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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가 간직한 섬세한 소년미 [인터뷰]

    섬세한 소년의 이미지. 그 안에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 순수함과 열망, 살가운 다정함과 딱 그 나이대 소년의 짓궂은 장난기, 때론 안쓰럽게 위축되기도 하지만 숨은 용기의 힘까지. 배우 김동휘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모습이다.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열여덟 고등학생 한지우의 모습을 담아낸 그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다. 김동휘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단역을 맡아 연기했고, tvN 인기 드라마 시리즈 '비밀의 숲' 시즌2의 에피소드에서 주요 역할로 등장해 비로소 눈도장을 찍기 시작한 신인이다. 생애 첫 주연, 게다가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다니, 신인 배우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가뜩이나 오디션을 볼 당시엔 소속사도 없이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부딪혀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를 꿰찼다. "오디션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막상 보러 갔을 때도 내가 올 수 없는 곳이구나 싶었다. 다만 최민식 선배님이 오디션을 봐주시니까 제 연기를 보여 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으면 좋겠단 마음이었다"던 그는 막상 합격한 뒤에도 의구심이 들었고 첫 촬영에 돌입한 그제야 실감을 했단다.  "지우랑 가장 잘 어울려서요." 이는 박동훈 감독이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동휘를 확신한 이유였다. 김동휘 역시 "지우를 보며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한지우는 교복 착용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상위 1% 명문 자사고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어딘가 겉돈다. 수업 시간에도, 기숙 생활을 하면서도 지우는 어딘가 주눅 들고 위축된 모습이다. 달동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그 흔한 과외 한 번 없이 공부를 잘한 탓에 '사배자' 전형으로 '귀족학교'라 불리는 명문고에 들어갔고 이는 엄마의 큰 자랑이지만, 정작 지우는 자신감은커녕 기도 못 핀다. 사교육으로 학교 수업 진도는 우습게 추월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질문할 용기를 갖기에 지우는 퍽 여린 소년이다. 특히 수학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담임은 일반고로 적응을 권한다. 지우가 느끼는 '이상한 나라'에서 그는 무리에 합류할 수조차 없는 완전한 부적응자다.  김동휘 역시 제가 지우 나이였을 때 그처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만큼 더 공감이 갔다고.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춤 동아리에 들며 능동적으로 변해가고 단체 생활이 오히려 즐거워졌다. 지우가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수학을 통해 세상을 알아갈수록 용기를 얻는 모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테다.  "대본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 분석을 열심히 했다"는 김동휘는 "매일 대본을 보며 도저히 더 생각 안날 만큼 극한의 극한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이런 치열함 속에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외유내강적인 면, 혼자 고민하고 홀로 애쓰는 모습, 그 안타까움과 측은함" 등 마음으로 느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우 캐릭터에 녹아든 그다. 의외로 20대 중반인 그가 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만큼,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연기하는 것도 중요했다. "요즘은 너무 빨리 세상이 변하니까 10대 친구들이 쓰는 말투는 뭘지, 좋아하는 건 뭔지, 유행하는 건 뭔지 많이 묻고 배우려 했다"고.  이같은 노력 덕분에 김동휘는 때론 방황하면서도 아름답고 순수한 열여덟 소년의 섬세한 감성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 작품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단 책임감도 컸다. "평생 내가 연기하며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긴 작품"이라는 각별한 애정이 컸다. 특히 존경하는 최민식과의 연기 호흡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영광이었다"고 눈을 빛내는 그 모습이 순수하다. "매 순간이 에피소드였고, 믿기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더 선배님과 말하고 싶어서 얘기를 건넸다. 오히려 더 친밀하게 다가와주셨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동경하고 애정 하는 대상을 떠올리는 기쁨이 묻어난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지우가 이학성을 만나 올바른 '풀이 과정'을 통해 용기를 갖고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고 확신하는 모습은 뭉클하고 대견한 감상을 준다. 김동휘는 "영화가 참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틀렸다고 좌절하는게 아니라 내일 다시 또 풀어봐야지 하는 수학적인 용기가 필요하단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수학에 관련된 영화지만 수학이란 매개체를 통해 우리 인생을 보여주려는 영화"라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정의한다. 그 말속에 제법 깊은 속내가 담겼다.    그 또한 멈추고 싶은 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 '몸치'였지만 수련회 때 얼떨결에 춤을 추며 느낀 재미, 그리고 달라진 변화. 이를 보며 연기를 권유한 아버지. 막상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우가 되고자 도전했지만 친구들의 못 믿는 시선에 상처도 받았다. 실제 대학에 떨어지거나 오디션에 좌절을 맛볼 때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믿음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는 확신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기 위해선 준비된 사람이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조바심이 사라지더라. "제 스스로 아는 게 많고 준비된 게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연기 서적도 읽고, 영상 연습도 보고, 배우들 인터뷰와 연기도 봤다. 늘 삶 자체를 연기에 관련해서 봤다. 영화를 볼 때도 분석적으로 보고, 연출적으로도 미술, 음향, 소품, 의상, 분장 등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봤다. 내 연기가 늘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했다." 그저 몇 문장의 말이지만 그 안에는 그동안 그가 쌓아 올린 무수히 많은 노력들이 엿보인다. "계속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뭇 진지한 모습도 인상 깊다.  김동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캐스팅 된 후, 제게 연기를 권했던 아버지께 그제야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잘 어울리니까 그런 거지"라는 말을 들었단다. "아버지가 요즘 말로 '츤데레' 같은 스타일이시다. 사실 요즘 정말 많이 좋아하시고 걱정도 많이 하시는데 제가 부담스러울까 봐 드러내지 않으신다. 늘 저를 먼저 생각해주시기에 제가 많이 의지하며 고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다. "들떠보이지 않는, 사람이 먼저 된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가짐". 김동휘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이 그를 떠올렸을 때 "연기 참 잘하고, 역할을 잘 수행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건 제 몫이라는 건실한 청년이다. 20대의 버킷 리스트로는 코로나가 끝난 뒤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은 바람이고, 춤은 그만둔 지 오래됐지만 가끔 혼자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꾸물대며 내적 댄스를 춘다고 웃어 보이는 그 모습이 해맑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