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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해도 외면할 수 없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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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4-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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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가해 부모의 시선이라는 새로운 관점, 여간 거북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결코 눈을 뗄 수 없다. 파렴치한 부모들의 뻔뻔한 작태에 대한 공분, 그리고 괴물을 만든 사회적 제도와 부채감까지 묻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다. 


짙은 안개가 낀 어느 새벽, 호숫가에서 낚시꾼이 발견한 의식불명의 아이. 그리고 아이가 남긴 편지 속 네 명의 이름. 이로 인해 명문 한음 국제중은 소란스러워진다. 사회적 경제적 최상위 1% 부모들의 자녀들만 들어올 수 있는 사립 중학교 교장실에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부모들이 모였다. 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이 학교 교사, 변호사. 사회적 특권 계층을 대변하는 이 부모들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닌 권력과 재력을 총동원해 사건 은폐를 시작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다. 이같은 비극적 사건을 놓고 의례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들의 모습과 분노는 냉정하리만치 단면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더 가엾을 정도다. 


가해자 부모들의 시선과 행위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관점이다. 너무나 낯설기에 불편하고 거북스럽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뻔뻔하고 악랄한 이들의 이기적인 민낯을 빈틈없이 그저 담아낸다. 


해맑고 순진한 듯 보이는 아이들의 악랄한 가혹행위가 점층적으로 드러날수록, 그들 부모의 은폐 행위도 정비례하게 추악해진다. 선망받는 사회적 특권 계층 부모들의 괴물 같은 민낯을 드러내며 자식은 부모의 거울임을 실감케 한다. 피해자의 입장과 아픔은 철저히 외면한 온갖 위선자와 권력자들의 부패한 행위들은 끊임없는 파장 속 긴장과 분노를 유발한다. 


반성하고 옳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인물은 고작 두 명의 어른 뿐이다. 집안 형편을 걱정해 명문 학교에 가지 않겠다던 아들을 기어코 진학시킨 사실을 후회하며 자책하는 건우 엄마(문소리)와 정규직 교사 채용 기회를 신념으로 맞바꿔 사실을 폭로하는 비정규직 교사 송정욱(천우희). 하지만 이들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고 보잘것없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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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일말의 자책도 양심도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변호사 강호창(설경구) 인물 설정이다. 그의 아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 위태로운 경계에 놓여져 저 또한 괴롭고 절박한 상황에 빠졌음에도 결국 변화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처럼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미건조할 정도로 냉정하고 무섭게 가해자의 선택을 좇는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벗어난 전개로 허를 찌를뿐더러,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무서운 이기심을 스릴러 장르적으로 풀어내며 극대화된 공포로 와닿게 한다. 


그러니 영화적 쾌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개가 영 거북하고 불편스럽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기에 더욱 분명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는데는 효과적이다. 괴물을 만든 어른들과 사회적 요소, 그 불편한 실체를 드러내며 관객의 부채감을 자극한다. 자책과 안타까움, 분노를 유발하며 사회적인 화두를 던지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영화다. 빈틈없는 연기파 배우들의 묵직한 무게감도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요소다. 러닝타임 111분.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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