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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개성 넘치는 코믹 성장 드라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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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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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떤 모습이든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이 관계에 대한 고찰을 결코 거북스럽지 않게, 유쾌하고 다정하게 그려낸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제목부터 평범치 않은 재치가 넘친다. 배우 조은지가 첫 장편 연출을 맡았다. 연기할 때만큼이나 연출작 역시 확고한 개성이 드러난다. 


천재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은 7년째 차기작이 없다. 슬럼프다. 업계에서도 슬슬 소포모어 징크스를 수군대기 시작한다. 인생이 따갑다. 전부인은 사춘기 아들 문제로 요즘 들어 호출이 잦고, 현부인은 딸과 함께 유학 중이라 양육비와 생활비도 두 배로 벌어야 하는 기러기 아빠 신세. 여러 압박만으로도 버거운데, 갑자기 제 삶에 끼어든 대학 제자이자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이 저를 사랑한다 고백한다. 그런데 무시할 수가 없다. 그의 습작이 모든 것이 고갈된 상태였던 자신을 다시 마구 요동치게 자극한다. 


영화는 현을 중심으로 인생도, 일도, 사랑도 꼬여만 가는 다양한 인물을 그려낸다. 현의 절친이자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와 현의 전부인 미애(오나라)는 비밀 연애 중이다. 현의 아들(성유빈)은 질풍노도 사춘기가 세게 와버린 상태에서 이웃집 4차원 여자(이유영)와 친구가 됐다. 현과 공동집필을 이유로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한 유진은 그저 좋다. 이 관계가 결국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그 상처까지 제 몫으로 감당해야 함을 안다. 


극 중엔 참으로 다양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누구나 평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고, 끊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 관계 속에서 때론 상처와 아픔도 받고, 때론 위안과 애정을 받으며 인생의 경험치를 쌓는다. 영화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설정들과 관계를 통해 이처럼 보편적인 관계에 대해 정의한다. 


감독은 이처럼 서툴고 어설프지만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을 따스한 애정의 눈빛으로 담아내며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만듦새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간혹 있지만, 보편적인 이야기와 서사를 특유의 디테일한 개성으로 무장해 신선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현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배분한 탓에 각각의 존재감이 확실히 살아나는 점도 영화의 장점이다. 또 이를 통해 각 인물에게서 다양한 공감을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어설픔, 당시 겪은 열병과도 같은 사랑. 짝사랑할 때의 설렘과 이뤄지지 않는 아픔, 애정의 형성, 질투와 후회, 안쓰러운 연민과 조심스러운 위로까지. 영화는 다양한 감정의 공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동성애 코드를 무겁지도, 그렇다고 그리 가벼이 여기지 않고 그저 '보통'의 시선으로 담아낸 점도 감독의 사려깊은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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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열연과 말맛의 조화가 특히 좋다. 류승룡은 그야말로 능청스럽다. 어쩌면 비호감처럼 여겨질 현을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오나라가 연기한 미애는 쿨하고 멋진 여성이다. 전남편에겐 가차 없이 까칠해도 아이 아빠로서 인정하는 면모와, 조금은 피곤한 현남친의 연애 스타일도 사랑으로 품어주는 다정함이 고루 드러난다. 다정하고 섬세한 순정남 순모로 분한 김희원은 그저 넘치게 사랑스럽다. 4차원 엉뚱녀 이유영의 독특 발랄함과 질풍노도 사춘기 성유빈의 폭주하는 감정 연기도 딱 그 나이대 소년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유진 역의 무진성은 최고의 발견이다. 해사한 얼굴엔 순수함과 당참이 있고, 따스한 눈빛엔 담담하게 담긴 애잔한 아픔도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특히 더 여운이 남는다.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에 있는 예술인 마을이자 1년 단 하루 4월 1일에만 존재하는 나라 우주피스 공화국의 풍광을 담아낸 아름답고 이국적인 엔딩도 볼거리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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