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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송강호, 대배우의 가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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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3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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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송강호는 저를 향한 찬사에 여전히 몸 둘 바를 모른다. 그저 진심으로 연기하고, 소중한 가치를 전하고 싶은 바람이다.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는 수사 업무가 밀려 올해도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지 못한다. 친구들과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 아내가 끓여둔 곰국만 봐도 보름치임을 알 수 있다. 경찰서로 출근하니 웬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비행기 테러를 예고하는 동영상을 접한다. 다들 장난 동영상이라고 넘길 때 소화도 시킬 겸 직접 수사해본다고 나선다. 그리고 용의자의 집에서 비닐에 싸인 사체를 발견하고 놀라 청심환을 먹는다. 본격 수사가 시작됐고, 이미 비행기에 범인이 탑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제발 하와이행만 아니어라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아내가 탄 비행기에 범인이 있다. 재난을 막기 위해, 그리고 아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그는 지상에서 고군분투한다. 한재림 감독의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이다. 


송강호는 이 영화가 '재난을 통해 뭘 얘기하고 싶은가'를 봤다. 그가 말하길 재난을 당해선 안 되지만 사람이고 살아가다보면 재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방법으로 우리가 그 상황을 이겨내는지가 중요한데,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될 가치가 무엇인지를 '비상선언'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깊이감 있게 와닿았다고. 


형사 캐릭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인호는 상공의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형사로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인물이다. 송강호는 캐릭터에 인간적인 면모와 개성을 더해 평범한 가장의 간절함부터 베테랑 형사의 노련미까지 담아냈다. 그는 "직업의식이 강하게 존재하고 제보가 들어와서 수사에 나서는데, 인간적으로 비행기 안에 사랑하는 아내가 타고 있으니 인간적인 절박함과 뒤섞이는 거다. 솔직히 사람이니 절박함이 먼저 앞설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론 책무와 의무감도 나와야 하고 그런 지점이 뒤섞인 인물이고 그래서 더 용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에 있는 인물의 딜레마,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딜레마와 어찌할 수 없는 심적인 고통을 잘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의 사실적인 묘사도 유독 섬세하다. 이를테면 아내가 끓여둔 곰국을 보고 "이거 15일치네"라고 말하거나, 업무를 볼때 끼는 돋보기안경, 아무리 베테랑 형사라도 갑작스럽게 사체를 본 뒤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청심환을 먹는 신 등이다. 특히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인호의 말맛이 살아나는 지점들이 있는데, 동네 꼬마들의 제보를 들으며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비싼 하겐다즈, 아저씨 돈으로 사줬다"거나, 새로운 제보자가 신변과 녹취 의혹을 두려워하자 버젓이 안드로이드폰을 쓰면서도 "아이폰이라 통화 녹음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송강호는 이런 묘사와 말맛을 통해 인물에 생생한 사실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감독의 대본 덕분이라고 공을 돌린 그는 "원래 한재림 감독이 코믹한 대사를 쓰고 그러진 않는데, 참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절묘하게 일상에서 발견되는 유머가 있다"며 "아무래도 우리 삶 자체가 그렇다. 희극 속에 비극이 있고, 비극 속에서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게 삶의 단면"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웃지 못할 인호의 유머들이 불쑥 불쑥 틈새를 노리고 나오는 것이고, 이것은 영화적으로 계산되지 않은 가장 리얼한 일상의 모습이라고. 


또한 이런 모습들은 형사를 떠나 중년의 남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물을 보여 준다고 했다. "이런 지점과 디테일을 켜켜이 쌓아 관객에 전달된 것 같다. 이건 다 한재림 감독의 섬세한 디테일"이라며 감독을 극찬한다. 어느덧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한 한재림 감독에 대한 송강호의 애정과 신뢰는 더욱 특별했다. "열정이나 뚝심이 참 놀랍다.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고, 이를 이뤄내기 위해 정말 집요하게 파고든다. 매번 작품 의뢰를 받을 때마다 '이 영화 통해 또 어떤 깊이 있는 얘기를 할까'가 늘 궁금하다. 이 사회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지점도 그렇고, 제가 나이가 많은데도 보고 배우는 점이 많다. 늘 기다리고 반가운 사람"이라고. 


특히 이번에는 재난 영화를 통해 가족과 이웃,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럽게, 어른스럽게 표현했고 그 내공이 정말 무시무시했다는 표현이다. "이 영화가 비행기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만든건 아니"라며 너스레를 떤 그는 "단순하게 재난물로서 카타르시스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재난에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떤 이상적인 판단을 통해 헤쳐나갈 것인가, 여기서 생기는 사람의 감정을 절묘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이 영화의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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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삶의 긴 여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 공동체로서, 개인으로서, 얼마든지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 자체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다. 결국 우리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무엇일까. 저는 이 영화에서 분명히 희망을 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를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우린 사람이다보니 굉장히 약하다. 약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게 또 사람인 것 같다. 우리가 재난 외에도 살면서 수많은 어려움이 닥치는데 이걸 이겨내는 방법, 그리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그가 생각하는 가치로운 삶의 정의다. 그 진심은 엔딩 속 인호의 표정과 눈빛에도 고스란히 담기며 울컥한 감동을 준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 모습 자체로 감동이 되는 배우다. 세계적인 대배우로 거듭났어도 여전히 그는 저를 향한 칭찬이 영 쑥스럽다.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는 매번 똑같다.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다. 작품과 배역에 헌신하고 책임감을 갖는 배우의 모습은 늘 한결같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다. 애초에 순수하게 이 영화 통해 관객에 전달하고 싶었던 즐거움, 영화적 재미와 감동을 훼손되지 않고 전하려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그는 "좋게 봐주시면 그만큼 더 행복한 건 없다"고 했다. 언제 봐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배우 송강호의 인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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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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