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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짜릿한 희열과 열락, 황홀경의 연속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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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1-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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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인 색감, 섬세하고 촘촘한 미장센이 황홀하게 시선을 홀린다. 절정에 치달은 아름다움이다. 133분의 압도적인 황홀경을 선사하는 신비롭고 우아한 항일 첩보 액션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시대 경성 거리.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여인 박차경(이하늬)은 은밀히 극장에서 한 여인을 만나고, 두 사람은 담배를 나눠 태운다. 그리고 새 총독 부임식날, '유령'은 임무를 수행하고 웃으며 최후를 맞이한다. 차경은 이를 지켜본다. 일렁이는 비통함을 극도로 절제한 그의 얼굴이 미친듯이 아름답고 죽도록 시리다. 극장에는 새로운 포스터가 걸린다. 조용히 이를 응시한다. '유령'의 시작이다. 


영화는 차경의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조선총독부에 숨어 비밀리에 활약하는 항일조직 흑색단 스파이 '유령'의 정체를 명시하며 그의 시점으로 막을 연다. 그 시작은 매우 정적이고 차갑다. 하지만 우산대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의 방울짐, 타오르는 성냥의 불빛, 희뿌연 담배 연기가 휘감는 모습 등 사소한 모든 신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우아한 황홀감을 선사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흑색단의 총독 암살 시도를 알아챈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가 '유령'으로 의심되는 용의자 다섯 명을 벼랑 끝 외딴 호텔에 가둔채 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며 밀고하도록 하면서 점층적으로 진화된다. 


영화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다섯 명의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점차 역동적이고 뜨거운 온도로 가속이 붙고 과열이 된다. 애초부터 '유령'을 명시한만큼 '유령'이 어떻게 이 함정에서 벗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요동치고, 여기에 혼선과 교란을 주는 다른 인물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며 극적 긴장감은 극도로 치닫는다. 각 인물의 성격을 대변하는 컬러감 또한 뚜렷하고 강렬하다. 이들 사이의 의심과 반전, 대립과 연대는 밀실 추리극의 묘미를 더하는데다 벼랑 끝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이라는 고립된 공간의 이질적인 질감까지 낯설고 매혹적인 감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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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밀실 추리극은 '유령'의 반격이 시작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첩보 액션 스파이물로서의 짜릿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화려한 총격 액션과 불꽃을 내뿜는 화염 액션의 쾌감, 무엇보다 우아하고 절도있는 여성 액션의 진수가 강렬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수많은 '유령'들의 연대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이들의 뜨거운 투쟁과 가치를 알리며 웅장한 감정의 고조를 일으킨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치닫는 통쾌한 액션과 응징 판타지는 억압과 야만의 시대를 향해 토해내는 열성에 가득 찬 사자후와도 같다. 이는 피를 들끓게 하는 짜릿한 해방감과 쾌감을 전한다. 극도의 희열과 열락이다. 


1mm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이해영 감독의 설계는 여성 액션, 밀실 추리, 첩보 액션, 항일 영화의 본질을 모두 꿰뚫고 미학적, 감성적, 시대적 이데올로기 등의 모든 층위들을 아우른다.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찬란함으로 뜨겁고 차가웠던 시대의 비극과 낭만의 애수를 전하는 '유령'이다. 대단히 새롭고 신선한 장르 영화의 변주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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