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 손석구, 마치 굶주린 짐승의 울분같이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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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손석구, 마치 굶주린 짐승의 울분같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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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5-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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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고 잔악무도하다. 피비린내가 풍겨져 나오는 듯한 비릿한 표정과 눈빛까지 섬찟하고 압도적이다. 인간의 탈을 쓴 굶주린 짐승의 울분, 그 두려운 이미지를 감쪽같이 표현해낸 배우 손석구다. 


다시 돌아온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 식구들이 마주한 새로운 빌런 강해상(손석구). 그는 베트남 일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 살해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사체 훼손까지도 서슴지 않고, 함께 일한 동료까지 주저 없이 살육하는 인물이다. 그 마석도 형사까지 나름 꽤 애를 먹을 정도다. 


전편의 빌런인 연변 조폭 장첸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기에 '범죄도시2' 제작 당시에도 새로운 빌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컸던 게 사실. 손석구는 첫 등장 신만으로도, 보란 듯이 압도적이고 잔인한 존재감을 떨치며 강렬한 각인을 시킨다. 역대급 빌런의 탄생이다. 


손석구는 공공연히 얘기한 바 있을만큼 '범죄도시' 전편의 열렬한 팬이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류의 형사물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모든 엔터테인의 극치였다. 이후로도 자주 보고, 우연히 보게 돼도 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영화였다. 매 장면이 다 재밌고 엄청난 팬이었다"고. 막상 '범죄도시2'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땐 의외로 꽤 고심했다.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액션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편 강윤성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이 지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결국 그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특징은 악역 캐릭터의 전사를 철저히 배제한다는 점이다. 관객에 일말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오롯이 악인의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악행에 대한 섬뜩함과 공포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의와 응징이 시리즈의 굳건한 기조다. 막상 해당 역할을 맡은 배우 입장에선 여간 고심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손석구는 "돈에 대한 집착이 잘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할 때 엄청난 피해의식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늘 울분에 차 있고, 그렇기에 별거 아닌 것에도 트리거가 당겨지며 눈이 한 번 돌면 앞뒤를 안 재고 감정적으로 표출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저만의 설정을 구축했다. 


그렇게 설정하니 원래 시나리오에 쓰여진 강해상과는 상충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뭐라 해야 될까, 맞는 표현인진 모르겠는데 좀 더 얌스러웠다"고. "욕도 찰지게 더 많이 하는 캐릭터였는데 제가 감독님께 욕은 좀 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대신 한 번에 충격을 주는 욕설 신을 넣자고 했다. 도로에서 강해상이 순경을 찌르고, 공포에 쌓인 시민들에게 유일하게 욕을 하는 신이 있다. 제가 실제로 겪었을 때 무서울 것 같은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극 중 강해상이 입는 주황색 옷도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막 잔인하게 찌르는 사람이 있고 제가 그 상황을 실제 목격했을 때 아는 누군가에게 이를 전달한다면, 그 첫 마디가 '주황 점퍼 입은 미친놈이 길에서 그랬다더라'고 나오지 않겠나. 그러면 더 기억에 각인될 것 같아 그 컬러를 떠올렸고, 의상팀이 제작해주셨다. 막상 입고 찍어보니 너무 마음에 들고 뿌듯했다"는 그다. 손석구는 이처럼 흥미롭고 사실적인 디테일을 추구하며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그의 연기 모토이기도 했다. "진짜같이 보였으면 좋겠단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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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상 몸에 새겨진 타투 비화도 재밌다. "다양한 콘셉을 많이 시도했다. 문신 두께랑 진하기 정도까지 일일이 바꿔가며 정했다. 처음에 저는 물고기나 문어 같은 이상한 거에 꽂혔는데, 타투 실장님께서 한문으로 된 글자를 보여주셨다. '한 번 복수를 시작하면 지옥까지 쫓아간다'는 뜻이었다. 강해상과 너무 잘 어울려서 '그걸로 하시죠' 했다." 10kg도 증량했다. 무조건 많이 먹었단다. 첫 액션도 화려함보다는 리얼함을 원했다. 특히 마석도와 맞붙는 대망의 버스 신에선, 그의 독기 어린 살벌한 눈빛이 인상 깊다. 이에 대해 손석구는 "다시 마석도를 만난 것에 대한 환희가 있었을 거다.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서 기분 좋은 상태였다. 물론 복수는 못하지만(웃음). 그래도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눈은 계속 마석도를 보고 있다. 이걸 피하지 않으려 했고 그런 표정을 감독님도 원하고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손석구가 추구하는 리얼한 연기관. 이는 울분과 피해의식, 충동감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완성된 강해상의 실체가 그토록 입체적일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별로인 아이디어라도 일단은 던져보고, 이에 대해 눈치 볼 것 없이 얘기하고 즐겁게 소통한 덕분"이라며 겸손이다. 이쯤 되면 연기에 엄청난 진심을 가진 만큼 진지하고 딱딱한 인물처럼 여겨지지만 손석구는 의외의 반전미가 있다. 막상 마동석과 함께 액션으로 맞붙으니 정말 놀랐다며 "몸이 워낙 딱딱해서 거의 쇠 만지는 기분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철판이 들어있는 줄 았았다"며 놀란 눈을 빛내며 감탄하는 모습이나 "액션 감독님께서 근래 가장 마음에 드는 액션이라고 칭찬해주실 때 뿌듯했다. 액션 찍으며 전우애도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말로 하는 연기가 더 편하긴 하다. 썸 타고 그런 건 누구나 다 겪는 거니, 누군가 상해를 입히는 것보단 쉽다"고 말할 땐 영락없이 개구진 미소가 곁들여진다. 


손석구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찐 팬'인만큼, 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돋보였다. 그가 말하길 '범죄도시' 1편의 장점은 현실감이었다. 2편은 1편의 모든 장점을 극대화해 확실한 코미디와 액션을 구사하고, 범죄자들이 주는 공포는 더욱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관객이 사랑했구나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전을 확실히 내렸다"며 "시리즈물로서 전략을 잘 짜야 되는데 '범죄도시'라는 크루의 팀워크가 빛났고 브랜드가 정착됐다. 이에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뿌듯해하는 미소가 보기 좋다. 이 정도 '팬심'이면 악역이기에 다음 시리즈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을 법한데 "다시 출연할 생각은 없다. 브랜드가 확고해지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인데, 장첸도 그렇고 강해상도 그렇고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는 캐릭터고 그렇게 해야 의미 있게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이다. 


요즘엔 연기하는게 더 편해졌단 손석구다. 예전보다 훨씬 더 숨 쉬듯이 연기하게 된 기분이라고. 다만 스스로 너무 편해지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최근 '나의 해방일지' 등을 통해 쏟아지는 대중의 호감 반응에 대해서도 "들뜨다 보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니까 그냥 '나스러운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나이를 잘 먹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 제 매력에 대해 큰 고민 없이 "그냥 보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라며 미소 짓는데 이미 그 자체로 매력적인 손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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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BO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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