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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효과적인 복합 장르물, 다만 뻔한 결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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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2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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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남자의 '나'를 찾는 과정을 액션과 서스펜스를 품은 스토리로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그 끝엔 멜로의 기운도 강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독특하고 영리하게 표현한 점은 탁월하다.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다. 


늦은 밤, 한 도로. 교통사고 차량에서 한 남자가 깨어난다. 이 남자, 자신이 누군지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웬 노숙자가 차량을 기웃거리며 탐나는 물건을 챙긴다. 노숙자가 부른 엠뷸런스가 오고 병원으로 간 남자는 어깨에 총상이 있음을 발견한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모양이다. 병원을 나선 남자는 주머니 속 단서를 찾아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러다 갑자기 낯선 공간에서 다시 정신을 차린다. 얼굴도 공간도 바뀌었다. 12시간마다 영문 모를 곳에서, 본 적 없던 사람이 된다. 혼란스럽다. 그러나 제 주변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강이안'을 쫓는다. 직감적으로 그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깨달은 남자의 '나'를 찾는 긴박한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유체이탈자'의 바디체인지 소재는 이미 유사하게 그려진 작품들이 꽤 있지만, 이 영화는 몸이 바뀌는 순간 공간까지 함게 바뀌는 확장성을 꾀해 차별화를 뒀다. 또한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며 '강이안'이 거울을 볼때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이 비춰지는 '미러 효과'를 강조해 관객에게도 영리하게 몰입감을 준다. 


초반, 남자가 자신이 바뀌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은 미스테리 스릴러 기운을 풍긴다. 특히 몸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단서를 알아내고 나아가는 과정이 과감하고 빠른 전개로 펼쳐져 긴박감을 더한다. 


추적 액션도 볼거리다. 기억을 잃은 남자의 본능적인 액션과, 그를 쫓는 알 수 없는 무리들이 펼치는 대규모 액션, 그리고 카체이싱 액션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중반부로 접어들수록 누아르의 느낌도 강하게 작용된다. 특히 악인들 무리가 머무르는 장소인 살롱은 몽환적이고 고상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을 품은 곳으로 공간이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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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설정과 시점의 한계로 인해 허점이 발생한다. 또한 국가정보요원들의 마약 관련 내부 비리가 시발점이 된 것이나, 결정적인 순간 갈등과 반목이 발생하는 점 등 뻔하고 익숙한 설정이 급격히 재미를 반감한다. 하이라이트 총격신은 화려하고 스피디하지만, 헐리웃 스타일에 더 어울린다. '국가정보요원'들의 대규모 마약 비리와 총격전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가 영 몰입도를 방해한다. 차라리 가상의 범죄 조직을 중심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면 몰입이 쉬웠을테다. 낯설고 효과적인 전개와 연출로 펼쳐진 매력적인 초반과는 달리 무리하고 식상한 용두사미 마무리를 하는 후반부가 영 아쉽다. 


결국 한계를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액션과 서스펜스를 품은 스토리에 멜로까지 아우르는 복합 장르는 다채로운 감상을 준다. 여기에 모든 주요 배우가 1인 2역을 소화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소화해낸 점도 특별하다. 그 중심에서 1인 7역 연기를 소화한 강이안 역의 윤계상은 초반 다소 어색한 대사나 과장적인 상황들만 제외하면 상당히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행려 역의 박지환은 자칫 튈 수도 있는 감초 연기를 탁월하게 해내며, 뜻하지 않게 결정적인 조력자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누아르 미스테리 서스펜스 극에서 환기가 되는 캐릭터다. 특히 강이안과 그가 긴박한 상황에서도 "핫도그"라는 대사만으로 어설픈 웃음을 주는 신의 호흡이 상당히 좋다. '범죄도시' 때와는 다른 관계 설정 자체만으로도 재밌는 볼거리다. 


박실장 역의 박용우는 고상함과 서늘함을 갖춘 인물의 정제된 모습부터 광기로 폭주하는 모습까지 상반된 이미지를 두루 담아낸다. 특히 윤계상과의 미러 연기는 선과 악의 대립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또한 그의 광기와 폭주는 은근히 괴상하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해서 생경하고 흥미롭다. 조금 더 그 모습이 일찍 발현됐다면 더욱 좋았을 뻔했다. 


여러가지 복합 장르로 풀이했지만, 결국 '나'라는 자아를 찾아나가는 험난한 과정과 그 끝에 도달해 찾은 결론이 나름 철학적이다. 기억과 추억과 사랑으로 인해 존재하는 삶, 이로 인해 성장하고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확정된 만큼, 관람 중에도 할리웃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영화다. 러닝타임 108분.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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