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마치 데일 듯한 뜨거움으로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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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마치 데일 듯한 뜨거움으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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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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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은 내내 뜨거웠다. 마치 "데일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만큼 폭발할 정도로 뜨겁게 집중했다. 매 작품 느꼈던 책임감이 이번에는 분명 다른 지점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1700만 관객을 기록한 역대 흥행 1위 영화 '명량'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 대첩을 그린다. 변요한은 극 중 이순신과 조선을 위협하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맡았다. 와키자카는 대담함과 잔혹함, 탁월한 지략을 모두 갖춘 장수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슬이 시퍼래서 조선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극렬한 공포심을 자아낸다. 


매번 작품을 통해 감화하고 그 자체도 어진 성품을 가진 이가 이같은 인물을 연기할 땐 어떤 마음가짐 일지 꽤 궁금했다. 그 답은 역시나 변요한 다웠다. "이 작품의 시작은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생각에서였다.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할 때 늘 끝나고 제게 남는 것이 있다는 게 좋았다. 대본 보며 분석하고 찾아보고 작은 것부터 새롭게 알 수 있었고, 연기할 땐 왜군이란 역할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순신 장군에 대해 다시 한번 자긍심을 갖게 되고 '나라는 사람을 믿고, 어떤 환경에 있던 떳떳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더욱 강렬하게 불타올라야 본질적으로 이순신과 그의 진법이 드러나고, 이는 당시 조선인들이 느낀 두려움이 용기가 되고 승리로 바뀌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악독해지기로 했다. "제 역할에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성취감을 느꼈다. 제가 안타고니스트 포지션으로 발란스가 맞아 떨어져 많은 분들이 이순신 장군님의 업적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제가 무너지는 것도 볼 수 있지 않나." 덧붙여 변요한은 너무 강렬한 왜군 장수 이미지 덕에 관객들이 제 자신에게마저 거북함을 보인다면 "제 기존 이미지와 연기 패턴을 관객도 아실 거라 생각하고, 돌맞게 되는 순간 다른 필모를 얘기해야지"라며 눙을 쳤다. 


변요한은 이 배역을 치열하게 준비했다. '명량'에도 조진웅이 연기해 선보여진 인물인만큼, 자칫하면 휩쓸려갈 수 있었고 겁을 먹을까 봐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만의 와키자카를 만들기 위해 이를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기운이 들어올 수 없게 했다고. 그렇게 준비한 와키자카는 젊고 강렬한 패기를 갖춘 장군의 모습이다. 


특히 변요한은 와키자카를 '빌런'이라는 범위 안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 대본보며 분석할 땐 빌런처럼 해보려고 거울보고 억지로 사악하게 웃어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싶더라." 단순히 이순신과 조선을 위협하는 일차원적인 기능적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장군 대 장군으로서 각각의 지략과 전술, 성품들이 대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겠단 판단에서다. "제가 구축을 잘해야겠더라. 빌런이라고 생각하면 그 안에 갇혀버린다. 빌런이 아닌 안타고니스트로 극 중 이순신을 바라보는 관찰자라는 포지션을 취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요한의 이 같은 고민 끝에 치밀하게 완벽하고 냉혹한 젊은 장수의 이미지가 완성됐고, 이는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서사에 탄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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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위압감을 주는 왜군 갑옷과 서슬퍼런 눈매 또한 인상 깊은 이미지다. 변요한은 이를 위해 과감한 증량을 했다. "처음에 갑옷 입었을 때 아버지 옷 입은 아이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해외에서 완벽하게 제작해서 수선이 불가능한 상태고 오는데만 두 달이 걸린 옷이다. 원래 제가 생각했던 외형적인 캐릭터의 형체들이 있었기에 예민하고 민첩한 느낌의 와키자카를 만들고 싶어 일부러 감량을 하고 갔더니 너무 어울리지 않았고, 그때부터 저만의 동굴로 들어갔다"는 그는 "벌크업을 하자고 생각하고 무제한 증량을 했다. 사실 제가 잘 찌는 체질이다. 고기도 좋아하고 태양인"이라며 웃겼다. 6개월 동안 증량했고, 갑옷이 몸에 맞는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다시  의상을 입는 순간 느꼈다. 이 작품에서 이 옷을 왜 나한테 입혔는지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그 시대에 이렇게 전장에 준비된 왜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는 변요한이다. 


일본어도 사극톤을 구사해야 했고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일본 사람들이 봤을때도 잘 들린다고 할 정도로 연습했다. 고어를 쓰다 보니 현대 관객들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디자인 또한 와키자카를 연기하는 저로서는 인물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장착할 수 있는 일본어였다." 이를 위해 일본 대하드라마도 봤고, 오래된 언어들의 변화 등 숱한 자료를 파고 또 팠다. 하지만 주의한 것은 '감정'을 지키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이기에 언어에 얽매어 버리면 입체감도 떨어져 버린다고 생각했다. 체중 증량, 일본어 모두 감정을 찾기 위한 단계였을 뿐이다. 와키자카의 감정이 변함없이 제일 힘들었다. 어떻게 이순신 장군을 바라봐야 하고, 어떤 숙제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매 순간 딜레마였고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 나면 용기로 변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토록 치열했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전염병"이라며 자국의 병사들을 단숨에 죽이는 잔혹한 카리스마를 갖춘 모습부터 이순신을 향한 팽팽한 긴장과 자신감, 이윽고 지독한 패배감을 느끼는 인물의 모든 감정이 유려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변요한은 "저 말이 바로 와키자카가 갖고 있는 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정신으로 계속 밀고나가려고 했고, 연기 시작할 때 가장 첫 포인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꼈다. "마지막에 배에서 뛰어내리는 신을 찍고 나와서 '와 진짜 힘들다'라고 말을 뱉은 순간, 다시 생각해보면 그 힘들다는 '무섭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죽을뻔했다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그는 "리순신"이라는 대사 한마디조차 어떻게 하면 잘 부를 수 있을지 굉장히 고민했다고 했다. 너무나 치열했기에 모든 신들을 찍을 때의 감정과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그 모든 감정의 시작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불에 데인듯 뜨겁게 집중했다. 그래야만 이 전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더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너무 몰랐고 잊고 살았나 싶기도 했다. 세트장에서 거북선을 볼 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DNA가 끓어오르더라. 정말 크고 거대했고, 가만히 넋을 놓고 보게 됐다. 그냥 숙연해졌다"는 그의 말에서 뜨거운 진심이 느껴진다. 


"영화가 정말 멋들어지게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좋은 영화가 나왔으니 자연스레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보신다면 아마 같이 느끼실 것 같다. '국뽕'이라고 말하지만, 전 써본적도 없고 그 의미도 잘 모른다. 그저 나에 대한 사랑, 나라에 대한 사랑이 전부인 것 같다." 어느덧 13년 차 배우가 된 변요한의 깊이는 이토록 깊다. "선배들이 그런 얘기를 자주 하신다. '쉬지 마라, 쉬면 뭐하냐' 저도 같은 생각이다. 이 직업 자체가 영원할 순 없다고 느껴진다. 그냥 연기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쏟아붓고, 그것이 'ING'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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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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