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송새벽, 고유의 악역 연기로 일깨운 공포심리 [인터뷰] > 인터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특송' 송새벽, 고유의 악역 연기로 일깨운 공포심리 [인터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1-10 13:48

본문

송.jpg

평범한 듯 보이지만 날카롭고 서늘하다. 인간의 잔혹함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그 모습이 두렵고 공포심을 일으킨다. 영화 '특송'에서 송새벽이 그려낸 비주얼이다. 


영화 '특송'에서 송새벽이 맡은 경필은 종잡을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그동안 비리 경찰, 부패 경찰은 익숙하게 봐왔어도 직접 깡패 조직을 거느리는 경찰은 그야말로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다. 그런데 참으로 묘하다. 송새벽은 이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의 인물을 마치 어디선가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성을 갖게 한다. "얜 모세고, 난 예수"라며 무리의 길을 가르는 능청스러움, 불법 자금 300억을 빼돌린 배신자를 향해서도 날 선 모습이나 분노로 폭주하긴 커녕 도리어 여유롭다. 쉽게 감정을 예측할 수 없고, 그렇기에 더 공포스러운 인물이다. '한국판 게리 올드만'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도 당연했다. 영화 '레옹' 속 비리 경찰 스탠스 역으로 수많은 관객의 뇌리에 박힌 게리 올드만을 연상케 하는,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강렬하고 독특한 감상을 전한 그다.  


송새벽에게도 경필은 "경찰이자 악당 우두머리라는 것이 연기자로선 굉장히 흥미로웠고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경필은 프로야구 승부조작으로 조성한 300억 원의 불법 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주하려는 전직 야구선수 두석(연우진)의 배신을 알고 오히려 흥미를 느낀다. 상황은 꼬이고 두석의 아들 서원(정현준)과 그를 보호하는 특송 드라이버 은하(박소담)를 집요하게 추적할 때도 경필은 마치 이를 즐기는 듯한 태도다. 공권력이란 절대 힘과 불법 조직의 야만성까지 갖춘 절대자 경필에게 은하는 가소로울 법도 하다. 그의 태연함이 긴박하고 필사적인 은하와 서원의 상황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오히려 그 괴리감이 주는 공포가 상당하다. 


송새벽은 경필이 어떤 인물인지를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선 경필의 집착과 욕망의 목적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경필의 라이프스토리를 덧칠하며 상상하길, 분명 돈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를테면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해서 어른이 되면 무조건 돈을 많이 벌거란 생각을 가졌거나, 도박성으로 큰 낭패를 봤다거나 하는. 하지만 악당을 잡으려고 경찰이 됐을 법도 한데, 이를 악용해 나쁜 짓을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결국 그는 "당위성을 찾자면 무슨 사연은 분명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나이를 더 먹을 수록 분노와 폭발로 터진 듯한 느낌으로 인물 분석을 했다. 조경필은 다이렉트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놈이야, 내 말이 법이야'라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라고 여겼다.  


능청스러운 '예수' 드립을 치거나 탈북민을 두고 '빨갱이'라고 혐오하는 그의 모습은 특히 경필의 이중적인 잔혹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대사이기도 했다. "이 인물을 딱 제시하는 듯한 그런 단어이자 대사였던 것 같다"고 언급한 송새벽은 "특히 예수 모세 운운하는 것이 굉장히 재밌고 좋았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상반된 느낌이 들지 않나. 감독님께도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고, 과거에 경필이 교회를 다녔을 수도 있고 혹은 지금도 다닐 수 있겠단 생각도 했다"고 했다. 교회에서 기도하는 신이 나왔어도 재밌었을 것 같단 말도 덧붙였다. 송새벽은 이처럼 캐릭터를 향한 다층적인 접근을 통해 유니크한 빌런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cats.jpg


송새벽은 경필의 날선 이미지를 위해 4~5kg를 감량하기도 했다. 이전 영화 '진범'에서도 아내가 살해당해 피폐해진 남편의 모습을 위해 당시 7kg을 감량했던 그다. "감량도 연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경필은 돈이 먼저인 사람이기에 음식도 많이 안 먹고 항상 날이 서 있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좀 더 날카롭고 슬림한 이미지가 어떨까 싶었다"고 분명 피나는 노력을 했을 터인데도 덤덤하게 말한다.  


늘 악역을 연기할 때면면 속앓이를 했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음식도 잘 못 먹고, 식은땀에 젖은 채로 깰 때도 많았다. 역할 자체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더라"고. 특히 아무리 연기지만 소담과 어린 현준에게 행하는 잔혹한 신들이 신경이 쓰이고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 노파심에 걱정하기도 했단다. 알고 보면 이토록 여리고 섬세한 구석이 있다. 


역대급 캐릭터를 경신하고도 스스로 연기에 만족스럽진 않다고 자신에 대한 박한 평가를 한 그지만, '특송'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눈과 귀가 흥분되는 영화고 개인적으로도 시원하게 찍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도 통쾌한 느낌에 스피드한 전개와 리듬감을 갖춘 재미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어떻게 너처럼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애가 연기를 하느냐"는 지인들의 반응이 많았단다. 고등학교 때 옆자리 짝꿍하고만 말할 만큼 소극적인 학생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매 작품마다 감쪽같은 변신으로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그를 보면 배우는 천직이다. 그가 그려낼 새로운 얼굴도 몹시 기다려지는 바다. 이에 "앞으로 어떤 배역을 연기해보고 싶단 생각은 딱히 구체적으로 해보진 않은 것 같다. 다만 달달한 이야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은 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다. 


좋아하는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 OST까지 계속해서 들을 정도다. 볼 떄마다 늘 새로운 감상이 드는 영화라고. 현재 제주도 애월에서 사는데 동네 주변이 다 산인 부락 같은 마을이란다. "제가 워낙 시골 놈이다. 아내는 완전 서울 여자라 처음엔 걱정했는데 웬걸 봄이면 고사리를 캐러 다니고 저보다 더 잘 지낸다. 아이들도 들판에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좋다. 다만 아쉬운 건 야식 배달이 안 되고 치킨을 시켜도 세 마리는 시켜야 배달이 된다"고 의외로 능청인 그에게서 행복감이 가득 묻어난다. "오늘도 무사히를 목표로, 새로운 성격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길 막연히 바란다"는 배우 송새벽의 평범한 듯 평화로운 바람이다. 

 

사진=NEW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공감 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label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