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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타고난 수완가 양우석 감독이 묻는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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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7-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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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0년, 한 세기의 대부분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라는 아픈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난한 세월이 말이다. 남북의 갈등은 계속되고 핵전쟁 위기도 끊임없이 대두되지만, 정작 70년 동안 갈라진 나라에 고착화된 우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남북문제를 바라보게 된지 오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옛 시절은 까마득하고, 통일을 위해 분단이 지닌 복잡함을 이해해야 할 때 점차 외면하고 멀어진게 사실이다. 그렇게 안일해진 이들에게 양우석 감독은 끊임없이 말한다. 전쟁의 위력과 공포는 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강철비2: 정상회담'은 위험하고 고요한 한반도 정세를 잊지 말란 각성의 메시지요, 더 이상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우리가 주체가 돼 작은 평화의 틈새라도 찾아가자는 염원이 담긴 이야기다. 


앞서 양우석 감독의 첫 번째 '강철비' 시리즈에선 쿠데타가 벌어진 북한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 권력 1호를 구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조하며 핵전쟁 발발 위기에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이번 '강철비2: 정상회담' 역시 북미 평화협정을 위해 모인 남북미 정상회담 도중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한 내 쿠데타로 인한 전쟁 위기라는 출발점을 같이한다. 하지만 한반도를 이용하는 강대국들의 다양한 이권 싸움과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더욱 확장된 시야를 보인다.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견제, 강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국제정세를 그리며 세계 3차 대전 발발 위기까지 설파하는 극 초반은 정치 스릴러의 성향이 짙기에 다소 흐름에 편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애초 70년 전 한민족을 분단시켰던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와 음모가 명실히 드러나고, 우리 손으로 분단의 해체나 평화협정은 커녕 의지조차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무력한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나 영 개탄스럽고 불편한 구석도 있을테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더욱 리얼리티를 갖는다. 게다가 남북미 정상 캐릭터의 행동이나 언어 방식 등이 묘하게 현시점 정상과 닮은 구석이 있어 이를 지켜보는 것도 퍽 흥미롭다. 북한 쿠데타 세력이 남북미 정상을 잠수함으로 납치하며 본격적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시 블랙코미디와 더불어 긴박하고 치밀한 잠수함 액션까지 더해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극을 환기시킨다. 


이전까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이기주의적 입장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던 북미 정상은 담배와 변소 문제로 어린 아이들처럼 티격태격 싸우며 웃음을 유발한다. 앞서 이들 가운데 끼어 난감해하며 관망할 수밖에 없던 남한 정상은 비로소 위기 상황에서 의견과 전망을 피력하고 강조하며 리더쉽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영어 스피킹 실력이 부족해 북 정상에 멋쩍게 통역을 부탁하고, 이에 남조선의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며 혀를 차는 젊은 북 정상의 귀여운 허세는 슬핏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처럼 중국과 북 쿠데타 세력의 내통, 일본과 미국의 사전 결탁 등 복잡한 동북아 질서와 남북문제를 차치하고 생사 운명공동체가 돼 힘을 합쳐 위기를 파헤치는 세 사람의 인간적인 유대는 양우석 감독이 지난 작품들에서 늘 꾸준히 보여온 휴머니즘과 연대의 모습으로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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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 잠수함 내부에선 강경파로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과 갈등이 벌어지고 외부에선 강대국의 이해가 소용돌이치며 긴박감을 더해간다. 이는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투영하며 전쟁의 공포와 평화의 중요성이 다시금 각인되는 셈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독도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잠수함 전투신은 이미 장소적 상징만으로도 값지고 의미깊다. 특히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남 정상의 진정성과 강한 의지를, 자존심을 내려놓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북 정상의 말로 표현 못 할 뜨거운 교감 신은 울컥한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더욱 방대하면서도 첨예하고, 정밀한 시뮬레이션 판타지로 도리어 극적인 현실감을 부여한 '강철비2: 정상회담'이다. 양우석 감독은 거대한 스케일과 다채로운 장르로 무장한 상업영화의 기본에 충실하되, 그 중심엔 우리가 외면하고 지나쳤던 북핵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더욱 영리하게 일깨운다. 그렇기에 '강철비2: 정상회담'이 묻는 "그래서 통일하실겁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이 더는 고리타분하거나 거리감 있게 여겨지질 않는다. 결국 이 비극의 분단국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연대와 방법을 되새기게 하는 타고난 수완가이자 이야기꾼 양우석 감독이다. 7월 29일 개봉.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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