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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설경구가 느낀 '불편함'의 정체 [인터뷰]

    배우 설경구의 가치관은 확고하다. 혼동 속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제대로 판단하고, 타인의 고통에 마음으로 뜨겁게 공감하며 연민할 줄 아는 이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추악하고 뻔뻔한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극 중 설경구는 가해 학생의 부모이자 변호사인 강호창을 맡았다. 그동안 비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소원' '생일' 등에서 피해자 부모 역할을 맡아 고통과 연민을 이끌어내던 그였기에, 가해자의 부모 역할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의외였다. 늘 피해자의 편에 서서 마음으로 함께 울고 공감하던 이의 변모된 지점은 새롭고 낯설기 짝이 없다.  설경구는 "강호창이란 인물에게 강렬함을 느끼며 접근하지 않았다. 평범한 한 한생의 아버지로 접근했고, 진행되는 과정과 상황에 의해 변화되는 모습이었기에 평범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보통의 아버지로 시작했던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가 느끼기에 강호창은 계획하고 설계해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저 상황에 맡기려 했다. 그는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강호창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억울함'에 집중했다. "우리 아이는 주동자가 아니라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했을 것이고 직접적인 가해는 하지 않았다고 아들을 믿는다. 네 명 가해 학생의 이름 중 가장 마지막에 제 아들이 쓰여있다고, 그건 용서해줄 수도 있었던 거라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변론을 한다. 참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감상이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부모지만 가해자의 마음으로 연기하지 않으려 했다. 능력 없는 변호사에 닥친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였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아이의 부모다. 그래서 끝까지 평범한 아버지여야 이야기에 더 몰입될 수 있고, 자신이 스스로도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괴물처럼 변해가고 있음이 드러나게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막상 강호창을 연기하며 설경구는 모호하고 복잡해졌다. 그 역시 부모로서 필사적으로 제 자식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는 강호창을 온전히 공감하기도, 그렇다고 공감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탓이다. "머리로는 정의롭고 싶고 의연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게 또 부모가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되고, 강호창을 마냥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이해 못 할 부분도 없다는 것이 참 모호했다"고.    그가 촬영 내내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극 중 피해 학생의 부모 역을 맡은 문소리와는 그토록 절친한 사이임에도 촬영 내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할 정도였다. "작품을 같이 안 하더라도 같이 밥먹고 술 먹고 수다 떨고 그런 여동생 같은 사이인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할 땐 밥은커녕 길게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감히 말을 붙이기도 안 붙이기도 이상했다. 이 영화 속에서 제가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범접하질 못하겠더라"고.  아이들의 가해 장면을 보는 것도 괴로워한 그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도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영화라서 절제된 부분이 있고 실제론 저런 괴롭힘이 더욱 심했을 거란 생각에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는 그는 "이 영화가 5년 전에 촬영된 영화인데 여전히 '낡은 이야기,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정말 바라고 싶지 않은 상황이고 끊임없이 분노하고 계속 상기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시사할 때 그는 눈이 시뻘개질정도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극 중 문소리가 자살 시도를 한 자식이 중환자실에 놓여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뺨을 때리는 순간부터 감정이 훅 솟구쳤다는 설명이다. "그때부터 터지는데 답답하고 속상하고 분노가 막 올라오면서 참으려고 했는데도 눈물이 터지더라. 이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인 마음이 너무 복합적으로 올라왔다"는 그는 어느덧 또다시 울컥한다. 역시나 이 모습은 익히 아는 설경구다. 살갑진 못해도 속 깊은 정이 있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 말없이 함께 울어주는 사람. 언제나 다름없는 그 모습을 보니 괜한 안도감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설경구는 "이 영화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함께 딛고 이겨내려는 시선이 아니라, 어떻게든 덮으려는 가해자의 입장을 보여주며 진행되는 점이 차별점이다. 물론 모든 부모가 그러진 않을 것이다. 분명 뉘우치고 후회하고 용서를 바라는 부모도 있을 텐데 우리 영화 속 부모들은 모두 극단의 상황으로 간다. 하지만 저는 가해자를 보며 도리어 피해자에 이입됐다. 가해자의 민낯을 보여주며 선택에 대한 딜레마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악마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고발하는 영화"라고 확고히 정의했다. 또한 그는 강호창과 아들 한결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으로 냉철하게 확신했다. "그 순간은 덮어질지 몰라도 그들의 인생은 결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진 못했을 것이다. 마음의 징벌과 자책이 있을 것이고 이미 그 순간부터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이 영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할지라도,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어느곳에서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것이 이 영화의 진정성"이라는 설경구에게서 작품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간절한 진심이 엿보인다. 그렇기에 배우로서의 그의 선택과 삶은 더욱 가치 있다. 그럼에도 "진정성은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작품 할 때도 감독에게 진짜 같은지를 가장 많이 물어봤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며 "저는 뭔가 갖춰진 완성형 인간이 아니기에 계속 실수하고 늘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간다. 계속 이를 반복하며 살다 보면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 제 삶의 가치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큰 단어 같다. 일단 솔직하게 살려고 하고 있다"고 부러 무뚝뚝하다. 알고 보면 이토록 따뜻한 이다.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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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이 느낀 분노 [인터뷰]

    2008년 히타시와 세이고가 쓴 동명의 희곡을 영화화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 사건을 가해자 부모의 시선이라는 색다른 관점으로 그려낸다. 스스로 목숨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뻔뻔하고 추악한 민낯은 참을 수 없는 공분을 일으킨다. 김지훈 감독이 원작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하고, 무려 10년 넘게 이 영화에 매진할 수 있던 것도 그의 마음에 자리 잡은 '분노' 때문이었다. "우연히 이 원작을 접하고 엄청난 분노와 가슴속 소용돌이가 생겼다. 이 감정들이 연출적인 원동력이 됐다. 워낙 탄탄하고 완벽한 원작이었기에 영화로 옮긴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최대한 원작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한국적인 소재의 변형과 현재성들을 고려해 이야기가 입체화될 수 있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계속 작가님과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오랜 시간이 걸쳐 마무리하게 됐을 때의 분노는 처음 느낀 분노와는 또 다른 결의 분노였다. 영혼이 파괴된 아이의 아픔을 세상이 어루만져주지 않고 은폐하고 등한시한다는 것에 분노가 생겼다. 또 저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으며 왜 눈을 감고 있었느냐에 대한 자책이 있었다. 이것이 이 영화를 이렇게 오랫동안 끌고 온 모멘텀이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최근 '타워' '싱크홀' 등 굵직한 재난 영화 이후 김지훈 감독이 선택한 결이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감독은 이번 영화 역시 또 다른 재난의 범주로 봤다. "결은 많이 바뀌었지만 이 영화는 마음의 재난 영화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다른 재난은 회복되고 인간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마음의 재난은 치유될 수 없다"는 마음에서다. 이어 "사실 감독이기 전에 인간이기에 '화려한 휴가'를 찍고 나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제가 행복하고 싶어서 재난을 극복하는 '타워' '싱크홀'을 찍은 것도 있다. 하지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제 연출적인 능력이나 완성도를 떠나 한 아이 아빠로서 '우리 아이가, 세상의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국제 중학교 교사, 변호사. 극 중 가해자 부모들은 명확한 사실과 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한다. 영화는 자식 문제에 있어 부모가 얼마나 뻔뻔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낱낱이 그려낸다. 특히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낯선 관점은 불편한 분노를 유발한다. 감독 또한 두려워하던 지점이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 상황을 바라봐야한다는 것이 낯설고 그 마음에 온전히 들어가고 싶지 않아 계속 헤매고 두려웠다"고. 그 역시 감독이기 전에 아빠이기에 "스스로 내 아이가 가해자라면 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웠고, 그 질문에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는 고백이다.  감독은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에게 영원한 아픔을 주고 영혼을 파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걸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가해자 부모 강호창의 설정만 봐도 그렇다. "가해자의 탈도 썼지만 피해자의 탈도 쓴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는 감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니다. 선별적으로 정의가 달라지는 세상이다. 가해자가 얼마나 어떻게 자신을 합리화하는지, 그런 모습들이 가장 중요한 포커스였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학교 폭력사건, 감독은 단순히 가해자 응징이나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위로라는 일차원적인 접근을 벗어나 근원에 닿길 바랐다.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로 보면 계속 근절되지 않을 것 같다. 또 가해자의 문제로만 봐서도 안 된다. 해결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왜 가해를 하느냐 물어보면 이유가 없다.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그 아이들이 그렇게 놓이게 된 상황은 사회적 제도 여러 가지 환경, 요건을 만들어놓은 부모들과 기성세대 잘못이라고 한다. 왜 가해자가 됐나, 무조건적인 응징과 처벌보다 이런 과정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우리의 노력이 절실할 것 같다." 감독은 극 중 피해 학생 이름인 건우를 계속해서 살갑고 애틋하게 입에 올렸다. "학교 폭력 사례들을 많이 봤는데 너무 두렵고 무섭고 끔찍했다. 아이의 영혼이 파괴되고 주저앉게 되는 과정이나 상황들을 보게 된 것이 제 인생에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는 그의 진심은 "건우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아픔을 오롯이 잘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특히 마지막 호수 절벽 신에서의 건우 장면은 모든 촬영이 종료된 이후에도 3개월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건우에 대한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연출자로선 부끄럽지만 마지막 신을 결정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세네 번씩 그 절벽을 찾아가 호수를 내다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감정 이입이 많이 돼서 정말 힘들었다. 건우는 왜 그 절벽에 서 있었을까. 여길 따라온 한결인 어떤 마음이었을까. 결국 건우의 아픔을 절벽 속으로 던지게 했는데 잘 표현됐는진 모르겠다. 절벽에서 건우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하는 최소한의 마음이었다." 건우의 마지막 눈빛이 관객에 잘 전달되길 바란단 간절한 당부를 건네는 떨리는 목소리에 그가 얼마나 선하고 다정한 사람인지 엿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사실 '화려한 휴가' 때는 촬영장에서 많이 울었다. 당시 30대 중반이라 어리기도 했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이번엔 제가 비겁하고 미안한 마음이 커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어른으로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방관하고 외면했던 마음이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한다. 어른으로서 느낀 부채감, 이에 대한 분노와 자기반성을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에 진심 어린 사과와 위안을 건네는 감독의 모습이 의미 깊다.    사진=마인드마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