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김의성, 뼛속부터 좋은 사람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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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 김의성, 뼛속부터 좋은 사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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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1-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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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다정하고 상냥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곳곳에 배어있다. 배우 김의성에게 '좋은 어른의 표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였다. 그런 그가 영화 '특송'을 통해 선보인 캐릭터는 이제 보니 최적화된 맞춤형 캐릭터다.  


영화 '특송'은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이다. 부산항 대교가 한 눈에 보이는 운치 있는 폐차 처리 영업장. 실상은 특송 전문 회사인 백강산업을 운영하는 백사장은 돈 되는 의뢰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프로 비즈니스맨이다. 계산이 철저하고 돈 밝히는 속물 같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속 깊은 인물이 또 없다. 탈북 과정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어린 은하를 구한 이후, 그는 은하의 둘 도 없는 가족이자 스승이 되어준 존재다. 겉으론 수익 배분 문제로 은하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고,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그들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아끼는 백사장이다. 


김의성은 이런 백사장의 능청스러움부터, 은근한 속물 근성과 유머러스함, 그리고 감춰진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발산하며 많지 않은 분량에도 인물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백사장과 성격적으로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문을 연 김의성은 "부하 직원들과 가족이나 친구같이 격의 없이 지내고 생각과 결정이 빠른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는 백사장이 어떤 인물인가를 먼저 드러내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백사장과 은하, 그리고 백강산업 직원들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스토리를 쌓아가는 연기의 핵심이라고 여겼다. "백사장이 하는 말들이 이전에도 수십 번, 수백 번 해왔던 대화들로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는 은하와 돈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실랑이를 벌이는 것, 직원 아시프에게 '카레 먹으면 다 인도 사람이지'라는 식의 어떻게 보면 차별적인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들이 익숙하게 보이길 바랐다. "함부로 거칠게 말하는 것 같아도 서로 간에 애정과 이해가 전제돼 있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었다. 그래야만 후반부 백사장의 희생적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의성은 말투는 퉁명하고 투박해 보여도 인정 많은 백사장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직업적인 매력도 있었다. "설렁설렁한 것 같지만 한편으론 따뜻한 마음도 있고, 그 이면에 어둡고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 지금도 합법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엔 얼마나 더 불법적인 일을 했을까 궁금했다"고. 그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금고 안에 샷건이 들어있단 충격적인 설정이 주어졌나, 이 사람의 현재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들을 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은하가 있었다. 백사장은 극 중 묘사되길 과거 탈북자 브로커를 하며 은하를 처음 만났다. 김의성은 백사장이 어린 은하를 구출한 이후부터 둘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를 상상하며 은하에 진심 어린 애정을 쏟았다. "이 작품에서 메인 캐릭터인 은하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이 영화에서 붙잡을 동아줄이라 생각했다. 백사장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할까 하는 고민은 다 제쳐놨다. 나에게 은하는 어떤 존재이고, 은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지 그것만 생각하면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길 백사장은 60이 가까운 나이에 혼자 살고 있다. 과거엔 가정도 꾸리고 가족들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매무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 외톨이 같은 사람이다. 백사장이 은하를 북한과 러시아 국경에서 구출했을 때 '둥지에서 떨어진 피투성이 어린새' 같단 생각을 했을 거다. 자신이 구한 어린 새 같은 존재, 그때부터 사춘기를 다 지나 현재까지 함께 산, 그리고 저가 키운 딸이자 믿음직한 동료처럼 여겼을 거다. 물론 죽어라 말을 안 듣는 말썽쟁이 기도 하지만, 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어쩌면 그렇게 돈을 밝히는 인물이 실상은 금고에 쓰지도 않을 돈다발을 모아두는 건 은하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나이 먹은 아빠가 바라보는 딸에 대한 애틋함이 보이기도 했다고. "은하는 백사장에겐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정의한 그는 "영화에선 이런 관계성을 다 드러낼 수 없어도, 이런 마음들이 모여 은하를 향한 백사장의 따뜻한 애정과 후반부의 결단 등이 가능하게 해 줬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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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은 이처럼 자신을 돋보이고 내세우기보다 이런 깊이 있는 관계성을 통해 오히려 더욱 구체적인 캐릭터로 구현돼 생동감을 전한다. 그의 몸에 밴 배려와 연기에 대한 고찰이 더불어 발현된 좋은 예가 아닐까. 특히 백사장이 모두에게 대가없는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닌, 분명한 자신만의 울타리가 있고, 이를 지키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욕망으로 삼고 있는 인물이라는 묘사는 김의성의 세밀한 연기력으로 공감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배우가 구축한 디테일한 묘사가 곳곳에 엿보이는데, 이를테면 백사장이 은하를 좇는 악당 무리와 마주친 신이다. 그는 상상하지 못할 끔찍한 아픔을 표현하는 것도 백사장에게 어울리는 그만의 방식이 있을 거라 여겼다. 이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고민을 했고, 결과적으론 그럴듯하게 보인 것 같아 안도했다는 것이다. 


백강산업 폐차장 세트도 배우로선 매혹적인 장소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라는 그는 "폐차장 세트를 정말 공들여 잘 만들어주셨다. 바로 옆에 탁 트인 바다가 있고, 어떻게 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동화적인 느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3~40년의 세월이 담겨 있고 그 세월에 풍화된 듯한 리얼한 느낌"에 매료됐고 만족했다. "사실 배우라는 존재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캐릭터와 잘 들어맞는 멋진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 연기를 위해 준비하고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들이 절로 풀리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백사장이 고수하는 하와이안풍 셔츠 패션도 "화려한 프린트지만 이미 낡은 듯 색이 바랜 듯한 느낌"을 일부러 강조했다. 이처럼 모든 어우러짐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김의성이다. 함께 한 배우들도 하나하나 거론하며 칭찬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 역시 인상 깊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배려, 그리고 존중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 본연의 선함에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란 표현이 절로 따라붙는 것일 테다. 


오래도록 연기를 하며 물론 힘든 순간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의 구멍에 빠진 적도 있지만 그는 극복하는 법을 이미 터득했다. "연기라는 존재 자체가 제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을 버는 일이 다 다를 수 있는데 제게 배우란 세가지를 다 충족시켜주는 직업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도 좋고 감사하다. 불안하다고 치면 한 없이 불안한 직업이지만, 지금 제게 주어지는 기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돈 값 하는 배우, 같이 일하기 좋은 파트너란 말을 듣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라는 배우 김의성이다. 

 

사진=NEW, 엠픽처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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