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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마블스러운, 동양인 히어로의 탄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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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9-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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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샹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마블 최초의 동양인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서양인의 시각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왜곡되고 전도된 관점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럼에도 지극히 '마블'스럽다는 점에서 믿고 볼만한 영화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온 웬우지만 지구상에선 그가 정복할 곳이 더 없었다. 그가 더 큰 권력과 힘에 목말라하며, 신들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모여 사는 신비로운 공간 '탈로'를 찾아갔을 때, 그곳에서 유일하게 용의 기운으로 자신을 이긴 기묘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가족의 탄생을 이룬다. 여기까지가 샹치의 출생사다. 하지만 어느 날 비극적인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비애는 한때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정을 파괴하고, 샹치는 철저하게 암살자로 키워진다. 첫 임무가 주어진 날, 샹치는 어린 여동생에게 돌아오겠단 약속만 남긴 채 그대로 감옥처럼 변해버린 지옥 같던 집을 떠났다. 


그리고 현재, 절친 케이트와 발렛파킹 알바를 하며 가끔 손님의 고급차로 몰래 광폭의 질주를 하기도 하고, 밤새 음주가무를 즐기다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살며 '꿈도 목표도 의지도 없는' 탓에, 또 다른 친구에겐 다소 한심하게 여겨지는 샹치다. 


여기까지가 샹치의 탄생 배경에서 현 시점까지를 이르는 서사다. 아무래도 첫 등장한 캐릭터의 출생과 성장 배경까지 긴 서사를 설명해야 하는 만큼, 과거 신과 플래시백이 잦다. 가뜩이나 텐 링즈의 전설인 아버지 웬우의 스토리까지 풀리다 보니 본격적인 전개로 나아가기까지 꽤 길다. 하지만 지루해질 찰나에 때마침 펼쳐지는 샹치의 버스 액션, 이어지는 홍콩 초고층빌딩 파이트 클럽에서 펼쳐지는 마샬아츠 액션이 화려하고 통쾌한 타격감을 준다. 


십여 년간 연락이 없던 아버지 웬우가 샹치와 동생까지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건, 어머니의 고향 탈로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어머니를 향한 지나친 그리움으로 광기를 일으키는 아버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먼저 탈로를 향하는 샹치 무리들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숲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도달한 어머니의 고향 탈로는 신비롭고 진귀한 생명체로 가득하고 용의 비닐로 만든 활과 창은 최첨단 무기를 능가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 집대성된 공간 탈로는, 그 비주얼만으로도 마치 '아바타'의 그곳과도 같이 장엄하고 신묘하며 아름답다. 


또한 그곳에서 펼쳐지는 현대와 고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메인 액션이 볼거리다. 전설의 절대 악이자 괴생명체 크리처의 부활과 이에 맞서는 용에 올라탄 샹치의 사투는 마블에서 보는 신선한 오리엔탈리즘 액션 판타지의 절정이다. 


신비로운 어머니의 고향에서 샹치는 그동안 부정하고 외면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도 떨쳐낸다. 부자간 갈등과 봉합의 서사가 나름 훈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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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처럼 가족애를 바탕으로 전설의 텐 링즈를 이어받게 된 '뉴 히어로' 샹치의 탄생기를 담는다. 수세기를 군림한 텐 링즈의 절대적 조직력이 퍽 빈약해보인다거나, 스토리와 인물 설정의 의문스러운 인과관계나 당위성은 차치하고, 동양적 세계관마저 넘치게 '마블스러움'을 내세우며 마블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다. 그만큼 볼거리는 확실하다. 거부할 수 없는 자본의 맛이 유혹하는 화려하고 거대한 판타지 액션, 적재적소 치고 빠지는 시답잖은 유머, 적당한 주제의식까지 양념을 쳐놨으니 기본 맛은 한다. 


다만, 서구의 시각으로 본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상이 갈릴 듯하다. 다양성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나, 오래되고 고유한 동양권 문화에 대한 존엄보다 서양의 가치관을 토대로 해석한 동양의 신비인 탓에, 흑인 히어로 '블랙 팬서'에 전율을 느끼며 새 동양인 히어로의 탄생에 큰 기대를 했다면 자칫 허무할 수도 있겠다.   


샹치 역을 맡은 시무 리우는 적당히 합격점을 받는다. 절제되면서도 힘을 지닌 무술 액션과 아콰피나와의 '절친 케미'로 은은한 유머와 선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만 고통의 성장 배경을 지닌 히어로로서의 아픔과 깊이를 드러내고 각성하는 방식은 감정 연기가 조금 얕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아버지 웬우 역을 맡은 양조위의 연륜과 내공에 가려진 탓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양조위의 서사를 중심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오히려 더욱 세밀하고 정교할 만큼 그의 지배력이 상당한 영화다. 그는 권력욕에 휩싸인 절대적 빌런의 모습부터 매력적이고 감미로운 로맨스의 설렘, 연인을 잃은 처절한 고통으로 폭주하는 광기. 그리고 아버지의 부성애까지 다양한 감정의 변주를 생생하고 유려하게 묘사한다. 솔직하게 샹치의 탄생보다, 다신 없을 로맨스 빌런 웬우가 남긴 여운이 더 짙은 영화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쿠키 영상은 총 두개다. 마블 유니버스에 입성한 샹치 남매와 아콰피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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