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박대민 감독의 탁월한 선택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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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 박대민 감독의 탁월한 선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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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1-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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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시대 탐정 추리극 '그림자 살인', 코믹 사기극 '봉이 김선달'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이 전작과는 180도 다른 매력으로 중무장한 범죄 오락 액션 '특송'을 들고 돌아왔다. 짜릿하고 영리한 카체이싱 액션과 감각적인 미장센, 그리고 은근한 휴머니즘과 유머러스함까지 두루 갖춘 영화는 이미 국내 개봉 전부터 해외 47개국 선판매와 5개국 동시기 개봉이 확정될 만큼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송'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 박대민 감독, 대중의 뇌리에 그 이름 석자가 확실히 각인될 것이 자명했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여성 드라이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여성 액션은 종종 있었지만, 이를 카체이싱과 결합하니 이토록 이색적이고 매력적일 수가 없다. 영화는 초반부터 앳된 얼굴의 여주인공 은하(박소담)가 현란한 카체이싱을 펼치는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르막, 내리막, 좁은 도로, 주차장, 기찻길 등을 기상천외한 운전 테크닉으로 완급조절을 하며 달리는 은하는 마치 차와 한 몸이 된 듯하다. 


박대민 감독이 구상한 영화 '특송'의 시작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자'였다. "액션을 찍는 건 처음이지만 워낙 액션을 좋아하고, 여성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도 좋아했다"는 감독은 "'그림자 살인' 때도 추격전이 나오긴 했는데 이를 더 확장하고 싶었던 느낌이 있었다. 주변에서 제가 액션을 잘 찍을 수 있을지 걱정하시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선택이라기보단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해낸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영화를 보는게 취미셨고 자주 저를 데리고 극장에 가주셨단다. 주로 액션 영화들을 봤는데 보면서 정말 즐거웠다. 그렇게 자라며 영화를 보는 게 취미이자 일상이 됐고, 어느 순간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갖자는 생각으로 영화감독이 됐다. 그때부터 줄곧 제가 느꼈던 것처럼 관객들에 즐거움을 주고 장르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장르 영화를 하고 싶단 바람이 컸다고. "이번 작품이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색깔에 가장 맞는 영화다. 이렇게 하고 싶었던 것에 더 집중해서 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 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액션물을 찍게 된 박대민 감독은 그야말로 숨겨진 기량을 십분 발휘한다. '특송'의 주특기인 카체이싱 액션은 익히 봐왔던 그것과는 다르다. 비밀스러운 특송 업무를 위해 낡은 차량을 개조한 탓에 폐차 직전의 '고물차'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차 등을 활용한 점이 이색적이다. 게다가 스피드와 스케일에 공을 들여온 기존 카체이싱 액션과는 달리 '특송'의 카체이싱 장면은 도심부터 주택가 좁은 골목까지 곳곳을 누빌 뿐더러, 빠르게 달리다가 단숨에 속도를 줄여 적을 따돌리기도 하는 등 완급 조절이 변화무쌍하다. 마치 차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리듬감을 준다. 현란하면서도 영리한 카체이싱 액션이 이렇게 신선하고 흥미로울 수가 없다. 다만,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감독의 노고가 눈에 선했다. 


이에 박대민 감독은 "아무래도 공간적인 제약이나 테이크를 여러번 갈 수 없는 상황 등 많은 한계가 있어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오히려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밌는 작업이었다. 나오는 그림들 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즐겁고 뿌듯한 표정이다. 


카체이싱 액션 외에도 클라이맥스 폐차장 액션 신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잔혹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펼쳐지는데 이를 타고 흐르는 팝 뮤직과 암전을 반복하는 조명의 효과는 그토록 감각적이고 흥분감이 고조될 수가 없다. "액션 수위나 강도가 세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음악이 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음악감독님이 제안해주셨다.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감독은 "아무래도 찍을 땐 가장 긴장한 신이다. 해당 장소에 가구나 소품도 많고 여기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액션인데 자칫하면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긴장해서 촬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마조마하고 배우들이 다칠까 걱정했는데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시퀀스로 결과물까지 잘 살아서 정말 만족했다"며 "이번 영화로 카체이싱과 액션은 원 없이 찍어본 것 같아서 후회 없이 작업했다"고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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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테크니컬한 카체이싱 액션을 토대로 긴박한 범죄 사건과 독특한 악역을 만나 일종의 로드무비 추격전으로 변주하고, 종국엔 강렬한 누아르와 감각적인 액션 시퀀스, 그리고 훈훈한 휴머니즘까지 지나침 없이 골고루 담아낸다. 


무엇보다 살아 숨쉬는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의 탄생이 돋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송새벽이 맡은 악역 경필 역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 경찰이면서도 깡패 조직을 운영하고, 느슨하고 능청스러워 보여도 그토록 잔혹하고 두려운 인물이다. 특히 은하가 탈북민인걸 알자마자 "빨갱이"라고 혐오하는 발언 하나만으로도 그 비뚤어진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그야말로 놀라운 캐릭터 구현이다. 이에 쑥스러워하는 감독은 "송새벽 배우의 공이 크다. 시나리오로 봤을 땐 자칫하면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칠 수 있었는데, 배우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하고 연기했다. 정말 독특한 인물의 연기를 본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덧붙여 저를 낮추며 함께 대본 작업을 한 두 명의 작가들에게도 공을 돌리는 그다. 


첫 액션 연기로 완벽한 합격점을 받은 박소담은 이미 진작부터 눈여겨본 배우였다. 감독은 그에게서 "액션을 잘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유는 "'검은 사제들'이나 '국가대표2'를 볼 때 얼굴이나 대사로 드러나는 감정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몸을 잘 쓰는 배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며 다시금 뿌듯한 미소다. 


어린 시절 아빠 손을 잡고 자주 다니던 극장에서 느낀 행복감을 간직한 소년,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고스란히 묻어둔 이 감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그런 낭만을 간직한 순수한 박대민 감독이다. 그가 후회없이 내보일 수 있는 '특송'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다. 정말 좋아하는 장르 액션을 연출하며 원 없이 행복감을 느낀 감독에게서, 단순히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도 이 쾌감을 전달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고심했음이 보이는 까닭이다. "'특송'은 분명한 장점이 있는 영화다. 몰입감이 느껴지고 심장이 두근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그에게서 영화를 향한 특별한 애정이 드러난다.

 

사진=NEW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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