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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솔직해서 좋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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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8-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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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라는 '귀신'은 안 나온다. 다만,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이 모여서 빚어지는 한바탕 촌극에 소소한 웃음기를 띠게 되는 영화 '귀신'(감독 정하용)이다. 


'귀신'의 시작은 어느 차 안을 비추는 앵글이다. 초자연 미스터리 현상을 다룬 신규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방송국 제작진들이 인터넷서 용하다는 무당들을 찾아가는 길인데, 가는 곳마다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다. 만수르, 노숙자, 이미 죽은 연쇄살인마의 사주로 번지수 잘못짚은 번지르르한 궤변만 늘어놓는 무당들에 지쳐가던 때. 눈빛부터 남다른 '기세'가 느껴지는 '귀신 쫓는 무당'을 찾아낸다. 


마감 기한에 쫓기던 때, 가뜩이나 이번 신규 프로가 입봉작이라 더욱 간절한 메인PD는 '귀신 쫓는 무당'과 함께 귀신이 출몰하기로 유명한 강원도 폐교회로 향한다. 이미 그곳에는 제작진이 섭외해 폐교회 1박 체험 중인 미스터리 체험단이 있다. 


그렇게 본격적인 '귀신' 파헤치기가 시작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범상찮은 앵글과 구성, 간결하면서도 코믹한 구성으로 영화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귀신'이다. 


초반 폐교회에 등장한 정체모를 형체와 붉은 피로 물든 의미 모를 메시지 등이 간헐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듯 하지만, 딱히 호러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니 공포 장르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진작부터 기대를 접는 게 옳다. 영화는 장르를 공포로 분류했지만, 대놓고 코미디의 연속이다. 저들이 먼저 지레 겁먹고 졸도하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미스터리 체험단부터 인터넷 풍문에 휘둘리는데다 '짜고 치기' 방송을 유도하는 제작진의 모습들은 소소하고 가벼운 풍자와 웃음을 유발한다. 


본격적으로 이 폐교회에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갖고 찾아온 의문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극은 활기를 띤다. 물론 독립영화인 만큼, 유려한 묘사나 형식적인 세련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 무리의 사람들이 다소 과장되거나, 익숙하고 전형적으로 그려진 경우도 상당하고, 불필요하게 지나치고 의미없는 행동들을 하는 시퀀스들이 종종 엿보이지만 다양하게 모여드는 낯설고 새로운 인물들의 향연은 독립영화만의 묘미다. 


사기로 번 돈을 은폐하기 위해 찾아온 인물, 어느 사모님의 사주를 받고 일을 수행하러 온 두 집단의 조폭 무리 등등. 뜻밖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한정된 공간에 속속 들이닥치고, 그 존재들의 충돌로 인해 '대환장' 절정을 맺기까지. 사소한 의심, 분노와 증오, 욕심 등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미망한 집념은 걷잡을 수 없는 잔혹극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를 밝고 명랑한 촌극으로 풀어내는 영화의 기조는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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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지일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같은 메시지적 측면은 딱히 새로울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애써 화려한 기교를 부리며 전위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보다, 비주류답게 투박스럽고 직설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도리어 솔직해서 매력적이다. 장르적 기대는 전무하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인 만큼, 단조롭고 따분하게 여겨질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속된 말로 '겉멋 부리지 않는' 그 자체로 호감 가는 영화다.


온통 낯섦 일색인 비주류 배우들의 면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귀신 쫓는 무당'은 본 적 없는 시크함과 유니크한 매력이 있고, 영화 말미 인터뷰를 진행하는 여기자의 뜬금없는 '미친 폭주'는 단연컨대 최강의 신스틸러다. 게중에서도 익숙한 배우 정이랑은 독특한 노랑 츄리닝 패션과 희번덕한 '눈알'만으로도 이른바 '이 구역의 또라이' 존재감을 톡톡히 각인시킨다. 


영화 속 주무대가 '폐교회'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영리하다. 장소적 설정 이전에 단어만으로도 신성함이 폐쇄된 공간이라는 부조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하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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