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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국제수사', 그럼에도 확실한 캐릭터 맛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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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9-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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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 퍽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엉성한 스토리와 산만한 전개는 한데 어울리지 못해 아쉽다. 다만, 캐릭터 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다. 


촌구석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용배(김상호)에 돈을 빌려줬다가 집까지 날릴 판이다. 심지어 생일인데 가족들은 아무도 몰라주고, 결혼기념일 10주년 해외여행을 보내달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난생처음 필리핀 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떠난 필리핀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찾던 용배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수감 중이고, 그 누명을 벗기고 은닉된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선 병수는 셋업 범죄에 휘말려 저까지 살인 누명을 쓴다.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짠내'나는 병수의 소동극이 시작된다. 


'속 모르는 충청도 사람'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충청도 사람 병수는 통 속을 알 수가 없다. 집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는데 해외여행을 떠나고, 돈을 빌려가 5년간 나타나질 않는 친구를 찾기 위한 다급함도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초반부터 극의 주무대인 필리핀으로 장소를 전환하기까지의 개연성이 퍽 어처구니없다. 필리핀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난데없는 야마시타 골드란 소재가 개입되며 일확천금 금 찾기 소동이 펼쳐지는 탓이다. 갖가지 잔 설정이 한데 섞이지 못하고 어수선한 흐름이 지속되다 보니 황당무계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볼거리는 있다. 


영화의 80%를 필리핀 로케이션으로 진행한 덕분에 아름다운 휴양지로서의 자연경관과 도시 풍경부터 낯설고 외진 현지 곳곳을 담아낸다. 특히 익숙한 여행지와 도심을 벗어난 필리핀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부터 박진감 넘치는 투계장, 필리핀 죄수들이 수감된 교도소부터 신비로운 코론섬의 모습 등은 리얼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 형사여"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어딘가 엉성하고 허술한 형사 병수 역의 곽도원은 맛깔난 충청도 사투리와 더불어 디테일한 생활 연기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인물로 구수한 매력을 풍긴다. 졸지에 병수의 수사 파트너가 된 현지 관광 가이드이자 고향 동생 만철 역의 김대명은, 필리핀에선 아무 효력도 없는 "나 형사여"를 외치며 여기저기 나서는 병수 때문에 위험에 처할까 틈날 때마다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만 어쩔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로 어설픈 수사 콤비를 이뤄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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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에 살인 누명을 씌우고 금을 차지하려는 필리핀 범죄 조직의 킬러 패트릭으로 분한 김희원은 악랄함과 코믹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매력적인 악역을 구축한다. 특히 화려한 옷차림으로 깔끔하게 살인을 저지른 뒤 연주자에 지시하며 음악을 즐기는 살벌하고 오싹한 모습과는 달리 닭털을 입에 물고 엉덩이 문신이 벗겨지는 등의 능욕(?)을 당하는 모습은 예측 못한 '갭'차이로 반전 매력을 더한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의외로 용배다. 극의 흐름 전반을 지배하고 모든 사건을 설계한 설계자로서 용배를 연기한 김상호의 영향력은 '하드 캐리' 그 자체다. 어린 시절부터 허황된 한탕의 꿈에 사로잡혀 인생을 걸만큼 비범한 인물인 데다 죽마고우 병수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만, 그를 향한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인물이다. 김상호는 독특한 그만의 아우라로 현지 교도소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떨친다. 


이처럼 개성 강한 연기파 배우들의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과 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케미'는 '국제수사'의 가장 매력적인 힘이다. 글로벌 셋업 범죄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바닷속 모험기와 우정이란 판타지를 현실로 그려낸 남자들의 로망이 집약된 '국제수사'다. 장르물의 전형과 기준을 따지기보다 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듯, 우정도 변치 않는 죽마고우의 필리핀 소동극쯤으로 보면 가볍고 유쾌하기 짝이 없다. 9월 29일 개봉.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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