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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정서적인 마블 영화의 탄생, 그 낯섦에 대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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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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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내밀하다. 경이로운 우주적 세계관은 물론 무려 7천 년의 방대한 대서사를 아우르고 있음에도 각 인물의 고뇌와 갈등, 존재적 근원을 심오하고 심도 있게 담아낸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완성한 특별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태초의 수호자 '이터널스' 군단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작은 데비안츠의 부활이다. 이미 몇백 년 전 다 제거한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갑자기 도심에 나타나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이터널스를 노린다. 


앞서 7천년 전, 지적 생명체를 먹고 진화하는 위협적인 존재 데비안츠를 막으라는 우주의 신적 존재 아리셈의 명령에 따라 10인의 이터널스 군단이 꾸려졌다. 그들은 지구에서 데비안츠를 막으며 인류를 수호하고, 스스로 인류가 발전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지키며 도왔다. 메소포타미아부터 고대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까지 인류 문명의 발상지에서 이터널스 군단은 인류와 함께 했고 그들을 보호하는 충직한 수호자로 자리했다. 


수호자이자 인류에게 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터널스 군단. 그들은 인류가 비록 더딤에도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진화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때론 어리석은 분쟁과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침략하고 학살하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들은 비극의 인간사를 막을 힘이 있음에도 데비안츠 이외의 인류에 개입해선 절대 안 된단 아리셈의 지시 때문에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10인의 이터널스 군단은 때론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가족과도 같다. 하지만 데비안츠가 사라지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은 결국 각각의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 흩어졌다. 


끊임없이 무료하고 지난하게 흐르는 불멸의 세월을 견디며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고, 대스타로 깜짝 변신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사는 이도 있다. 고요한 곳에 조용히 틀어박혀 서로를 지키며 함께 살아온 이들도 있다. 신적인 존재들이 보편적인 방황을 하거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다시 출몰하고 더욱 막강해진 진화를 해 이터널스를 공격하기 시작하며 흩어진 이들이 다시 뭉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데비안츠의 출몰에는 사실 거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한날한시에 어느 작지만 아름다운 행성 지구로 와서 이곳의 만물을 지키며 뜻을 함께 했던 이터널스 군단. 하지만 애초 '이터널스'의 존재 가치는 지구를 지킨 '수호자'가 아닌 '파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주 창조와 순환이라는 거대한 미명 아래, 제 삶을 다해 아끼고 지켜온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상황. 이에 더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우주적 히어로들의 고뇌는 가엾고 안쓰럽다. 게다가 이 충격적인 진실을 두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터널스 군단 개개인의 각기 다른 가치관과 신념이 충돌하며 서로를 공격하는 등 끔찍한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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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가 담고 있는 정서는 그야말로 심오하고 심도깊다. 무려 7천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것은 물론 우주 만물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순환, 그리고 그 안에 놓인 '존재'들의 '의미'를 그려내다 보니 그 어떤 마블 시리즈보다 서사와 세계관이 방대하다. 유쾌하고 매력적인 히어로들이 적당히 가벼운 히어로적 고뇌를 하면서도 '짱 쎈' 빌런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단순 명료한 스토리의 기존의 마블 시리즈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너무도 정서적으로 접근한 마블 히어로에 대한 고찰이다. 그렇기에 기존 마블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클로이 자오 감독 특유의 색채가 가득한 '이터널스'는 분명 색다른 묘미가 있다. 전형적인 히어로적 고뇌를 넘어선 우주적 히어로들을 향한 묵직하고 깊이있는 성찰은 MCU페이즈 4로 나아가는 넓은 시야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이 속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과 존재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희망까지 담아낸다. 광활하고 우아한 영상미까지 빼놓을 수 없다. 예술적인 '마블' 페이즈의 탄생으로선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이 방대한 서사를 담으면서도 10인 히어로 군단의 다양한 개성을 군더더기 없이 잘 짚어낸 점도 노련하다. 이들은 분명 '신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무적이거나 완벽하지 않다. 청각 장애 히어로, 어른이 될 수 없는 히어로, 흑인 동성애자 히어로 등 소수자로 대변되는 히어로들의 모습은 새롭고 특별하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는 히어로 테나(안젤리나 졸리)의 서사는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 한결같이 그런 그의 곁을 지켜준 길가메시(마동석)의 의리와 애정은 그렇기에 더욱 각별하고 애틋하다. 온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보듬고 지키며 살아가는 진정한 '상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커플이다. 국내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흐뭇한 마동석의 존재감은 '마블리'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은근한 귀여움, 그리고 무적 파워까지 갖춘 초특급 히어로로써 유감없이 활약하지만, 테나와의 서사와 관계성으로 인해 더욱 각별해진다. 


'이터널스' 쿠키 영상은 2개다. 타노스와는 전혀 딴판인(?) 매력적인 동생 애로스의 유쾌한 등장, 그리고 또다른 슈퍼 히어로 블랙 나이트의 등장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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