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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이주영, 연민하고 사랑하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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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9-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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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 이주영. 그의 자유분방한 연기는 언제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그가 맡은 모든 배역은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즐겁고 생생한 감상을 준다. 


대한민국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실체를 파헤친 리얼 범죄 액션 영화 '보이스'(감독 김곡 김선)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가 있다. 블랙해커 깡칠 역의 이주영이다. 첫 등장부터 화려하다. 땅에 깊숙이 파묻혀 생매장당할 위기에 놓여 있어도 천연덕스럽게 능청을 떠는 강심장이다. 깡칠은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과의 인연으로, 아내와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본거지로 침투하려는 서준을 돕는 유쾌한 조력자다. 


"깡칠은 이름에서부터 풍겨져나오듯 만화 같은 캐릭터"라는 이주영은 "나쁜 일을 하면서도 밝고 천진난만하고, 툴툴대면서도 서준을 계속 도와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밝고 통통 튀는 해커 역할은 기존에 없었고 새롭게 그려낼 수 있단 면이 저에겐 도전이기도 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깡칠을 맡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느끼길 깡칠은 돈에 대한 욕망이 가득찬 인물이다. 이름만 봐도 껄렁껄렁해 보이고, 사기 치며 도망 다니다 또 잡혀서 땅에 묻히고. 막사는 인생, 녹록한 인생은 아닌데 그럼에도 밝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또 그 내면에는 관계에 대한 결핍이 있는 듯했고 그런 연약한 면에 끌렸다는 설명이다. 이주영은 "저는 연기를 하게 되면 우선 그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이해를 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함께 연기한 변요한도 그에 대해 말하길,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자연스럽게 노는 걸 봤을 때, 그만큼 주어진 캐릭터를 사랑할 줄 아는 배우"라고 칭했을 정도다. 그만큼 애정을 쏟으며 생기를 불어넣은 깡칠은 영화에서 그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 됐다. 이 이야기들도 꽤 흥미롭다. 


먼저 극 중 서준과의 관계다. 이주영은 "깡칠의 전사가 나와있는게 없고 바로 영화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변요한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둘이 어떻게 만났고 왜 서로를 돕게 됐나 얘기하며 상상했다"며 그 썰을 푼다. 깡칠은 십대 시절부터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했다. 그때부터 형사였던 서준을 알게 되고, 서준은 깡칠을 여동생처럼 생각하며 도와주고 좋은 길로 인도하려 하지만 깡칠은 계속 사고를 쳤을 거다. 하지만 서준의 도움 요청에 응했던 것은 "돈 때문도 있었겠지만, 서준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한 이주영이다. 특히 서준과의 의리를 지키거나 그가 공권력의 도움 없이 홀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본거지에 침투할 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것은 깡칠의 진심이라 여겼다. 


덕팔(조재윤)과의 관계도 재밌는 발상이다. 깡칠은 덕팔의 뒤통수를 치고 돈을 빼돌린 탓에 필사적으로 도망다녀야 한다. 필사적이라곤 하지만, 상당히 어설프게 붙잡히고 풀리고의 반복이다. 이를 두고 이주영은 "조재윤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덕팔이 깡칠을 좋아해서 집착하고 그런 이상한 관계라고. 그래서 깡칠은 이를 이용하며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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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칠이 해커 일을 하는 이유도 명품중독자일거란 설정을 해본 이주영이다. 이처럼 드러나진 않아도 풍부한 상상력으로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탓에,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뚜렷한 개성을 뽐내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이주영은 "영화는 처음부터 숨 막히게 질주하며 이어가는데 그 속에서 깡칠은 잠깐 텀을 두고 쉬면서 활력과 분위기 전환을 해주는 역할이라, 공기의 흐름을 살짝씩 바꿔놓는 것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고 겸손이다. 


모델 출신에서 어느덧 배우로 뚜렷한 각인을 남기고 있는 이주영은 연기하는 것이 즐겁다. 이전부터 사람들을 관찰하길 좋아했단 그는 "사람들의 독특한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재밌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는 것이 제게는 그 사람만의 독보적이고 사랑스러운 면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면들을 담아내는게 재밌다"고 했다. 다큐 프로그램도 많이 참고한다.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말하는 톤을 많이 접하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밀양'의 전도연처럼 배우 인생에서 내면을 끝까지 파고드는 깊이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가장 보편적인 가족애를 그린 영화에서 공감가는 연기를 해보고 싶단 바람이다. 그 끝에 "멜로나 로코도 자신있다"고 덧붙이곤, 이내 쑥스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이 마냥 순수하다. "제가 센 캐릭터를 많이 했기에 다른 장르를 잘 소화했을 때 더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문득 하늘을 보면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구름, 때론 맑고 선명했다가 때론 먹구름이 껴도 다시 햇빛을 머금는 구름이고 싶다는 제법 운치있는 배우 이주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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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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