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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유해진, 백설기의 맛! [인터뷰]

    배우 유해진은 언제나 자연스럽다. 그의 연기도, 유머도, 사람 됨됨이도 억지로 꾸미거나 애쓰지 않고도 어색함 없이 저절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해진이란 이름만으로도 늘 자연스러운 호감과 매력을 이끌어내는 이유다.  어느 누가 어떤 장르를 하고 싶느냐고 물을 때마다 했던 얘기가 "장르를 구별하지 않는다"였던 유해진은 그만큼 좋은 이야기 속에서 연기하고 싶었다. 오컬트 장르는 사실 스스로 무서워서, 궁금은 해도 직접 하게 될 거란 생각은 안 해봤단 그가 이 장르에선 독보적인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에 응한 것은 결국 이야기의 힘이 컸다. 거액의 제안을 받은 무속인, 풍수사, 장의사가 악지에 묻힌 묘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파묘'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요즘은 익숙한 것만 하지, 이렇게 신선한 소재의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 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 장르와 접목시켜서 풀어내는지, 또 어떻게 구현해낼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들더란다. 이전까지 장재현 감독의 전작을 보며 든 생각은 '낯섦'이었으나, '파묘'를 통해 "낯선데 희한한, 그리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극 중 유해진은 그만의 유쾌함과 세심한 관찰력이 투영된 장의사 영근 역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풍수사, 무당 등 범상치 않고 기쎈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그만의 디테일과 캐릭터성이 절로 살아난다. 이를테면 불길한 기운을 감싸고 결국 시작된 첫 파묘에서 대살굿이 요란하게 펼쳐져 시선을 홀리는 와중에도 영근의 걱정 어린 긴장감이 찰나에 드러나는 거다. 마침내 이를 끝내고 풍수사 상덕(최민식)에 '긴장 풀라'고 가볍게 다독이는 말투에서는 영근의 다정한 인간미와 두 사람의 깊고 오랜 관계성을 포착하게 한다. 참 묘하다, 별거 아닌 표정과 제스처에도 유해진은 그 인물의 깊이와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다른 인물들이 화려하고 분명한 색을 지닌 무지개떡, 시루떡 같았다면 본인은 백설기 같았다고 맛깔나게 비유한 그는 "백설기가 맛은 없는데 담백한 맛이 있지 않느냐"며 웃었다. 이어 "사실 영근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역할이다. 민식 형이나 고은 씨 캐릭터는 색이 확실한데 저는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객관적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인물, 두 사람이 맥을 끌고 가면 슬쩍 밀어주고, 객석이 궁금해할 것들을 대신 물어봐주는 진행자 같은 역할로 여겨서 큰 차질 없이 흘러가도록 하는 인물"이었다는 설명이다. "색이 분명한 역할도 좋아하지만, 어떨 땐 이런 역이 더 정이 가고 좋을 때가 많다"고.  뚜렷하고 강렬한 이들 사이에서도 영근은 저만의 존재감을 지킨다. 바로 유해진이기에 가능했단 확신이 든다. 그는 가벼운 신에도 그만의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를 티나게 하지 않는다. 초반 영근이 상덕과 등장해 어느 부잣집 집안의 묘를 이장할 때 관에 담긴 고가의 물건들을 보고 취하는 너스레와, 이어 할머니를 잊고 싶지 않았기에 손주가 벌인 행위를 알고 슬쩍 눈가를 훔치는 행위 등도 섬세하게 살아있다. 그는 "영근이 장의사고 늘 그런 일을 해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뎌져 있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제가 느끼기엔 아이의 사연이 짠했고 와닿았다"는 설명이다.    유머를 칠때도 그만의 강약 조절과 노하우가 확실히 있다. '험한 것'을 상대하기 위해 비장하게 길을 나섰지만, 얼굴에 갖은 방어막을 펼쳐놓은 신에서 영근은 더 효과적인 웃음을 주기 위해 손으로 가렸다가 민망해하며 슬쩍 손을 내린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이런 디테일마저 완벽하게 행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은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대놓고 나 지금 웃기려 한다는 건 이 영화 색깔에 안 맞았다. 흐름에 맞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번 작품에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다. 적절한 쉼표를 찾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고. 특히 촬영장은 아무래도 험한 산속에서 땅을 파고, 영안실에 있는 등 늘 스산한 느낌이 묘하게 있었다. 그랬기에 일상적인 사람들, 일상적인 가벼움이 있어야 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던진 마지막 병실 신 애드립에 대해서도 "크게 웃기자는 게 아니고, 한번 정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걸 끝낸 우리의 일상을 보여 주며 관객에 안도감을 주고, 이젠 이런 농담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랍니다, 하고 알려주는 그런 마무리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를 돌이켜보면 제 역할이 마치 '비데같은 존재'였다고 깨닫고는, 스스로 그 비유에 빵 터져 큰 웃음을 터뜨린다.  장례 문화가 바뀌며 이제는 옛 것으로 퇴색되는 장의사란 직업을 연기해본 것도 그에겐 의미 깊은 성과였다. "예전에 '태백산맥'이란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이, 옛 사투리들이 책으로 활자화 돼 남겨졌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처럼 예전엔 선명했는데 흐려지는 것들,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저희 같은 젊은 세대들은 왜 이장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지 않겠나"라며 은근슬쩍 '젊은 세대'란 익살로 다시금 큰 웃음을 준 그는 "이렇게 영화를 통해 보이고 남겨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캐릭터들이 실제 독립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온 설정도 촬영 도중 알게 되며 감탄한 지점이었다. 그는 "이렇게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감독이 참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감독은 배우들 덕을 봤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감독의 천재성이 놀라웠다. 어떻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이런 메시지를 영화적인 상상으로 녹여낼까 싶은 거다. 예전에 연극할 때 연출 선생님도 생각났다. 그분은 '연극은 연극적이어야 해. 그냥 할 거면 뭐 하러 연극해'라는 분이셨다. 그분 연출은 정말 특이했다. 무대여야만 볼 수 있는 연출이었다"며 장재현 감독의 '파묘' 역시 "영화적인 영화"라고 감탄했다.  '파묘'에서 유해진의 진가는 소리도 없이 발휘된다. 강렬하게 시선을 끌지 않아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곳에 녹아있다. 그럼에도 유해진은 "지금까지 다행히 좋은 작품을 만났고,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관객 분들이 뭘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덕분"이라고 한결같은 겸손이다. "연기를 오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는 동안 얼마나 관객들에 이 신뢰와 기대감을 보답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더 책임감도 생긴다"는, 참 좋은 배우 유해진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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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김고은에 홀리다 [인터뷰]

    서서히 사람을 홀리더니 이윽고 꼼짝할 수 없이 옭아맨다. 그저 넋 놓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 역으로 단단히 진가를 발휘한 김고은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국내에서 오컬트 장르의 정수를 선보인 장재현 감독. 김고은은 그의 세 번째 연출작 '파묘'의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퍽 화제였던 감독의 신인 시절 단편 영화 '열두 번째 보조사제들' 때부터 눈여겨봤던 까닭이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충격도 있었고, 단편을 장편으로 영화화한단 소식을 듣고 팬심으로 '망가지지 않고 정말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후 극장에서 제 돈 주고 영화를 봤는데 몰입감도 강했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오컬트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강렬한 등장이었다"고 했다. '사바하'는 주연배우 박정민과의 친분 덕에 시사회로 보긴 했지만, 그때도 역시 국내에서 불모지인 오컬트 영화로 장르의 개척을 했다는 감상과 존경심이 있었다고. 박정민의 강력 추천과 더불어 드디어 장재현 감독의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굉장히 기뻤다는 김고은의 진심이다.  화림은 젊은 여자 무당이다. 이 키워드만으로도 워낙 강렬한 감상이 드는 탓에 배우로서는 주저하거나 고민할 법 한데, 김고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제 무속인 선생님들을 틈날 때마다 찾아가서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시간을 보냈고, 동작들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면 수시로 물었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김고은이 겪어본 적도, 감히 지레짐작 할 수도 없는 인물을 탐구하고 알아가며 체화하는 방식이었다. "제가 얼마나 깊게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겠나. 다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 어떻게 이 길을 가게 됐는지, 선생님들 각각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많이 헤아렸고 이를 기반으로 가져가야겠단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제자 봉길(이도현)을 거둔 화림의 마음에서 드러난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신병을 앓고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을 때, 결국 그를 구원하고 제자로 받아들인 서사에는 안타까운 연민을 기반으로 했다.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을 갖춘 무속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 집중해야할지도 연기의 중점이었다. "사람이 가진 아우라나 프로페셔널한 기운은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는 김고은은 아버지 뻘이나 다름없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에게 개의치 않고 반존대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씩 턴다든지 하는 사소한 디테일을 살리려 했다. 또한 행위를 할 때 무속인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우를 범할까, 촬영장에서도 수시로 선생님들께 영상 통화를 하며 사사로운 것까지 다 여쭸단다. 원혼에 시달리는 아이를 진단할 때 귀에 손을 대고 휘파람을 부는 행동들마저도. 이처럼 세심하고 감성적으로 캐릭터에 녹아든 김고은이다.     만장일치 극찬을 이끌어낸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그야말로 배우의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는 신이다. 하지만 김고은은 "초반에 나오는 신이기에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이 인물이 얼마나 프로페셜한지 관객에 믿음을 심어주는 장면이라 여겼기에 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와 영상을 참고하며 공부했다"고 덤덤히 얘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한국의 굿은 혼을 달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정서를 담으려 했다. 대살굿은 방어의 의미가 있다. 일꾼들을 방어해 주기 위해 대신 살을 치는 굿이라고 생각했기에 실제 무속인 분들도 엄청나게 혼신의 힘을 다해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간이고 쓸개고 다 뺄 만큼 온 힘으로 해야겠단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감독과 최민식을 비롯한 배우들의 찬사에는 "너무 좋게 얘기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좋게 말씀해 주신 것 같다"며 겸손이다.  오히려 선배들 덕분에 안정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손사레다. "연기는 늘 어렵다. 하지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탁 맞아들 때의 희열을 느끼면 정말 행복하다. '파묘'에서 그런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최민식 선배님은 워낙 현장의 기둥처럼 든든히 있어주셨고, 해진 선배님은 정말 제가 욕심 낼 수 없는 저 세상 유머와 위트를 갖고 계셨다. 숨넘어가게 웃었던 순간들이 많고, 조금이라도 선배님의 그런 감각을 뺏어오고 싶단 생각도 있었다. 도현이까지 우리 4인방이 만나면, 너무 자연스럽게 너나 할 것 없이 호흡이 이어지고 대사가 오가면서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됐다. 정말 재밌었고, 아마 선배님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다. 덕분에 저도 에너지를 받고 더 올려서 과감하게 생각하는 대로 이행할 수 있었다." 당시의 기분을 들떠서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참으로 환하고 생생하다.  매 순간, 기대치를 가뿐히 넘기는 김고은의 확장성이 무시무시하다. "사실 늘 배역을 맡을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보다는, 이것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라는 그다.  김고은에게 '파묘'는 오컬트 장르 영화라고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라는 감상이다. "사람이 행한 것을 사람이 달래고,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잔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처음 겪어보는 감개무량한 스코어가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단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여기에 온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의 마음을 이끄는 건 당연한 결과다.    사진=BH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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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장재현 감독의 인생 모티브 [인터뷰]

    동양 무속 신앙, 민족적 풍습을 녹인 오컬트 미스터리에, 가엾은 이 땅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하는 명확하면서도 사려 깊은 가치관까지. 미시적, 거시적 관점을 모두 통틀어 아우른 세 번째 영화 '파묘'로 독보적인 진가를 발휘하는 장재현 감독이다.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거액의 제안을 받은 무속인, 풍수사, 장의사가 악지에서 묘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어릴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보던 감독의 기억에서 시작된 영화다. 당시 오래된 나무관에서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간직했던 감독은 기어코 '파묘'라는 작품을 완성해 냈다. 앞서 "패스트푸드점 창가 너머, 어두운 곳에서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고, 그 신부님의 모습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검은 사제들'의 처음과도 같다. 어김없이 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낸 감독이다.  감독은 이를 두고 "한예종 때 이창동 감독님의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이라며 "항상 말씀하신 것이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하셨다.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만날 수가 없다. 늘 어딜 다닐때 레이더를 많이 키고 다닌다"고 웃었다.  소재에 접근할 때 표피보다 그 안의 코어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한단 감독. 이번에도 '파묘'를 준비하며 이장 현장을 수십차례 쫓아다녔다. 장의사 지도 공부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다 어느 날 근처 수로 공사가 잘못돼 실제 물이 찬 관을 파묘한 현장을 마주했다. 그때 장의사는 그 자리에서 급히 토치로 화장을 했다. 이를 보며 떠올렸다. "파묘란 것이 과거를 들추고 잘못된 걸 꺼내서 없애는 것이란 정서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나라 땅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돌이켜보면 엄청난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이걸 들어내 '파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매우 장르적이고 영화적인 아이템들을 활용해 본질적인 메시지에 도달하게끔 설계한 '파묘'는 감독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고 효과적이다. 이에 쑥스러워하는 감독은 "제가 멜로 감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장에 가서도 잘생긴 장의사와 같이 이장하다 썸 타는 게 눈에 들어오겠지만, 워낙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해서 그렇다"며 재치 있는 입담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며 "밝은 사람이 어두운 곳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신비한 걸 좋아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계속 오컬트 장르를 고집하는 이유도 확실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인이 돼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사랑, 의리, 정, 믿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교회밖에 없더라. 사회에선 절대 그런 걸 얘기하지 않고, 톱니바퀴 돌아가듯 살아간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런 감정등을 얘기하는 것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신이 교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도 새벽기도를 가시던 어머니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많을 뿐"이라는 감독이다. 이어 "희한하게 전작들을 공포 영화라고 하시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무섭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영문 모른 표정이다. 이에 대해 "'검은 사제들'은 인간의 희생이 결국 모든 걸 이길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였고, '사바하'는 그냥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신은 존재하는 것 같긴 한데 왜 사람들은 고통받고 죽어나갈까. 그렇다면 신은 어디 있을까를 떠올리며 만든 영화"라는 부연 설명이다.  '파묘'는 개운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예고편이 무섭게 나와서 문제"라며 익살인 감독은 "우리가 지닌 무의식적인 정서, 트라우마와 아픔을 신구 세대가 조화를 이뤄 시원하게 뽑아내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풍수사 장의사 콤비와 젊은 무당이 조화를 이룬 것도 알고보면 뜻깊다. "실제 서로 다른 세대들이 의존해서 아이를 구하고, 그다음 세대를 구하고, 그들이 살아갈 터전을 청소하는 의미"다.  영화는 총 여섯가지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점층적인 메시지로 도달하기까지 매단계별로 효과적인 몰입과 긴장을 이끌고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 또한 탁월한 선택이다. 감독은 이를 두고 "막을 나눌까 없앨까 고민이 많았다. 편집할 때 미리 키워드를 통해 복선을 던져주는 것이 더 친절할 거란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크게는 두 갈래로 나뉘는 구조에 대해서도 작가적 욕심이 발휘된 것이라고 했다. "극 중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도 있듯, 이야기의 허리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이야기 구성과 구조도 똑같이 해서 연막탄을 만들고 싶었다. 후반부에 대해 호불호도 나뉘었지만, 저는 그것(쇠말뚝)을 육체화시키고 이들과 처절하게 싸우는 주인공들에 초점을 맞췄다. 의도를 분명히 하고 가야 옳은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음양오행의 기운을 담아내기 위해선 심혈을 기울였다. "빛과 어둠, 나무와 불과 흙 등이 나중에 중요한 키로 나오니까 어떻게든 미장센해 넣으려고 발악했다"는 감독은 "음양오행설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도 있고 상극인 관계도 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는 마치 나무 같다. 많이 고통받아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다"고 떠올렸다. 나무로 쇠말뚝을 처치하는 인상 깊은 신이 탄생하게 된 비화다. 이에 감독은 "저는 모든 걸 고증에 따른다. '험한 것'의 움직임과 걸음걸이도 그 시대의 고증에 맞췄다. 무속인이 칼로 뭘 베고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평범한 동네 아저씨, 무당이 어떻게 칼을 휘두르고 귀신을 잡겠나. 보시는 분들은 비슷하게 보실지 몰라도 저는 이런 것들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는 한결같이 지켜온 감독의 뚝심이다. 결국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오컬트 영화로 다시금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감독이다. "'그로테스크'는 인생의 모티브"라 말하는 감독의 독보적인 세계관과, 이로 인해 펼쳐질 확장성이 기대될 따름이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