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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입니다' 이창재 감독의 끌림과 깨달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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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5-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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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를 만든 이창재 감독이 6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은 '문재인입니다'로 특별한 연속성을 갖는다. 변호사 출신 당시부터 오랜 벗이자 극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고, 이례적인 팬덤이 형성될 만큼 많은 국민이 애틋하게 애정하는 두 사람. 이들을 연작 다큐멘터리로 담아낸 감독이다. 전작은 문화계 탄압이 자행되던 서슬 퍼런 시대, 금지 콘텐츠라 여겨졌던 '노무현'을 다루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이번 작품은 제작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이가 빠질 만큼 진을 뺐던 감독이다. 그럼에도 '왜' 이토록 '이들'을 다루고자 했을까. 이에 "본질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말문을 연 감독이다.

그 역시도 특별한 두 대통령 시리즈를 연달아 만든 것에 대한 우려나 편견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실로 '노무현입니다' '문재인입니다'는 퍽 희한하다. 세계를 통틀어 전직 대통령에 이토록 우호적 관점을 갖는 다큐는 드물테다. 게다가 이 연작 시리즈의 저변에는 애정과 연민과 존경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그런 감독의 의도가 낯설거나 거북스럽지 않다. 정치적 미화나 관점을 두지 않고 한 사람의 다양한 단면을 바라본다. 그 시선 끝에는 그저 '사람'이 보인 탓이다.

"제가 정치적 사안을 들여다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안 된다. 저는 아주 얕은 사람이고 개인적으론 관심이 없는 편이다. 다만 제 영화의 시작은 항상 같았다. 어떤 주제나 인물에 대해 떨림 같은 걸 느낄 때, 다큐라는 통로를 통해 이 대상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이건 제게 선물 같은 것"이라는 감독은 "어떤 사안에 대해 당신이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가. 이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형성될거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길 '노무현입니다'는 시대적 울분에서 시작된 영화였다. 억눌리고 쌓인 감정의 분출이었다. 10년 넘게 '헬조선'으로 공분화되던 시기였다. 그때 지지율 2%밖에 안 되는 약소 후보가 시민들 힘에 의해서 대선 후보가 되어가는 과정을 되짚어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전작을 편집하던 2017년 5월, 마침 인터뷰이로 참여한 문재인 장면을 작업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확정이란 뉴스 화면이 떴다. 그때 "어떤 떨림"을 느꼈단 감독이다. 당시 문재인의 청와대 재임 시절을 다뤄 여러 고통을 극복하며 정점에 오른 한국 민주주의의 한 측면을 담고자 했다. 하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보상 받은 적도 없고, 보상 없는 행위인데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한다면 제가 이 오랜 시간 혼신을 다해 들어가 봤을 때 이렇게 오래 깊이 들여다볼만한 대상인가를 생각한다. 금방 민낯이 드러나는 대상은 기피한다. 버티질 못하고 그저 의무감이 된다. 하지만 매달릴수록 더 많고 더 깊은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될때 완전하게 나의 모든 걸 쏟아부어도 후회하지 않을 대상이라면 버티는 힘이 생긴다." 결론적이고 근원적인 탐험에 대한 욕망, 조금만 더 버티면 내면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단 아집도 한 몫 한 것 같다고.

그 역시도 궁금했다. 당신의 정치적 결과물에 대한 시시비비를 적시하기보다 의문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단다. 평생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으로 곁을 지켰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가 싫어 고향에 칩거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려 했을까? 2017년 당시 국정농단을 벌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촛불혁명 시민들은 왜 대통령 문재인을 원했을까?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재인은 성공한 대통령인가, 실패한 대통령인가?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오는 시위대와 지지자들. 왜 누군가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되고, 왜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저주할까를. 한 사람을 둘러싼 무수한 질문과 논란은 결코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오랜 인고의 여정을 거친 끝에 감독이 정의한 문재인은 확실한 신념을 지닌 자였다. 감독은 그를 두고 "이름 모를 야생화를 사랑하는 상남자"라고 비유했다.

"그 분은 당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주변이나 배경이 되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다. 저는 변호사, 정치인을 거쳐온 자연인 문재인을 봤다. 저도 30년 된 다큐멘터리 감독이라 인터뷰할 때 심문 기법이 뛰어나다. 같은 질문을 다르게도 해보고,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으로 묻는다. 독특했던 게 이분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딱 본질에 닿아있고, 관명한 답을 갖고 사신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다른 답변을 하는데 당신은 항상 간결하고 견고하게 자기 생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어떤 걸 결단하고 밀어붙일 때는 강골이란 말이 떠오를 만큼 무사 같다.. 하지만 이 양반이 진짜 사랑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건 꽃이다. 넘실대는 야생화가 때론 반려견 토리가 되고, 선민이란 사람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제가 오래 지켜본 바로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고 관심 주지 않는 낮은 것들에 대한 타고난 연민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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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탐구하는데 무려 6년을 버티게 한 힘은, 이처럼 미지의 인물을 들여다볼수록 더 깊은 것이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 보일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치적 진영과 관점을 떠나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은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 감독은 최근 관객이 보내온 감상 중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엔 유권자가 아니라 잘 몰랐다.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놀랍기도 하고, 왜 우는지 모르는데 울었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꼈다.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제가 가진 좋은 영화에 대한 관점은 당시에만 소비되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5년 10년 후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전작이 뜨겁고 순수했던 사람 노무현의 열정과 불꽃을 담았다면, 이번 영화는 고요하고 우직한 사람 문재인을 담는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사람'과 '휴머니즘'이다. 여러모로 다른 듯 닮은 벗이다. 영화의 결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노무현입니다' 때는 당신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라 그 정도로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 감정이 고조되고 폭발하는 음악을 쓰기도 했는데 '문재인입니다'는 '봄날은 간다'를 작곡한 조성우 음악 감독님이 합류하셨다. 더 표현되지 않고 절제해서 응축해 있는데 집에 갈 때쯤 마음이 울컥해지고 억제된 감정이 노출될 수 있는 영화였으면 했다. 최대한 절제해서 주인공을 닮은 영화여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톤앤매너로서 가장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그토록 오래, 그리고 깊게 들여다 본 두 사람이지만 감독은 이들을 규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다른 이의 말을 빌려 "둘 다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활화산 같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휴화산 같다"는 표현이다. "같은 마그마에서 뻗어 나온 활화산과 휴화산, 그 비슷한 두 분의 대단한 혼이 그분들을 버티게 하는 힘이지 않았을까."

이창재 감독은 편견과 잣대, 오해와 부정을 걷어내고 사람 대 사람, 마음 대 마음으로 대상을 존중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진심을 갖길 희망하는 이다. 그가 지난 두 번의 여정을 겪어오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건 "사람에 대한 연민과 온기"다. "그것이 제게 큰 영향을 줬다. 저도 그런 온기가 제 인생에서 필요하단 생각을 했고 이상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엠프로젝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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