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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과 한산해전, 그 숭고한 의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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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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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숭상하는 성웅 이순신의 시작, 그리고 승리한 역사를 완성한 수많은 의로운 사람들의 고결한 가치. 이것으로 웅장한 전율을 일으키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다.  


1761만 관객 동원, 역대 흥행 영화 1위라는 불변의 타이틀을 지켜온 '명량'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이 베일을 벗었다. 


'명량'이 이순신 이면의 번민과 고뇌를 그리고 고독하지만 굳센 의지의 영웅을 그려냈다면, '한산'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다루며 젊은 이순신의 남다른 면모와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그려낸다. 


1592년 4월, 왜의 침략에 아무 준비도 돼 있지 않던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왕마저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파천한 상황, 백성들은 절망했고 사기가 떨어진 조선군에 더 이상 가망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해상에서 등장한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왜군의 보급물자를 끊어놓고, 왜선을 수장시키며 왜군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들은 '거북선'을 바다 괴물이라는 '복카이센'이라 부르며 두려움에 떨었고, 이윽고 이순신은 1592년 7월 한산섬 앞바다에서 거북선과 학익진법을 활용해 일본 수군의 주력대를 격파하며 압도적 승리를 가져왔다. 


'한산해전'의 의미와 상징성은 특별하다. 당시 절망과 두려움에 빠진 조선군에게 최초의 승리를 안기며 용기를 준 것은 물론,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에 불을 지펴 전국 곳곳에 의병들이 봉기하며 방어에 나설만큼 그야말로 조선의 운명을 바꿔놓은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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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그리고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린다. 영화의 백미인 해상 전투로 가기 이전까지의 스토리는 위기와 갈등,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전작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완성했다. 


우선 이순신의 대척점인 일본 장수 와카자카의 서사를 상세히 그리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탁월한 지략을 갖췄음은 물론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을 가진 인물이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순신과의 전쟁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일본의 승리를 위해서, 더 큰 야망을 위해서 견원지간인 동료 장수도 서슴없이 이용한다. '복카이센'의 공포에 떠는 왜군 장수들마저 "두려움은 전염병"이라며 단숨에 목을 베고 '맹인선'이라 바꿔 부르며 조롱한다.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난 메인 안타고니스트의 존재감은 이순신과 대비를 이루며, 이순신의 영웅 자질과 사람됨을 더욱 부각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또한 와카자카는 첩자를 심어 이순신의 정보와 전술, 거북선의 결함까지 모두 파악하는 등 절대적 존재의 악인으로서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 왜구의 첩자 활동은 첩보전을 보는 듯 긴박감을 형성하고, 곤경에 처한 이순신이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지장'(지혜로운 장수)으로서의 면모를 돋보인다. 


이밖에도 물길만 봐도 흐름을 읽는 노련한 장수이자 충직하고 깊은 성품을 지닌 이순신의 든든한 조력자 어영담, 어떻게든 이순신을 도와 조선의 승리를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거북선의 완벽한 설계를 위해 피땀을 바치는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꿔 조선을 위해 싸우는 항왜 군사 준사, 왜군 진영에 기생으로 잠입한 첩자 정보름과 탐망꾼 임준영. 그리고 사사건건 이순신과 의견 대립을 벌이는 경상 우수사 원균 등 다채로운 인물들의 관계성이 얽혀 들어 이순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 더욱 입체적인 이순신이 그려지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영명한 눈빛과 단아한 선비와도 같은 청고한 기품이 '명량' 속 불처럼 용맹했던 최민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깊은 눈빛은 지혜롭고 고요하지만 흔들림 없는 결단력을 지녔고, 많은 대사를 하지 않음에도 그가 느끼는 많은 감정과 고뇌가 엿보인다. 마침내 '학익진' 전술을 차용할 때는 장수들을 적확한 위치에 배치하는 그의 모습에서 동료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뢰를 엿보게 한다. 무인이면서도 고귀한 품위가 묻어나고 백성과 동료, 부하를 소중히 여긴 어진 성웅으로서의 이순신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같은 포용력은 마치 물과도 같다. 불보다 뜨거운 물이다. 


이윽고 펼쳐지는 한산해전은 단연 압도적이고 웅장한 전율을 일으킨다. 영리한 전술과 각 진영의 대비와 충돌, 여기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정교한 기술력으로 완성한 생생한 디테일도 묘미다. 특히 학의 날개처럼 고고하게 펼쳐진 학익진법과 엄청난 위용을 떨치는 거북선의 등장에선 절로 뭉클한 감동이 피어난다. 


난세와 비극의 상황에서 벌어진 승리의 전투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이 전투의 의미를 '의'와 '불의'의 대립으로 그린 점도 특별하다. 그렇기에 이순신을 비롯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불의에 맞서는 수많은 민초들의 모습까지 그려내며 수많은 '의로운 사람들'의 소중한 가치를 말하는 영화는 그 자체로 기품 있고 장엄하다.  


강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다채로운 인물들의 각축과 공존, 역동적인 드라마와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해상 전투의 대미까지. 절실한 진정성이 담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한산: 용의 출현'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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