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자' 박용우, 짜릿한 괴짜 빌런의 탄생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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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박용우, 짜릿한 괴짜 빌런의 탄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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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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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제된 단정함 속에서 낯설고 비틀린 이미지를 발견할 때의 묘한 쾌감이 있다.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 속 배우 박용우다.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 강이안.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또 다른 남자 박실장. 영문 모를 혼돈의 상황 속, 의문의 남자 박 실장을 연기한 박용우는 참으로 다채로운 이미지를 발산한다. 


정체를 모르는 극 초반부에는 우아하고 고상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인물이었다면, 강이안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극 중반은 소름끼치는 두려움으로 압박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폭주하는 광기는 그야말로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그 광기는 마냥 무섭고 께름칙한 것만이 아니라 은근히 괴상한 유머러스함이 있어 생경하고 흥미롭다. 독특한 빌런 캐릭터를 완성한 박용우다. 


"캐릭터를 잡는 첫 출발점은 메인 타이틀을 어떤 감정으로 가져가느냐"였다는 박용우는 박 실장의 테마를 '피해의식'으로 설정했다. 감독에게 박 실장의 전사와 배경, 그리고 극 중에선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름까지 캐묻고 정보를 취합한 뒤 스스로 동의하는 부분을 더욱 부각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디테일하게 꾸며냈다. 박용우는 "박 실장의 피해의식은 '단단한 척'하는 거였다. 스스로 자신은 강하다, 단단하다고 위장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척'을 하는데 제어가 안 되는 트리거가 당겨진 후 걷잡을 수 없게 폭주하는 사람"으로 박 실장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의 저변에 감춰둔 연약함을 꿰뚫어봤다. "제 가치관에 있어 인간의 연약함은 두려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확장되면 분노가 되고 슬픔이 되고 우울함이 되는데, 이런 감정들이 복합해서 나아가면 공포감에 휩싸여 폭력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그게 매력적인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배우로서 이를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결론 내린 박실장의 모든 언행을 디테일하게 그려나간 박용우다. 스포일러성 이야기가 되는 탓에 그 많은 썰들을 다 풀 순 없어도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그중 하나만 맛보기로 공개한다면, 극 중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박 실장이 소파에 앉아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신이다. 박용우는 "촬영장에 굉장히 클래식한 소파가 있는데 모양이 미끄럼틀처럼 생겼더라. 어느 순간 기대앉아 미끄러지듯 넘어지게 되면 이중적으로 웃기기도 하면서 괴기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 같아 리허설 때 해봤더니, 자연스럽게 특유의 웃음이 나오더라. 그렇게 박 실장만의 동선, 감정을 잡아갔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긴박하고 긴장감이 최고조로 고조된 상황에서 갑자기 본능대로 귀찮아하며 대사를 내뱉는 신은 박 실장을 더욱 매력적이고 독특한 빌런으로 묘사하는 신이다. 이 또한 박용우의 철저한 계산으로 탄생한 애드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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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실장이 머무는 고급 살롱의 이미지도 인물을 더욱 독특하면서도 고상하게 돋보이게 한다. 박용우는 이에 대해 "영화에선 많은 표현이 안 됐지만, '춘몽'이라는 살롱을 대형 세트로 지었다. 여러 가지 조명과 미술 세팅이 제가 인상적으로 봤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더라"고 했다. 박 실장이 점점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에서 말투와 눈빛이 달라지는 계기를 보여주는 브릿지 장면들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용우는 박 실장 역을 위해 체중 증량도 했다. "왜소한 느낌의 캐릭터보단 압도적인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유리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말하길 연기할 때 외적인 에너지가 있다. 이런 외양을 완성한다면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얘길 해도 더욱 잔인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이미 평소 단정하고 다정한 그의 이미지가 살짝 비틀린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인데 이처럼 치열하고 섬세하게 분석하며 연기한다. 그래서 마냥 강렬하기만한 단선적 모습이 아닌, 여러모로 흥미롭고 새로운 악인의 등장을 알리는 것일 테다. 실제 '혈의 누'에서의 연쇄 살인마나 '핸드폰'에서의 '지질한 나쁜 놈', 그리고 현재 '유체이탈자' 속 괴상한 광기의 박 실장까지, 그가 연기한 악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에 "앞서 말했든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역할이다 보니, 그런 본능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도 멋쩍어하는 그다. 


박용우는 영화 속 저변에 깔린 '나를 찾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 "다행히 몇년 전부터 '내가 누구지' '난 잘 살고 있나'를 고민하며 가치관이 바뀌었다. 취미생활 하나 없는 제가 10년 가까이 드럼 치는 이유도, 읽지 않던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이유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도, 내가 연기하는 이유도 결국 '뭘 해야 나는 행복하지?'에 대한 답이었다"고. 과거엔 스스로를 너무 자학해왔고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살자'는 답을 찾기 위해 마주한 가치관의 전환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마침 그때 '유체이탈자'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어찌 보면 박용우의 운명이 아닐까. 


"주제의식이 있는 영화라 진심으로 설렜다. 그 마음으로 촬영했다"는 그는 촬영을 마친 뒤 "제가 과거 스스로 고민하고 삶의 가치관을 바꿨던 게 정말 제게 꼭 필요한 일이었고, 그래서 난 지금 좋은 길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구나"를 다시금 생각했다.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경험하고 관계하고 성장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됐다는 그는 "지금 제 가치관으로 자신있게 정의할 수 있는 박용우라는 사람은 아마 평생 성장하는 사람이고, 그 성장이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고 했다. 그가 확립한 삶의 가치는 값지고 진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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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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