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드디어 열린 광기의 판도라 상자 [리뷰] > 리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드디어 열린 광기의 판도라 상자 [리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5-04 16:02

본문

c.jpg

그야말로 대혼돈의 시작이다. MCU 사상 최초로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가 시작됐다. 마블의 세계관은 갈수록 광활해지고, 진입 장벽 또한 버거울 만큼 높아졌다. 돌아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감독 샘 레이미)다.


차원이 다른 공간, 익숙한 듯 낯선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린 소녀의 능력을 뺏어가려는 괴생명체를 마법의 힘으로 봉인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대의'를 위해 소녀의 힘을 괴생명체가 흡수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소멸시키려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과정에서 사망하고 거대한 균열이 생기며 시공간이 뒤엉킨다. 시작부터 대혼돈스럽다. '멀티버스'라는 평행 우주 소재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닥터 스트레인지2', 그야말로 '광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셈이다. 


새롭게 등장한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는 멀티버스의 포털을 열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캐릭터다. 자신의 힘을 컨트롤할 수 없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만 다른 포털로 떨어진다. 자신의 세계로 떨어진 소녀를 보호하고 우주의 균열을 막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멤버인 완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미 어둠의 힘을 깨워 강력한 빌런 스칼렛 위치로 거듭난 그녀와의 숙명적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영화는 개연성과 전개를 순차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멀티버스'라는 광기의 신세계로 관객을 안내하며 이들을 현혹시킨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시각 효과가 애니부터 액체, 고체 등을 아우르는데 독특하고 화려하다.


cats.jpg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멀티버스를 통해 다른 차원의 '나'를 마주하며,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다른 세계의 그는 '히어로'임과 동시에 그의 독단적 행동이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버전의 자신은 대의란 명분으로 어린 소녀를 희생시키려 했고, 또 다른 버전의 자신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어둠의 흑마술을 이용했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그동안의 마블 시리즈 기조인 '히어로적 고뇌'란 명맥을 잇는다. 모든 것의 다른 버전이 존재하는 멀티버스 세계관 속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목적과 행복이 무엇이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모든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택하며 정체성의 의미를 찾는다. 


이처럼 영화적인 메시지는 퍽 심오하고 심도 깊지만, 아무도 접해본 적 없던 광기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운 탓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게다가 그동안 마블이 쌓아온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들, 그리고 수많은 오마주와 레퍼런스들이 평행우주 속에서 충돌하다 보니,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따라잡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폭주하는 스칼렛 위치의 캐릭터 소모다. 빌런으로 거듭난 그에게서 나름의 신념과 연민을 엿보게 하지만, 당위성은 충분치않다. 그동안 완다가 MCU 세계관에서 겪어온 희생, 슬픔, 분노, 사랑, 연대 등의 다채로운 감정이 생략된 채 빌런으로서만 소비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물론 디즈니+의 '완다 비전' 에피소드를 접한 마블 마니아들에겐 납득 가능한 서사이겠으나, 일반 대중들에겐 불친절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변화다. 


가뜩이나 연출을 맡은 샘 레이미 감독이 '이블 데드' 시리즈나 '다크맨' 등에서 선보인 호러 장르적 연출 기법을 이번 시리즈에 적용한 탓에 때때로 스칼렛 위치는 이질적이고 괴기스럽게 비친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그동안 마블 히어로 장르에서 본 적 없는 독보적인 분위기지만 완다를 그저 한낱 호러 영화 속 크리쳐처럼 부각하는 특징적인 신들은 그동안 MCU에서 펼친 그의 활약과 그를 애정하고 연민한 팬들에게는 결코 사려 깊지 못한 연출법이다. 


반면 닥터 스트레인지 곁에서 절친한 동료이자 조력자로서 한결같은 믿음을 주는 듬직한 웡의 모습이 반가울 정도다.


'닥터 스트레인지2'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멀티버스 소재는 마블의 놀라울 만큼 방대하고 경이로운 세계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만큼 거북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적당히 가볍게 즐기던 액션 히어로 팝콘 무비의 무시무시한 진화력이 마니아들에겐 새삼 열광할만한 요소겠으나, 일반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러닝타임 126분. 쿠키 영상 두개.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공감 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