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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사냥' 미친 몰입감, 하드보일드 고어 액션의 절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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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9-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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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한 잔혹감,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개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한국 영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하고 숨 막히는 존재감을 떨치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청불 액션 영화 '늑대사냥'이다. 


2017년, 해외에서 송환된 범죄자들을 집단 인도하던 공항에서 한 피해자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을 비롯한 민간인 등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2022년 현재 대규모 범죄자 송환 작전은 민간인의 접근이 극히 제한된 해상을 택했다. 송환 프로젝트 이름은 '늑대사냥'.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움직이는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 그리고 엄선돼 선별된 강력반 베테랑 형사들. 경계심과 긴장감이 잔뜩 도사린 프론티어 타이탄 호의 핏빛 출항이 시작된다. 


극은 시작부터 프론티어 타이탄호를 탈취하고자 하는 범죄자들과, 무사히 한국으로 호송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형사팀의 극한 대립을 통해 장르적 긴장감을 높인다. 


우선 영화의 '때깔'이 꽤 좋다. 배경이 되는 프론티어 타이탄호의 선박 이미지는 부식된 듯하면서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할 만큼 섬세하고 리얼하다. 색 바랜듯한 필터로 인해 바다의 비린내까지 풍겨지는 듯한 느낌이다. 오렌지 빛깔 죄수복과 손발을 묶는 사슬, 그럼에도 화려한 전신 문신과 각양각색의 거친 비주얼로 통제 불가한 범죄자 집단을 표하는 반항적인 죄수들. 여기에 절대 밀리지 않는 내공 단단한 베테랑 형사 집단의 기세가 팽팽히 맞물리며 팽창 직전의 긴장감을 내내 도사리게 한다. 특히 극 초반부터 같은 범죄자들까지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인 일급 살인 범죄자 종두(서인국)와 호송 작전 현장 책임 형사팀장 석우(박호산)는 가벼이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텐션'을 이끌어낸다.  


콘셉트도 신선하다. 교도소 탈옥수들의 반란은 익숙할지라도 이것이 누구도 꼼짝할 수 없는 배 위에서 펼쳐진다는 전개는 제한적인 상황 속 폐쇄감과 고립감을 높이기 마련이다. 선박 곳곳에 위장된 범죄 조직원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반란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액션 수위는 비참하고 끔찍하다. 다양한 도구와 수법으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육이 벌어지는 참혹한 액션은 시종일관 폭주한다. 미친 캐릭터들의 향연, 선혈 낭자한 핏빛 액션. 끔찍함에 몸서리쳐질지라도 롤러코스터처럼 폭주하는 액션과 긴장은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는다. 엄청난 몰입감이다. 특유의 비주얼과 가늠할 수 없는 전개로 쉼 없이 몰아치는 감독의 노련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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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클리셰를 타파하고 판타지적 전개로 장르를 변주하는 지점은 더욱 효과적이다. 잔혹한 탈주범들의 반란극이라는 하드보일드 액션은 더 큰 공포를 몰고 오는 괴물 같은 존재, 알파의 등장으로 인해 SF 판타지 스릴러로 변모함에도 이질감이 없다. 극 초반부터 알파의 존재감을 자연스레 노출시킨 것은 물론,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끔찍한 생체 실험 역사와 현재 제약회사의 음모가 맞닿으니 괴물의 발현에 제법 그럴싸한 당위성을 주는 까닭이다. 


손아귀 힘만으로도 인간의 머리에 구멍을 내고, 팔을 통째로 뜯어내는 괴물같은 알파의 등장. 오로지 죽느냐, 죽이느냐의 극단적 전개로 치닫는 영화는 그 자체로 엄청난 몰입과 공포감을 유발한다. 이제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고어 액션의 절정, 그 이질감과 낯섦이 너무도 새롭고 파격적이다. 


후반부는 이같은 알파의 등장으로 송환명, '늑대사냥'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각인시킨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새롭게 밝혀지는 이야기 구조도 흥미롭다. 이전까지 제법 얌전한 관찰자 캐릭터로 그려진 이도일(장동윤)과 중앙 해양 특수구조 팀장 오대웅(성동일)의 새롭게 드러난 서사와 대립이 또 다른 극의 전환점을 이끌어낸다. 그야말로 쉴 틈 없는 전개와 차마 눈뜨고 보기 끔찍한 고어 액션의 절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늑대사냥'이다. 또한 영화의 엔딩까지 강렬한 잔상과 여운을 남긴다. 지금껏 벌어진 잔혹사가 빙산의 일각임을 암시하며 '궁금증 증폭장치'를 심어놨다. 


김홍선 감독은 이처럼 가장 날 것의 장르 영화를 독창적이고 새로운 변주로 완성해냈다. "2017년도에 필리핀으로 도망친 한국인 범죄자 47명을 집단 송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고, '만약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면 어떤 드라마틱하고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는 '늑대사냥'의 출발점은,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하드보일드 고어 영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김홍선 감독은 '반드시 잡는다' '변신'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성동일의 가장 효과적인 사용법을 아는 인물이다. 유독 그의 작품 속에서 그동안의 대중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감하게 비틀리거나 다채롭게 변주하는 성동일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무척 반갑고 짜릿한 감상이다. 러닝타임 121분.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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