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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2' 신시아, 이름마저 신비로운 新마녀의 탄생 [인터뷰]

    배우 신시아. 시작할 시에 맑을 아, 맑은 시작을 나타낸다는 이름 뜻마저 탁월하다. 무려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로운 마녀로 발탁된 신비로운 그녀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는 한국형 여성 액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돌연변이 초인이라는 독특하고 기묘한 세계관과 강력한 액션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더욱 방대해진 마녀 유니버스의 두 번째 포문을 연 신예 신시아는 초토화된 비밀 연구소 아크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녀' 역할로 타이틀롤을 맡았다.  전작의 팬이었던 그는 '마녀 2' 오디션 공고를 보고 고민할 것도 없이 지원했다. "합격 결과를 듣기 전까지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던 신시아는 '마녀'가 된 것에 대해 "평생 잊을 수 없는 귀중한 선물 같은 기회"라고 정의했다.  전작의 '마녀' 자윤(김다미)이 평범한 고등학생 신분으로 살아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소녀는 극비 프로젝트의 실험체로 평생을 갇혀 지냈다. 세상과 격리된 삶을 살았기에 소녀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표정 변화도 크지 않다.  신시아는 "소녀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특이한 인물이라 스스로 많은 질문을 했고, 소녀에 대해 연구를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이런 것들이 방해가 되더라. 오히려 '무'의 상태로 소녀를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모든 걸 다 버리고 비워진 상태로 연기하려 했다"고 전했다.  감정의 절제는 결코 쉬운 연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녀의 무감각함과 때때로 드러나는 아이같은 순수한 모습부터 내재된 파괴 본성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까지 신시아는 신비로운 이미지와 무언가를 담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표현해낸다. 신예로서는 퍽 놀라운 연기력이다.  이같은 평가에 쑥스러워하던 신시아는 "감독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넌 소녀야'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제게는 스스로 믿고 연기할 수 있는 용기가 되는 한마디였다"고 했다.  그가 연기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소녀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소녀에 대해 참 많은 감정이 들더라. 소녀의 결핍이나 상황들이 참 안타까웠다. 저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다. 소녀는 그런 표정을 느끼는 것조차 어색해한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너무 슬프고 마음은 울고 있는데 소녀는 그렇지 않을 때 이런 감정들을 떼어내는 순간들이 좀 어려웠다"고. 그랬기에 "연기할 때는 비워진 상태에서 절제된 최소한의 감정만 갖고, 주어진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방식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신시아에게 소녀는 "세상 밖에 나온, 알에서 깨어난 조그만 새"와도 같았다. 이름조차 없는 '소녀'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면 '아가새'라고 불러주고 싶단다. 그리고 아무 감정도 알지 못하는 소녀를 그저 말없이 안아주고, 사랑이란 감정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고. 이처럼 맑고 따스한 감성을 지닌 그다. 연기할 때 아무리 감정을 절제했다지만, 이런 배우 본연의 면면이 극 중 소녀의 순수성으로 발현된 것일 테다.    물론 소녀의 본성이 깨어나는 신에서의 파괴력 또한 놀랍고 강렬했다. 압도적인 힘과 분노를 간결하고 고요한 무표정으로 분출하는 것은 감탄을 부르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신시아는 "절대적 힘을 가진 능력자인만큼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소녀는 과한 동작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간결하고 짧은 동작에서 아우라가 느껴져야 하기에 한 동작을 몇백 번씩 반복하고 연습하며 느낌을 찾아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제 동작과 CG가 결합된 결과물을 봤을 때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며 "제가 상상하며 연기했던 부분이 생각보다 몇십 배는 더 멋있게 나와서 놀랐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영화 속 소녀의 이미지와는 달리 신시아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그 나이대의 발랄함과 더불어 겸손과 감사의 미덕을 알았다. '마녀 2' 주인공 발탁이라는 이유로 신인인 제게 쏟아진 관심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보다 감사와 영광의 마음으로 깊이 새기는 자세가 그렇다. 영화 인터뷰를 한다며 밤새 손수 준비한 사탕 과자 꾸러미를 준비하는 마음도 살갑고 섬세하다. 의외로 강단도 제법 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가족들과 뮤지컬을 보러 갔다. 긴 인생을 산 건 아니었지만 17년 인생 살며 그렇게 전율이 일고 압도당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한 번만 더 보고 싶단 마음에 그 주에 또 보러 갔다. 그렇게 5번을 더 봤다. 그 이후로 뮤지컬과 연극에 빠져서 일주일 동안 4편씩 챙겨봤고 자연스레 애정이 깊어지며 확신이 생기더라. 내가 이 무대에 작은 일부분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내 삶을 올인해도 행복하다고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봤던 작품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부모님께 배우가 되겠다고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았다." 배우를 꿈꾸게 된 신시아의 스토리다. 이 일화를 보면 강단도 제법 있다.  스스로 어떤 배우라고 정의하는게 아직 어렵다는 그는 "하지만 항상 고민은 했다. 가장 큰 소망은 배우로서 다양한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때 이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휩쓸려 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중심을 잘 지키는 배우가 되려 한다"고 했다. 이미 완벽하게 준비된 자세다. 신시아의 맑은 시작이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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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 진짜를 아는 이상용 감독 [인터뷰]

    이상용 감독은 '진짜'를 안다. '진짜'를 추구하기 위한 그의 진심과 노력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관객은 여기에 기꺼이 끌렸다. 데뷔작 '범죄도시 2'로 확실한 각인을 새기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상용 감독이다.  나쁜 놈 잡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를 필두로 한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평화를 해치는 범죄조직을 소탕하며 통쾌한 재미를 선사했던 영화 '범죄도시'(2017). 화끈한 액션과 유머, 인상 깊은 악역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생생한 조화로 수많은 유행어와 패러디를 양산하며 청불 영화임에도 688만 관객을 동원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작품이다.  당시 조연출이던 이상용 감독은 강윤성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범죄도시2'의 연출을 맡게 됐으니 작품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시리즈 확장판의 기로에 선 만큼 그가 느낀 책임과 부담감은 상당했을 테다. "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단 말이 너무 많지 않나. 어떻게든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무조건 잘 만들어야겠다, 욕만 먹지 말자 이 생각뿐이었다."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만의 색과 맥락을 이어가되 식상함을 탈피해야 한단 목표였다. 그가 말하길 '범죄도시'는 주인공의 내적갈등이나 핸디캡이 없는 영화다. 마석도 캐릭터가 지닌 우직함은 범죄자를 잡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이를 유지하며 어떻게 변별점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잡은 키워드는 '마석도가 해외를 나간다'였다.  "'범죄도시' 1편의 이야기를 서부극으로 봤다. 가리봉동이라는 공간에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마석도라는 보안관이 있다. 여기에 장첸 무리들이 와서 가리봉을 헤집고 살인을 저질러 이 평화로운 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이 평화를 되찾기 위해 장첸을 잡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가리봉동을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설명이다.  전편 역시 범죄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감독은 해외에서 발생했던 여러 범죄 사건들을 면밀히 조사했다. "어떻게 빌런을 만들까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서 막 나가는 범죄자가 대부분이더라. 그룹을 지어 세력을 확장시키는 개념이 어렵기에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주변 사람들을 취할 땐 취하고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돈에 집착하고 이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인물을 구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빌런이 바로 강해상(손석구)이다. 울분과 독기가 가득하고,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냉정하고 비릿한 눈빛은 흡사 굶주린 짐승의 것과도 같아 보였다. 이상용 감독은 "손석구 배우의 눈빛이 정말 다채로웠다. 어떻게 보면 서늘하고 차갑고, 한편으론 선하고 어리숙하기도 하다. 힘들이지 않고 내뱉는 대사에서 오는 나이브함, 그런 묘한 매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대 난제이기도 했던 빌런의 구축 이후에는, 마석도가 얼마나 통쾌한 액션을 펼칠 것인지가 중요했다. "'범죄도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기조는 마석도가 악인을 잡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나 박진감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느껴질 것인가에 있다. 애초에 이 시리즈의 목표는 응징에서 오는 통쾌함이다. 이에 맞춰 액션과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감독은 마석도를 기준으로 봤을때 세계관이 확장되려면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죄자 인도를 위해 해외로 나간 마석도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납치 살인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고, 베트남 공안들의 제재에도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이 영화를 관통하는 느낌"이었다고.    '나쁜 놈' 잡는 '괴물형사' 마석도의 투철한 정의감은 통쾌하고 거침없는 응징 액션과 만나 관객을 안도하고 열광케한다. 더욱 강력해진 마석도의 원펀치 액션은 쾌감 그 이상의 흥분감을 선사한다. 이와 더불어 이번 시리즈에서 더욱 두드러진 금천서 강력반 식구들의 단합 '케미'는 시리즈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훈훈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감독은 "전반부는 마석도와 전일만(최귀화)의 버디 무비 형식이다. 둘이서만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흐름이라면, 후반부로 넘어와서는 강해상이 저지른 납치극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동시간대 동시다발적인 이야기 구조를 택했다"고 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좀 더 쫀쫀하고 스피디하면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어지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마석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다른 형사들의 활약상이 필요했다. 덕분에 더 업그레이드된 강홍석의 활약, 오동균의 고군분투, 전일만의 유머 상황도 고루 담겨 마석도 라인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빌런의 구축 과정부터 주인공 주변의 인물 라인들, 조연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퇴장할 것인지에 포커스를 두며 구성을 짜는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는 감독이다.  그가 극히 일부만 전했을 일련의 과정 속에 엄청난 노력과 세심한 애정이 드러난다. 감독은 강윤성 감독이 제게 건넨 진심 어린 조언을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진짜가 과연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것을 위해 어떤 걸 버려야 할지 생각하라"는 말이었다.  이에 이상용 감독은 촬영 내내 '진짜'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 스태프들과 소통했다. "제가 경험 많은 연출자가 아니기에 무엇이 됐든 진짜를 찾고 싶었다. 찾는 과정 안에서 모든 조언들이 합쳐졌고, 모두가 합심해서 빈틈을 메웠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의 아이디어와 힘이 모여 만들어진 영화"라는 그에게서 각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전작에 이어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한 인물들과 도시의 생경감을 완성하며 시리즈 영화로서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알린 '범죄도시 2'는 이처럼 '진짜'를 추구했던 감독의 진심이 통한 탓에, 개봉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로 흥행 질주 중이다. 이상용 감독은 모든 게 관객 덕분이라며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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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 손석구, 마치 굶주린 짐승의 울분같이 [인터뷰]

    무자비하고 잔악무도하다. 피비린내가 풍겨져 나오는 듯한 비릿한 표정과 눈빛까지 섬찟하고 압도적이다. 인간의 탈을 쓴 굶주린 짐승의 울분, 그 두려운 이미지를 감쪽같이 표현해낸 배우 손석구다.  다시 돌아온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 식구들이 마주한 새로운 빌런 강해상(손석구). 그는 베트남 일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 살해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사체 훼손까지도 서슴지 않고, 함께 일한 동료까지 주저 없이 살육하는 인물이다. 그 마석도 형사까지 나름 꽤 애를 먹을 정도다.  전편의 빌런인 연변 조폭 장첸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기에 '범죄도시2' 제작 당시에도 새로운 빌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컸던 게 사실. 손석구는 첫 등장 신만으로도, 보란 듯이 압도적이고 잔인한 존재감을 떨치며 강렬한 각인을 시킨다. 역대급 빌런의 탄생이다.  손석구는 공공연히 얘기한 바 있을만큼 '범죄도시' 전편의 열렬한 팬이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류의 형사물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모든 엔터테인의 극치였다. 이후로도 자주 보고, 우연히 보게 돼도 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영화였다. 매 장면이 다 재밌고 엄청난 팬이었다"고. 막상 '범죄도시2'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땐 의외로 꽤 고심했다.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액션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편 강윤성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이 지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결국 그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특징은 악역 캐릭터의 전사를 철저히 배제한다는 점이다. 관객에 일말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오롯이 악인의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악행에 대한 섬뜩함과 공포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의와 응징이 시리즈의 굳건한 기조다. 막상 해당 역할을 맡은 배우 입장에선 여간 고심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손석구는 "돈에 대한 집착이 잘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할 때 엄청난 피해의식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늘 울분에 차 있고, 그렇기에 별거 아닌 것에도 트리거가 당겨지며 눈이 한 번 돌면 앞뒤를 안 재고 감정적으로 표출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저만의 설정을 구축했다.  그렇게 설정하니 원래 시나리오에 쓰여진 강해상과는 상충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뭐라 해야 될까, 맞는 표현인진 모르겠는데 좀 더 얌스러웠다"고. "욕도 찰지게 더 많이 하는 캐릭터였는데 제가 감독님께 욕은 좀 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대신 한 번에 충격을 주는 욕설 신을 넣자고 했다. 도로에서 강해상이 순경을 찌르고, 공포에 쌓인 시민들에게 유일하게 욕을 하는 신이 있다. 제가 실제로 겪었을 때 무서울 것 같은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극 중 강해상이 입는 주황색 옷도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막 잔인하게 찌르는 사람이 있고 제가 그 상황을 실제 목격했을 때 아는 누군가에게 이를 전달한다면, 그 첫 마디가 '주황 점퍼 입은 미친놈이 길에서 그랬다더라'고 나오지 않겠나. 그러면 더 기억에 각인될 것 같아 그 컬러를 떠올렸고, 의상팀이 제작해주셨다. 막상 입고 찍어보니 너무 마음에 들고 뿌듯했다"는 그다. 손석구는 이처럼 흥미롭고 사실적인 디테일을 추구하며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그의 연기 모토이기도 했다. "진짜같이 보였으면 좋겠단 바람"이다.    강해상 몸에 새겨진 타투 비화도 재밌다. "다양한 콘셉을 많이 시도했다. 문신 두께랑 진하기 정도까지 일일이 바꿔가며 정했다. 처음에 저는 물고기나 문어 같은 이상한 거에 꽂혔는데, 타투 실장님께서 한문으로 된 글자를 보여주셨다. '한 번 복수를 시작하면 지옥까지 쫓아간다'는 뜻이었다. 강해상과 너무 잘 어울려서 '그걸로 하시죠' 했다." 10kg도 증량했다. 무조건 많이 먹었단다. 첫 액션도 화려함보다는 리얼함을 원했다. 특히 마석도와 맞붙는 대망의 버스 신에선, 그의 독기 어린 살벌한 눈빛이 인상 깊다. 이에 대해 손석구는 "다시 마석도를 만난 것에 대한 환희가 있었을 거다.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서 기분 좋은 상태였다. 물론 복수는 못하지만(웃음). 그래도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눈은 계속 마석도를 보고 있다. 이걸 피하지 않으려 했고 그런 표정을 감독님도 원하고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손석구가 추구하는 리얼한 연기관. 이는 울분과 피해의식, 충동감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완성된 강해상의 실체가 그토록 입체적일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별로인 아이디어라도 일단은 던져보고, 이에 대해 눈치 볼 것 없이 얘기하고 즐겁게 소통한 덕분"이라며 겸손이다. 이쯤 되면 연기에 엄청난 진심을 가진 만큼 진지하고 딱딱한 인물처럼 여겨지지만 손석구는 의외의 반전미가 있다. 막상 마동석과 함께 액션으로 맞붙으니 정말 놀랐다며 "몸이 워낙 딱딱해서 거의 쇠 만지는 기분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철판이 들어있는 줄 았았다"며 놀란 눈을 빛내며 감탄하는 모습이나 "액션 감독님께서 근래 가장 마음에 드는 액션이라고 칭찬해주실 때 뿌듯했다. 액션 찍으며 전우애도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말로 하는 연기가 더 편하긴 하다. 썸 타고 그런 건 누구나 다 겪는 거니, 누군가 상해를 입히는 것보단 쉽다"고 말할 땐 영락없이 개구진 미소가 곁들여진다.  손석구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찐 팬'인만큼, 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돋보였다. 그가 말하길 '범죄도시' 1편의 장점은 현실감이었다. 2편은 1편의 모든 장점을 극대화해 확실한 코미디와 액션을 구사하고, 범죄자들이 주는 공포는 더욱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관객이 사랑했구나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전을 확실히 내렸다"며 "시리즈물로서 전략을 잘 짜야 되는데 '범죄도시'라는 크루의 팀워크가 빛났고 브랜드가 정착됐다. 이에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뿌듯해하는 미소가 보기 좋다. 이 정도 '팬심'이면 악역이기에 다음 시리즈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을 법한데 "다시 출연할 생각은 없다. 브랜드가 확고해지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인데, 장첸도 그렇고 강해상도 그렇고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는 캐릭터고 그렇게 해야 의미 있게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이다.  요즘엔 연기하는게 더 편해졌단 손석구다. 예전보다 훨씬 더 숨 쉬듯이 연기하게 된 기분이라고. 다만 스스로 너무 편해지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최근 '나의 해방일지' 등을 통해 쏟아지는 대중의 호감 반응에 대해서도 "들뜨다 보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니까 그냥 '나스러운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나이를 잘 먹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 제 매력에 대해 큰 고민 없이 "그냥 보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라며 미소 짓는데 이미 그 자체로 매력적인 손석구다.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