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3' 이준혁, 뜨거운 유머 본능과 냉정한 자평 사이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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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3' 이준혁, 뜨거운 유머 본능과 냉정한 자평 사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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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6-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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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혁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은근한 유머와 화술을 갖춘 이다. 마음껏 뽐내도 좋을 훤칠한 외모와, 이에 걸맞은 수준급 연기력에 올바른 인성까지. 다 갖췄음에도 그는 제게 만족하지 않는다. 이 또한 그의 매력 포인트다. 


한국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은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 3편의 주인공으로 이준혁이 낙점됐단 소식이 들렸을 때 관객은 감탄과 기대를 금치 못했다. '나쁜 놈' 때려잡는 괴물형사 마석도의 근무일지(?)라고 해도 좋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만큼 '나쁜 놈'이 엄청나게 부각되는 작품이다. 전작의 윤계상, 손석구는 잔인무도하고 이제껏 본 적 없는 빌런의 존재감을 떨치며 화제가 됐다. 평소 반듯하고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이준혁은 의외로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악인들을 연기해 왔고, 의외로 기막히게 어울린단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빌런이 독보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범죄도시'의 새 빌런으로 발탁됐다니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범죄도시 3' 속 빌런 주성철의 모습은 이전까지 그려진 시리즈 속 빌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백키로에 육박하는 거구의 몸과 거칠고 거뭇한 인상에도 우락부락함을 느끼기보단 감탄을 부르는 묵직하고 잘생긴 이미지에 가까웠고, 원초적인 살인을 저지르던 이전 빌런들과 달리 그는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냉철하게 행동했다. 이 '다름'이라는 변주 속에 마주한 주성철은 낯설고 이질적인 또 다른 이준혁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처음에 마동석 형한테 제안을 받았을때 너무 놀랐고 꿈같았다.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다. 내가 왜 빌런 역할에 캐스팅됐지?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그동안 악역을 많이 했어도 꽤 지적인 캐릭터로 나왔던 것 같다. 완전히 없었던 이미지를 생각하시진 않았던 것 같고 좀 더 거친 느낌을 원하실 것 같아 최대한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내려고 했다"는 이준혁이다. 그는 "저도 기존에 작품활동을 많이 했고 소비된 이미지가 있는데 '범죄도시'에선 신선함이 있어야 이 작품에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못 봤던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눈썹을 밀면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진지한 너스레로 웃긴다. 


이준혁이 말하길 '범죄도시'는 히어로 시리즈물이다. 이에 맞는 방향성이 있고, 3편까지 이어진 시리즈에서 시도한 변주를 납득했다. 그 역시도 주성철이 이전 빌런과는 다른 지점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극 중 주성철의 스토리 흐름을 '주성철의 운수 좋은 날'이란 키워드를 잡아 생각했다.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생의 쓴 맛없이 잘 살아왔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려 하는데 본인 인생에선 300억을 손에 쥐는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앞두고 마석도를 만나게 되는 거다. 그럼에도 주성철은 끝까지 마석도를 이길 수 있단 자신감이 있다는 게 구별점이었다"는 해석이다. 


살을 찌우고 빼는 극단적인 변화는 오히려 이전에도 많이 경험해봤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배우로서 체격을 키울 때 나오는 리액션이 다르니 그게 또 재밌다. 노력한 결과 같아서 좋다"는 그다. 하지만 그렇게 체구를 키웠어도 마동석과 대결하는 신에선 너무 강렬했다고 하소연(?)한다. "액션 신을 안 찍어본 것도 아닌데 형님 같은 피지컬은 처음이라 정말 많이 놀랐다. 주먹이 날라들 때는 장기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는 너스레와 함께 "그래도 슈퍼히어로한테 맞는 거라 기분은 좋았다"고 덧붙인다. 게다가 "저먼 스플렉스 기술을 당할 때 쾌감이 상당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기술이기도 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이 부서졌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아쉽다"는 재치 있는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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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최초로 극 중 단독 빌런이 아닌 지점도 색다른 변주다. 다만 빌런에 대한 시선이 분산되는 만큼 당사자 입장에선 아쉬울 법도 하다. 이준혁은 오히려 이를 반겼다. "제가 '범죄도시' 1편을 볼땐 이런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정말 재밌게 봤다. 막상 빌런 역을 맡게 된 후 2편을 볼 땐 설렘과 걱정 등 복합적인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배우가 개인적으로 임팩트 많은 신이 많다면 좋겠지만 일차원적으론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것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근본"이라는 소신이다. 


그 역시도 어릴때부터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재밌는 영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관객을 설득하면 그 후의 캐릭터들이 어디로 어떻게 살아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저는 기본적으로 워낙 영화를 좋아하고 모든 장르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변신에 대한 편견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그다. 이어 "제가 어릴 때부터 영화 잡지와 DVD, 비디오테이프 등을 모으며 영화에 쓴 돈이 여태까지 영화에 출연해 번 출연료보다 더 많다"고 너스레다. 은근히 적재적소 터뜨리는 유머 타율이 퍽 훌륭하다. 


다만 아직까진 배우로서 성취점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아성찰은 의외였다. 완벽한 외모와 걸맞는 연기력도 모자라 특유의 매력도 갖췄다. 대표적으로 출연작 '비밀의 숲'에서 그토록 얄미운 짓을 하는 인물임에도 '우리 동재'란 수식어를 얻으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란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대중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나에게 베스트가 있었나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아직 그러지 않았다. 완벽하게 가진 게 없는 것 같다"는 냉정한 자평과 "사실 제 작품을 볼 때 관대하지 않다. 극한까지 올라간다. 언젠가 나까지 속일만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소망한다. 


연기에 대한 고민과 갈망은 늘 피어난다. 하지만 그는 모든 직업군,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거라고 말한다. "다들 열심히 해도 노력만큼 안 나올 때가 있고, 이게 맞나 괜찮은 건가 하며 내일을 걱정하기도 하지 않나. 그런 고민의 시점은 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이렇게 새로운 변주를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자부할 수 있는 건, 지난 16년간의 세월이다. 이를 "나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동시간"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하며 "필모그래피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노동의 시간이다. 이런 기회를 받은 것도 감사하고, 이 시간을 인고하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구나 그건 보이는 것 같다"고 덤덤히 말하는 이준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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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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