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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기품 넘치는 킹스맨의 근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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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2-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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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수호하는 비밀조직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프리퀄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킹스맨의 탄생을 그린 탓에 서사는 방대하고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옛시대에서 풍기는 고전미를 강조하며 독특하고 우아한 킹스맨 특유의 멋을 자랑한다. 새롭고 낯설면서도 반가운, '킹스맨'의 기원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며, 권력과 지위를 누린다면 그에 맞는 성품을 갖춰야 하는 법이다. 이는 옥스퍼드 가문의 신조다.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강인하고 정직한 신념을 지닌 어머니와 아버지, 그 밑에서 자란 꼬마 콘래드는 적십자 구호 활동에 나선 부모를 따라 전쟁지로 갔다가 끔찍한 참변을 목격한다. 갑작스러운 적들의 공격으로 총상을 당하고 목숨이 꺼져가는 중에도 아들이 전쟁 없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어머니, 아버지는 이를 평생의 가슴 아픈 맹세로 받아들인다. 


10년 후, 어엿히 성장한 18세의 소년 콘래드는 누가 봐도 건실한 청년이지만, 아버지 옥스포드 공작에겐 여전히 품에 가두고 지켜줘야 할 자식이다. 위험하고 끔찍한 세상 밖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건만,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콘래드는 계속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나가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시작이다. 영화 초반은 부자간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면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배경을 블랙 유머로 풀어낸다. 실제 세계사에서 벌어진 비극의 참변인 만큼, 이같은 희화화는 도리어 여운이 강하다. 특히 광기의 사제 라스푸틴뿐 아니라 마타하리, 에릭 등 실제 역사적 인물을 모티브로 한 빌런 캐릭터들의 등장은 더욱 기묘한 현실감을 준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비밀 조직 플록에 속한 이들은 유럽 각국에 퍼져 왕을 지배하거나 조종해왔고, 사소하고 유치한 황제들의 자존심 싸움이 1차 세계대전으로 번져 무고한 시민들만 죽어나갔다. 


영화는 전쟁에 지원하지 않으면 겁쟁이 취급을 당하며 놀림받고, 전쟁의 참상을 모른채 그저 가벼운 모험과 성인식 정도로 치부하던 당시 사회적 풍토를 콘래드를 통해 그려낸다. 그렇기에 콘래드가 실제 첫 전장에서 겪은 공포와 두려움을 토해내며 우는 장면은 안쓰럽고 강렬한 공감을 낳는다.


이처럼 영화는 실존했던 전쟁,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의 비틀기를 통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전한다. 나아가 올바른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와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비극에 대해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서 이전까지 '킹스맨' 시리즈를 통해 확립했던 특유의 '잔인하고 통쾌한' 액션으로 점철된 가볍고 유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전쟁에 대한 비극을 알리는 진지한 폭력의 성찰로 깊이를 더한다.


기존 시리즈 팬들이 기대했던 화려하고 잔인한 B급 감성은 자취를 감췄지만, '킹스맨'의 기원을 설명하는 영화인만큼 이처럼 깊이 있는 폭력에 대한 성찰은 더욱 기품 있고 멋스러운 '킹스맨'의 뚜렷한 존재 가치를 나타낸다. 이에 더해 영국인이 저지른 제국주의 야만성을 힐난하고 반성하며 진정한 귀족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옥스포드 공작의 모습 또한 중요하다.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류애를 가치로 한 '킹스맨'의 기원을 나타내는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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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비극을 겪고, 실의에 빠진 옥스포드 공작이 비로소 각성하고 '킹스맨'의 임무에 나서는 순간은 더욱 웅장한 감동을 준다. 특히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한 '킹스맨'의 정보력과 임무 수행 방식 등이 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배제한 채, 예스러운 멋을 풍기는데 흥미로운 고전의 미학이다.   


시리즈 팬들에게는 칼날 슈즈나 킹스맨 요원들의 명칭까지 전통과 기원이 한데 모여 더욱 반갑고 흥미로울 테다. 


옥스퍼드 공작 역의 랄프 파인즈는 우아하고 멋스러운 영국 귀족의 대표적인 모습부터, 실의에 빠진 연약함과 절절한 부성애, 이를 딛고 세상을 구원하는 강인한 신념을 고스란히 아우르며 첫 번째 킹스맨의 매력을 떨친다. 킹스맨 핵심 전략가이자 매력적인 유모 폴리 역의 젬마 아터튼과 최고의 전사 숄라 역의 디몬 하운수까지, 킹스맨 초창기 멤버들과의 탄탄한 '케미'도 만족스럽다. 


완벽한 귀공자 외모의 해리스 딕킨슨은 아버지에 반항하면서도 부친을 향한 깊은 애정과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씨를 지닌 섬세한 감성부터 혈기 왕성한 젊은이의 패기와 좌절까지 현실감 넘치게 담아낸다. 가장 크고 애틋한 여운을 남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광기의 사제 라스푸틴 역의 리스 이판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하고 징그럽다. 민속 무용을 하듯 펼치는 발레 스핀 액션은 이번 영화 통틀어 가장 유니크하고 인상 깊은 액션 신이다.  


평화와 인류애에 대한 가치와 원칙을 고수하며 백년의 전통을 이어온 '킹스맨' 조직의 시초를 그려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기품과 클래식한 멋을 더욱 배가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로 시리즈의 저변 확대와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쿠키 영상은 하나다. 기함할만한 인물의 깜짝 등장으로 소름끼치는 한 방을 남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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