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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꾸정' 말맛, 캐릭터빨 확실히 세운 신개념 뷰티 코미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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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11-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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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진과 마동석이 만났다. 이번엔 결이 다르다. 화려한 욕망이 도사린 도시에서 괴짜 사업자, 혹은 타칭 사기꾼(?)이 된 마동석이 특유의 능청스럽고 유쾌한 활력을 쏟아붓는다. 재밌는 변신이다. 


2007년, 범상치않은 차림새의 남자가 압구정 구석구석을 산보하듯 걷는다. 엄청난 거구와 반비례하는 엘레강스(?)한 옷차림과 강렬한 빨간 머리,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이다. 그는 압구정 터줏대감처럼 만나는 모든 이들에 가볍게 간섭하고 안부도 전한다. 지나가는 모두가 그를 알지만 누구도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인줄은 모른다. 그저, 압구정 토박이이며 엄청난 인맥을 자랑해 '알아두면 도움 될 사람'으로 통한다. 그의 이름은 강대국이다. 


영화 '압꾸정'은 오프닝 신에서 한 남자가 동네 일대를 걷는 단순한 장면만으로도 '명품을 입고, 제법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종일 어딘가 전화를 하면서 바쁘게 동네를 누비지만, 정작 직업은 없는.' 인물의 확실한 캐릭터성을 효과좋게 전달한다. 


명품관과 고급스러운 카페들이 들어섰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특색이 없던 2000년대 초반 압구정 거리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이제 하나의 산업군이 된 뷰티 성형 비즈니스의 온상인 현재의 압구정 거리가 탄생한 비화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제법 그럴싸한 상상력과 개연성으로 채워간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참견하길 좋아하는 대국은 알고 지내던 조폭이 중국 거대 갑부의 자본을 받아 국내에서 성형 사업, 이른바 K-뷰티 비즈니스를 도모하려 하는 것을 알고 숟가락을 얹는다. 이들이 접촉해서 섀도 닥터(그림자 의사)로 사용하려는 실력 TOP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는 마침 중학교 동창의 동생이다. 이를 잽싸게 기회로 활용한다. 병원 비리 모함을 당해 의사 면허 정지 중인 탓에 누구도 믿지 않는 지우는 입만 살아있는 대국을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차츰 그의 각종 재간(?)에 끌려 어느순간 그를 의지하며 새로운 K-뷰티 비즈니스의 핵심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다. 


영화는 대국과 지우를 중심으로 화려하고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뷰티 비즈니스의 산물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각종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성형 비포 애프터 사진을 최초로 도입한 사례나, 방송 메이크 오버 프로젝트를 기획해 스타성과 화제성을 이끌어내는 등, 이들의 성공 사례는 전문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형 병원과 능력있는 스타 의사들의 탄생 비화를 리얼하게 담아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섀도 닥터, 불법 약품 유통, VIP들의 은밀한 거래 등 뉴스에서 봤을법한 사건들도 연관지어 영리하고 감쪽같이 사실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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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해외 관광객들까지 앞다퉈 몰리는 성형과 미용의 메카 압구정동의 탄생 과정, 자본과 손을 잡은 비즈니스 파트너들, 그 속에 있는 각종 인물들의 욕망과 야망들이 다채롭게 얽혀드는데 이같은 사실감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게다가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의 자유롭고 유쾌한 연기 호흡이 신선하게 어우러져 캐릭터 보는 재미도 있다. 각 배우들은 실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말투와 행동들을 자여스레 녹여냈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동석의 "뭔 말인지 알지?"다. 이는 영화의 시그니처 대사가 되기도 하는데 허세와 입맛이 잔뜩 산 대국이 대충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던지는 말로 의외의 중독성을 자랑한다. 


특히 마동석이 모처럼 주먹을 내려놓고(?) 물만난듯 펼치는 말 맛 퍼레이드가 쉴틈없이 피식 거리는 웃음을 유발하고 다시금 재치에 감탄케한다. 정경호 역시 까칠함을 유지하면서도 찰나 내뱉는 대사와 하찮은(?) 몸짓들이 은근히 웃긴다. 남다른 정보력을 자랑하는 '인싸'이자 '여자 대국'과도 같은 오미정 역의 오나라 또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인물로 뻔뻔함과 사랑스러움을 겸비했다. 기존 배우들의 이미지를 벗어난 듯 하면서도 고유의 개성이 곳곳에 묻어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이렇게 서로 얽히는 인물들의 호흡과 리듬감이 더욱 생동감 넘친다. 

 

인물과 에피소드의 가볍고 유쾌한 결을 유지하다보니 난데없이 등장하는 성형외과 광고 대규모 뮤지컬 신도 어색하긴 커녕 영화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며 흥을 돋군다. 


각각의 욕망이 부딪히며 파국을 맞는 결말은 예측 가능하지만, 화려한 사치와 탐욕으로 물든 이들에게 어울리는 인과응보다. 


화려하고 눈부신 압구정이란 상징적 공간의 이면을 그린 흥미로운 상상력,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살아 숨쉬고 패션과 정서마저 남다른 가볍고 재치있는 영화 '압꾸정'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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