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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비주얼, 메시지 모두 때깔난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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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8-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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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잘 빠졌다. 때깔 나는 비주얼만 해도 놀라운데 의외로 단단한 메시지까지 갖췄다. 특히 암울했던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사실과 영화적 픽션을 적절히 조합해 더욱 그럴싸한 감상과 몰입을 준다. 과장하지 않고 단 두 인물이 놓인 상황 속 갈등과 대립을 통해 시대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게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이라는 지점에서 더 놀라운 충격과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 '헌트'다. 


1983년 워싱턴. 한국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교민들의 시위가 극렬하다.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의 촉각이 곤두세워질만큼 예민하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불타는 대통령 피켓과 성난 시위대의 모습이 불안감을 더한다. 이때 도청을 통해 '대한민국 1호 암살' 테러를 감지한 이들은 테러범을 제압하지만, 배후를 찾지 못한 채 사살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며 북한 간첩 조직 '동림'의 실체를 파악한 이들은, 무고한 대학교수와 학생들을 고문하며 '동림' 자백을 받아내려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대통령 순방 일정이 노출되며, 조직 내 '두더지'가 있음을 확신한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의심하고 '동림' 찾기에 혈안이 된다. '동림'을 찾지 못하면 '동림'으로 몰릴 처지다. 


영화는 암울했던 시기, 짙은 음습함과 공포심이 어린 안기부 공간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간첩을 조작하는 이들의 방식 또한 실제 역사적으로 이뤄진 폭력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극 초반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사건과 다양한 입장으로 나뉜 세력들이 쉴틈없이 맞붙는 사건 전개는 다소 혼란할 수 있다. 


하지만 박평호, 김정도의 상황이 계속해서 위태로워지고 각각 위기에 몰려 서로를 동림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과 팽팽한 긴장감이 극을 장악하는 순간, 몰입감이 거세지는 동시에 장르적 매력이 효과적으로 살아난다. 여기에 다채롭고 화려한 액션이 수시로 틈을 메꿔 느슨해질 새가 없다. 


극이 진행될수록 대의를 위한 두 남자의 각기 다른 선택과 신념이 드러나는 것이 압권이며, 이들이 일시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클라이맥스의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은 압도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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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군부독재 당시 상징적인 시대적 사건을 영화 스토리에 걸맞게 녹여낸 지점이 교묘하고 영리하다. 북한 전투기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탈북자의 대명사 이웅평 대위 사건을 통해 등장인물의 신념을 효과적으로 대변한다.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은 극의 과감하고 대담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며 두 인물이 놓인 상황과 절박함을 극대화한다. 이는 80년대 배경을 단순히 장르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시대적 아픔과 딜레마를 깊이 있게 다루며 현시점에도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다. 그 자체로 의미 깊다. 감독의 역량과 진심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이정재는 잘못된 신념으로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심리적인 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정우성은 김정도 그 자체이다. 배우 본연의 성정이 묻어난다. 특히 두 사람이 대립하는 신에서 이들을 담아낸 카메라 앵글은 더욱 돋보인다. 조명 각도에 따른 앵글과 그림자의 형태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져 '텐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숨막히는 비주얼의 정점을 찍는다. 이정재, 정우성이었기에 가능한 '헌트'의 미학적 완성도다. 게다가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조우한 이들의 치열하고 강렬한 부딪힘은 그동안 이들이 견고하게 쌓은 연륜과 내공을 새삼 실감케 한다. 시대에 걸맞은 빈티지한 의상과 소품도 그 자체로 멋스럽다. 


치밀한 첩보 액션 스릴러 드라마의 장르적 기능을 충족하며, 믿음과 신념에 갈등하는 두 인물을 통해 개인의 신념이 어디에서 오고, 이것은 옳은 것인지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을 던지는 '헌트'다. 이정재 감독의 재능과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톱배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카메오도 즐거운 볼거리다. 러닝타임 125분.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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