT 영화이자, 빛나는 청춘들의 역동적인 댄스 필름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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