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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홀' 이광수의 '진짜' [인터뷰]

    이쯤 되면 코믹한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가 재난 상황에 빠져 속된 말로 '개고생'을 하는데도 그토록 짠하고 웃길 수가 없다. 찡그린 표정 만으로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하는 탁월한 배우 이광수다.   '싱크홀'(감독 김지훈)은 도심 속에서 벌어진 초대형 싱크홀 현상으로 인해 빌라 한 채가 지하 500m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난 영화다.  이광수는 11년 만에 자가 취득에 성공한 직장 상사의 집들이에 왔다가 싱크홀에 떨어지게 되는 운도 지지리도 없는 김대리 역을 맡아 억울함과 절박함을 오가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그리고 앞으로 언제 또 만들어질지 모르는 싱크홀이란 소재에 매력을 느낀 그는 직접 먼저 이 배역을 맡고 싶다고 제작사에 연락을 했다. 그만큼 배우로서 욕심을 낸 작품이다. "사실 살면서 싱크홀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다. 싱크홀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었다. 재난을 이겨내는 상황에 맞는 유쾌함,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경험하지 못한 걸 표현하는 것에 대한 매력, 상상하며 연기하는 재미"에 끌렸다는 그다.  어떻게 보면 김대리는 이광수의 전작 '탐정2'에서의 유니크한 해커 역이나 그가 오랫동안 출연했던 예능 '런닝맨' 속 '기린 광수' 이미지의 연장선에 놓인 인물이다. 코믹하지만 현실성을 갖춘 인물. 배우로서는 코믹한 이미지의 범주 안에 갇힌다는 위험 요소가 있을 법함에도 주저 없이 먼저 배역을 택한 이유는 확고했다. 이광수는 "이런 이미지가 부담이 된다거나 다른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하기보단 매 작품, 매 캐릭터에 맞게 연기하다 보면 또 다르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러 이미지 탈피를 위해 과도하고 과감한 선택을 하기보다 제게 맞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배우 이광수의 연기 지론이다.  김대리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극 초반 여자 인턴 사원이 끙끙대며 정수기 물통을 옮기고 있어도 흘끗 보고 이내 무시해버리는 '노 매너'에, 11년 만에 '내 집 마련' 꿈을 이룬 직장 상사에게 서울 변두리 아니냐며 초를 치는 '깐족거림'을 장착한 인물.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잘 사는 후배에게 주눅이 들기도 하고, 평생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도 할 수 없을 거란 좌절감에 휩싸여있다. 30대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김대리는 때론 얄밉기도 하고, 그럼에도 비관적인 데다 은근히 마음이 약해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김대리가 재난 위기를 겪으며 이후 긍정적이고 성숙하게 변화하는 서사는 제법 탄탄하게 그려지고,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낸다. 이광수가 마냥 코믹하게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닌 김대리에 더욱 애착을 갖는 게 당연했다.  그는 "김대리에 공감을 많이 했고, 관객들도 공감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할 때 신경을 많이 썼다. 초반에 이기적이고 얄미운 모습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이면서도, 싱크홀을 겪은 뒤 그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고 싶은 욕심에 꼭 해보고 싶단 마음이 생겼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ad}   재난 상황을 다룬 영화인데다 대역을 거의 쓰지 않은 탓에 배우들의 '고생길'이 당연한 듯 그려지지만, 정작 이광수는 촬영 현장이 그리도 좋았단다. 물론 육체적인 힘듬은 있었다. 경험해볼 수 없는 상황을 촬영하다 보니 먼지나 추위도 상당했지만, 전작부터 재난 영화에 도가 튼 감독과 스태프들은 역시 베테랑답게 1인용 욕조를 준비,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이내 풀 수 있게끔 준비했다. "정말 많은 배려를 받으며 촬영했던 것 같아서 힘듬보단, 따뜻함과 감사한 마음을 많이 갖게 됐다"고. 배우들과의 호흡도 그에겐 자랑거리였다. 각자 상상하는 것이 다름에도 이를 표현해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개개인의 관계와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한 번 더 느끼고 배웠다는 이광수다.  "이번 작품을 하며 동료에 대한 중요성, 고마움과 감사함을 더욱 느꼈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연기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하는 이광수다. 사실 이광수는 대중에게 코믹하게 비치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를 직접 대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똑같이 장담할 만큼 진중하고 생각이 깊으며 겸손한 사람이다. 이에 "현장에서 진지하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런닝맨' 에서보다는 상대적으로 말이 없다 보니까 그렇게 해주시는 것 같다"고 멋쩍어한다.  개인적으론 그저 "친근한, 친구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그다. 어찌 보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 같은 원대한 이상은 갖지 않는다. 목표를 두고 쫓아가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이광수가 추구하는 것은 지금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지내다 보면 언제가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완성돼 있을 거란 믿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가족 같고, 친구 같은. 그런 정감이 가고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란 소박한 바람이다. 이는 착실하고 겸손한 배우 이광수 본연의 모습이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