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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변요한, 분노와 사명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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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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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은 뜨겁게 분노할 줄 알았다. 그는 분명한 소신이 있었고, 일종의 사명감까지 뚜렷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 영화 '보이스'(감독 김곡 김선). 다소 희화화되거나 안일하게 여겨왔던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는 거대하고 치밀하게 조직화됐으며, 갈수록 피해금액과 건수가 높아지고 있다. 변요한 또한 처음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가볍게 생각했던" 범죄의 실체를 알고 난 뒤 스스로도 경각심이 높아졌다. 한편으론 지금도 기승을 부리며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그 범죄 집단을 향해 역으로 공포심을 주고 싶었다. 그때부터 목표는 하나였다. 관객들도 경각심을 갖고, 그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배우로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영화는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된 전직 형사 서준이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직접 보이스피싱의 본거지에 잠입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변요한은 자신이 맡은 한서준의 원동력을 집념으로 봤다. "현역 시절 윗선을 잘못 건드려서 강제 은퇴 당하고 현재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당하고, 끝까지 갈 수 있던 건 기본을 넘어선 괴물 같은 집념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고. 


서준의 표정은 분노와 집념으로 가득하다. 오직 가해자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모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공권력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거대 악의 중심에 들어가 사투를 벌이는 건 불가능한 판타지다. 변요한은 이를 두고 "저도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다.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한서준은 희망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런 피해를 입었을 때 한서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응원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생각했다. 결국엔 이 인물을 믿을 것인가, 안 믿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저는 믿었고 응원했다"고 했다. 


서준은 저또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이지만, 그 피해와 고통을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감정으로 극한 액션을 펼친다. 변요한은 그야말로 몸을 내던지며 물불 가리지 않는 폭주를 한다. 떼로 몰려드는 적들과의 격투는 물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줄에 매달려 거친 추격신까지 벌인다. 변요한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그 역시도 한서준 못지않게 무서운 집념을 보인 셈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실제 지금도 수많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그런 피해자의 마음을 느낀다는 건 잘못된 거라 여겼다. 


"서준이 처한 상황이 극단적인 상황이고 분명히 슬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감히 제가 어떤 특정한 감정을 일시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마음을 연기라 해서 잠깐의 표현을 한다는 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픔도 참고, 분노도 참고 끝까지 달려가야 하는 인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외곬수같아 보여도, 이는 변요한의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끝없이 몸을 이용해 연기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건 잠깐의 공포다. 하지만 피해자 분들의 아픔과 공포는 평생 가는 것"이란 그는 "제가 서준을 연기하는 동안은 제 몸을 빌려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대변하고 위로하고 싶었다"고 투박하지만 따스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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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본거지인 중국 선양의 모습은 황폐화된 자본주의의 표상을 나타낸다. 붉고 음습한 조명과 철저한 감시 아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며 돈을 끌어모으는, 이름 대신 숫자가 적힌 옷을 입은 기계 같은 인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다. 변요한은 늘 대본을 보며 분석하고 어떤 변수가 와도 그 분석이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준비를 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선양 콜센터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의 공포심을 잊지 못한다.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순간 끝까지 촬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무가내로 소화시켰던 것 같다"고. 그런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처절한 복수극을 끝낸 서준을 절로 응원하고 위안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변요한은 제 할일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남은 건 관객의 몫이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들에 정말 놀랐고 그 집단이 마음먹은 대로 타겟을 삼으면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그런 공포감도 많았다. 더 이상 당해선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그들을 알면 더 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사뭇 진지해진다. "상업영화로서의 오락성과 재미, 감동이나 슬픔 등을 줄 수 있는 게 배우의 사명이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걸 알려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까지 진심을 토해내는 그는 따스하고 분명한 소명의식을 지닌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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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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