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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윤계상이 찾은 행복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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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2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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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계상은 존재의 가치, 일상의 소중한 행복감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그는 더욱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긴박한 위기를 겪으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작용하는 영화다. 이미 '범죄도시' 때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던 윤계상은 흥미롭고 특별한 소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유체이탈자'는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 퍼즐을 맞춰나가는 이야기"라고 말문을 연 윤계상은 "흥미롭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매력이 컸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쉬웠다. '나를 찾는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절실함이 있고, 계속 '난 누구지?' '왜 이러는 거지?'라고 고민하다 그게 결국 사랑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윤계상이 연기한 강이안 캐릭터는 설정만 봐도 쉽지 않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몸과 그 사람이 있던 공간에서 깨어난다. 영화는 영리하게 이런 변화를 강이안의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내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지만, 정작 배우 입장에선 '미러연기'를 통해 '내가 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선을 유지하며 연기해야 했던 상황. 퍽 혼란스러웠을 법도 했다. 윤계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촬영했고, 편집은 제 시점으로 나왔다. 저를 연기한 상대 배우님들의 연기도 모두 대단했는데 고심 끝에 제 얼굴로 계속 나오는 것이 접근하기 편하다고 느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습이 바뀌었어도 강이안의 감정선은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염두했다. 


액션 또한 "정말 원없이 액션을 찍었다"고 자신할 만큼, 절로 몸에서 배어 나올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훈련했다. 특히 '범죄도시' 때 무자비하고 악랄한 조선족 장첸의 거칠고 투박한 액션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고도로 훈련된 본능 액션을 깔끔하고 정제된 느낌으로 소화하는 상반된 모습이 재밌다. 이에 "장첸은 막 폭주하는 액션이었다면, 강이안은 힘을 최적화해서 모든 걸 완벽하게 제압하는 그런 간결함이 있다. 국가정보요원이란 직업군에 맞게 누군가를 해하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형식으로 가야 맞을 것 같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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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연기하는 모습은 변함없지만, 그는 그 속에서 확실히 '재미'를 느낀 듯했다. "'범죄도시' 이후에 모든 배우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작품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그럴때마다 성장했다고 느끼게 된다"고. 요즘 들어 작품을 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설렘이 있는가"란 물음이다. 그는 "예전엔 막연하게 잘하고 싶단 욕심,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만큼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그 변화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삶을 통찰하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계기는 찰나였다. "원래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그는 어느날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뭐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더란다. 과거 이야기, 남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게 과연 '나에게 행복한 일인가?'. 그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 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거나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닐까. 이 순간을 살지 않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사는 걸까.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맴돌았다고. 


그 끝에 찾은 결론은 '행복'의 근원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이더라.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들이 겹쳐져서 행복감을 느낀다." 과거 그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곳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 분명 행복해하고 있을 것 같단 그다. 


그런 물음과 고민에 빠졌을 때 만난 작품이 바로 '유체이탈자'다. 윤계상은 영화의 본질을 봤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그래서 더 매료됐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고 했을 때 내가 살아왔던 경험이나 추억이 나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것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잃어버릴 만큼 모든 게 무의미해진다. 여기에 내 삶의 가치는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하지 않나. 이를 확고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결론이다. 


극 중 타인으로 바뀌는 설정을 겪은 만큼, 다른 인물과 다른 삶을 생각해볼법한데 윤계상의 대답은 단호했다. "바뀐다고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제가 살아온 추억과 경험들이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더라. 그게 삶의 기록이기도 하고." 그러다 "먹는 것을 진짜 좋아해서 한 번쯤 바뀐다면 쯔양처럼 정말 많이 먹는데도 더 먹고 싶다"고 흥분하며 웃긴다. 아마 고생했던 신인 시절 너무 못 먹어서 지오디 멤버들이 다 먹을 것에 집착이 생겼다고 너스레도 덧붙인다.  


그저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 중이라는 그는 문득 인생 영화 '어바웃 타임'을 추천했다. "전 우울할 때 그 영화를 보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이 다 사는 오늘이지만, 그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냥 쓸쓸하고 우울하게 보낼 것인지, 기분 좋게 보낼 것인지 그 선택은 나한테 있다는 교훈이 있는 삶의 지침서 같은 영화"라고. 삶에 대한 진지하고 수많은 고민과 성찰 끝에 조금씩 답을 찾아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바람직하다. 근심과 걱정, 안 좋은 기운을 안 가지려 하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인생의 깨달음을 전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는 꽤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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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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