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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아름답고 특별한 로맨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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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4-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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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은 로맨스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시대적 낭만이 가득하다. 한 사람의 삶과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고, 나아가 세상의 편견을 바꾸게 한 신비롭고 위대한 사랑의 힘, 그 찬란한 빛이 휘감긴 특별하고 아름다운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감독 윌 샤프)다.  


19세기 영국의 미술가 루이스 웨인은 의인화된 고양이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인기를 끈 일명 '고양이 화가'다. 불우한 가정사와 더불어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말년에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극의 천재 화가.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이 비극의 천재 화가의 일대기를 다루며 그의 가엾고도 아름다운 삶을 재조명해 특별하고 예술적인 로맨스 영화를 완성했다. 


어딘가 엉뚱한 남자 루이스. 꽤 명망 있는 가문의 장남이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와 다섯 명의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 됐다. 하지만 생활력은 제로에 가깝다. 직접 쓴 오페라 악보와 각종 발명 특허에 열을 올리고, 콧수염으로 숨긴 '언청이'부터 어정쩡한 걸음걸이까지, 엉성하고 허당이다. 성난 황소를 그리겠다고 땅콩을 집어던지고 우리 속에 들어가 소동을 피운 탓에 지저분해진 몰골만 봐도 그가 얼마나 괴짜인지 알겠다. 하지만 그가 순식간에 양손 드로잉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뱉어진다. 완벽한, 괴짜 천재. 영화는 초반부터 효과적으로 루이스 웨인의 캐릭터성을 드러낸다. 


그에게 사랑과 삶을 알려준 평생의 연인 에밀리를 만나는 순간 역시 짧은 서사만으로 운명적 인연을 암시한다. 여동생들의 가정교사로 들어온 에밀리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 벽장 신은 두 사람이 같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이를 함께 어루만지며 극복하게 되는 훗날을 시사한다. 그림밖에 모르던 루이스에게 에밀리는 운명적인 첫사랑이었다. 전기가 '짜릿'하는 느낌, 그러나 이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알 길이 없는 서툰 남자 루이스가 보이는 진심은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에밀리 또한 루이스만큼이나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어른스럽고 다정한 면모로 루이스를 지탱한다. 


세상을 향한 기묘한 시선을 지닌 엉뚱하고 서툰 남자와 그런 그를 주저없이 사랑한 아름답고 다정한 여인, 신분을 초월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황홀한 영상미와 낭만적인 빈티지 화풍에 어우러져 우아한 미장센을 남긴다. 특히 빛을 활용한 따뜻하고 신비로운 감성의 영상미, 실제 캔버스와 동일한 화면 비율로 담아낸 연출은 이들의 뜨겁고 풍부한 사랑을 한 폭의 화폭에 그려낸 듯해 더욱 매혹적이고 예술적이다.  


비록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에밀리의 투병 생활 중에도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은 따스한 미소를 자아내게도 하고, 운명처럼 만난 고양이 피터와의 인연 또한 위대하고 소중하다. 마치 '고양이처럼 엉뚱하고 귀엽고 외롭고 겁이 많고, 그렇지만 용감한' 연인이자 천재 화가 루이스에게 남긴 에밀리의 마지막 당부는 애틋하고도 그가 얼마나 현명하고 강인한 여성인지를 드러낸다. 새로운 굴곡과 관점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 이는 에밀리가 믿고 확신한 루이스의 비범하고 아름다운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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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토록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두 사람의 로맨스로 극 전반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영화는 명암이 너무도 뚜렷하다. 이후부터 확연하게 환기된 스토리는 낯설기 짝이 없고 심지어 갈수록 괴기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제게 사랑과 세상을 일깨워준 아내와 고양이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루이스는 구원받고 무너지는 삶을 반복한다. '고양이 화가'로 세상의 편견을 바꾼 그의 위대한 업적,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그를 지배해온 끔찍한 망상과 환각, 족쇄같은 가장의 무게와 생활고, 간헐적 폭력에 시달리며 정신병을 앓기까지. 비극과 절망의 연속이다. 지독하게 불규칙적이며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극에 드리워진 짙은 명암은 극 전반의 황홀경과 비교하면 철저하게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이토록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낸 루이스 웨인의 일대기는, 도리어 그의 삶이 비극의 연속에도 얼마나 희망적이고 찬란했는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그는 계속해서 고양이를 그렸다. 심지어 정신병원에서 보낸 노년의 삶에도 그는 이를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길 당부했던 에밀리를 향한 그리움과 집착의 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행위를 통해 그는 에밀리가 제게 전한 깊고 위대한 사랑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가 외롭지 않길 바랐고, 천재적인 재능으로 세상의 숨은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포착하며 그림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소통되길 바랐던 연인의 마지막 당부. 비록 루이스 웨인의 단면적 모습은 가엾고 딱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주로 조명받았던 루이스의 정신적 문제는 단지 그가 살면서 겪은 일 중 하나일 뿐이며 오히려 그의 작품 세계를 지배한 것은 그의 삶과 사랑이었음을 강조한다. 


누군가에게는 괴짜로 불렸지만, 누구보다 비범하고 기묘한 시선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신비로운 그림을 그리며, 이를 통해 제 세계를 사람들과 연결하고 소통했던 독특하고 아름다운 예술가, 루이스 웨인과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가득한 영화임엔 틀림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정통 로맨스에서도 탁월한 재주를 발휘한다. 엉뚱하고 독특한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서툰 감정의 발현과 엉성한 몸짓마저도 미친 듯이 사랑스럽다. 게다가 결코 쉽지 않은 실존 인물의 다채로운 내면과 외면 세계를 아우르는 연기력, 특히 헝클어진 백발과 깊이 주름 진 얼굴로 눈물 연기를 펼치는 노년의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의 경지다. 클레어 포이와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케미스트리' 또한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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