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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홀' 김성균, 감쪽같은 평범함 [인터뷰]

    일상의 보편성, 평범함을 연기하는 배우 김성균의 모습은 감쪽같다. 특히 그가 평범한 이웃으로 변했을 땐 마치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을 준다. 그만큼, 평범함에 녹아든 그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재난 상황에 놓였다.   '싱크홀'(감독 김지훈)은 도심 속에서 벌어진 초대형 싱크홀 현상으로 인해 빌라 한 채가 지하 500m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난 영화다.  김성균은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보통의 직장인이자, 11년 만에 자가 취득에 성공한 평범한 현실 가장 동원 역을 맡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부푼 꿈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소재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고 말문을 연 김성균은 "지금까지 재난 영화 중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소재였고, 슬픔과 고생이 있지만 재치도 잃지 않는 영화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점, 그것이 사람이 지닌 본성이자 긍정 에너지가 아닐까 싶었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실제로도 영화는 재난이 벌어지는 상황 이전에 동원의 거주 공간인 청원빌라 내 주민들과의 관계성이 더욱 세밀히 그려지고 능청스럽고 유쾌한 주민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강조한다. 이에 재난 발생 후에도 생존자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좌절하기보다 생존을 위해 진흙구이 통닭을 해 먹는 등 함께 모여 연대하며 더욱 끈끈해진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김성균은 "이 시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화두, 재난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야겠단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이 발생한 만큼 애틋하고 안타까운 장면도 빠질 수 없었다. 촬영 당시에는 많은 감정이 표출되는 신을 찍기도 했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정서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훑는 정도로 편집됐다며 "자칫하면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부분도,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게 잘 그려졌다"는 설명이다.  그가 연기한 동원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가장이다. 이사온 첫날부터 사사건건 트러블이 생기는 이웃집 괴짜 만수(차승원)를 질색하면서도 내색 않는 소심함부터, 처음 마주친 이웃집 꼬마에게 살갑게 눈인사를 건네는 작은 제스처까지 그야말로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세 식구의 외식 도중 아내가 화끈하게 대리비를 쏘겠다는 말에 환하게 웃으며 그제야 술을 마시는 모습도, TV 연결이 안 된 새집에서 TV를 보겠다고 떼를 쓰는 아들에게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주며 대처하는 모습도 흔한 아빠의 모습이다.  오히려 특색없는 평범함을 연기해야 하기에 배우로서는 표현의 한계가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김성균은 "처음엔 특징적인 아빠의 모습으로 연기하려 했다. 아내와 아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빠면 어떨까 싶었는데, 오히려 가장 평범하게 연기하는 것이 다른 캐릭터들을 재치 있게 돋보이며 그들과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생길 수 있단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이처럼 평범한 인물이 아들을 향한 부성애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더욱 진하고 사실적인 감동을 준다. 김성균도 아이 둘을 기르는 아빠인 만큼 상황에 더욱 몰입했다. "이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해야겠단 간저한 마음이 실제로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표현이 됐다. 내 아들이라 생각되니 실제 아역 배우 어머니가 현장에 있는데도 조심하라고 소리치고 혼내게 되더라"고. 이어 김성균은 "아이가 태어나면 부성애나 모성애는 본능적으로 생기더라. 누군갈 지켜야겠단 생각이 많고 요즘은 호르몬 변화도 생기는지, 육아 프로그램만 봐도 눈물이 난다"며 너스레였다.    {ad} "세트의 완성도가 CG퀄리티를 결정한다"는 김지훈 감독의 지론은 대규모 풀세트로 발현됐다. 빌라와 각종 편의시설 등 총 20여 채의 건물을 5개월에 걸쳐 지었고 그렇기에 더욱 익숙하고 사실적인 공간감이 구현됐다. 김성균의 세트 자부심도 알 만했다. 그는 "우리는 블루 스크린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공간이 세트로 채워지고, 침하된 땅 벽면도 실제로 거대한 가벽을 설치했다. 그렇기에 배우들도 공간감을 느끼며 촬영했고, 어느 블록버스터 부럽지 않았다. 소위 배우들 놀이터라고 하지 않나. 정말 많은 돈을 들였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 자랑하고 싶은데 아직 개봉 전이라 참고 있다"며 으쓱한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각종 해외 영화제 러브콜에 이어 아시아 13개국 판매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재난 영화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줘도 손색없고,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메시지와 거부할 수 없는 유머",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희극과 비극의 조합으로 만난 새로운 재난 영화"라는 등 호평 일색이다. 김성균은 "해외 사람들이 우리나라 콘테츠를 보고 되게 재밌어하고 흥미로워하시는 걸 봤을 때, 우리만의 정서가 좀 더 세련되고 높게 평가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느껴진다. 그런 부분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기대했다.  상업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에서 80년대 부산 깡패로 변신해 살벌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이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순박한 대학생의 모습부터 장난기 많고 코믹한 아저씨의 모습까지 김성균은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매 작품마다 다양한 얼굴을 보이면서도 그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김성균은 "크게 대단한 변화를 생각하지 않는다. 전작을 빨리 털고 새로운 작품에 집중하는 편이다. 스스로 평가했을 땐 그리 잘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저는 한계에 조금씩 갇히고 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끊임없이 지금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가 말하길 예전엔 저를 불러주는 곳에서 주어진 배역을 연기했지만 이젠 스스로 원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단 욕심도 생겼다. 어떻게 보면 동원이 그런 연장선에 있는 인물이었다.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보편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아직 그걸 잘하진 못하지만, 잘해보고 싶단 욕심이 있다"고.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지만, 그럼에도 연기를 갈망하며 행복을 느끼는 배우 김성균이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