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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발칙하고 감각적인,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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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3-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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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 포스터

발칙하면서도 참신하고 감각적인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영화 '메기'. 엉뚱하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본질의 메시지는 꽤 심오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메기'(감독 이옥섭)는 마리아 사랑병원의 엑스레이실로부터 시작된다. 몹시 민망한, 19금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유출되며 병원이 발칵 뒤집혀진 그날, 도심 곳곳엔 싱크홀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오묘한 의심의 구덩이들이 생겨나며 믿음과 불신의 혼돈에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모순, 이를 지켜보는 물고기 메기까지.


이처럼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다. 등장인물(간호사, 그의 백수 남친, 부원장 등)들은 어떻게 보면 보편적이고 평범하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범상치 않다. 보편적인 인물들을 낯선 화법으로 이끌어낸 까닭이다.


우선 영화의 시작으로 들어가 보면, 성관계 행위가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유출된 이후 병원 사람들은 유출한 자가 아닌 사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만 관심을 기울인다. 다음날 병원 사람들은 부원장 경진(문소리)과 간호사 윤영(이주영)만 제외하고 모두가 결근한다. 이 한 편의 소동극은 현 사회의 모습과 판박이다. 한동안 연예계를 발칵 뒤집은 '카톡방' 사태만 봐도 그렇잖나. 불법 촬영 범죄가 벌어져도 왜 이런 사진이 유출됐는지가 아닌, 찍힌 주인공이 누군지를 궁금해하는 사회적 관음증에 대한 비틀린 조소가 담긴 이 19금 소동극. 마냥 웃어 넘기긴 어렵다.


해당 사건 이후 첫 번째 의심이 싹튼다. 모두가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일 거라 생각하고 무단결근했을 거란 경진과, 정말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거란 윤영의 대립. 믿음과 불신 사이의 혼돈이다. 


두 번째 의심은 병원에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의 존재로 시작된다. 칼에 찔린 듯한 상처가 있고 심상찮은 외양의 수상한 남자의 정체를 두고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세 번째 의심은 윤영이 현 남친 성원(구교환)의 구 여친을 만나 말을 전해들은 후부터 생긴다. 


네 번째 의심은 성원이 싱크홀 보수 작업을 하며 커플링을 잃어버린 뒤 발생한다. 


다섯 번째 의심은 병원 환자가 어항에서 힘차게 요동치는 메기를 보며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라 믿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할 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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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이처럼 의심이 계속 피어나고, 이로 인해 믿음이 깨지고 쌓이고 또 조합되는 것의 반복을 쉼없이 줄곧 되풀이한다. 이같은 반복에도 지루할 틈 없는 건 갖가지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한 컷 한 컷 개성 넘치는 감각적인 영상 덕분이다.


영화는 관객에게도 똑같이 거짓과 진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게 한다. 거짓 같은데 진실일 때도 있고, 진실 같은데 거짓이었던 순간의 반복. 이는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다. 그 질문을 온전히 받고 있으니 의도는 충분하고 명확하게 전달된 셈이다.


결국 사람은 의심과 불신을 통해 제가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된다. 이는 편견과 선입견이란 또다른 불신의 폐해를 낳는다. "어른의 삶은 오해를 견디는 일"이란 경진의 대사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그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된 사연을 겪고도 이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든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대사는 공감의 연속이다. 인간사가 그렇다. 모든 균열은 불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정답은 없다. 결국 믿고 안 믿고는 각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 속에 인용된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란 말이 새삼 현명한 충고인 것이다. 또한 믿음과 불신이란 과정을 거쳐 알게 된 진실은 스스로에게 단단한 밑거름이 될 테다.


'메기'는 결국 '믿음'에 대한 고찰이다. 보편적 소재이지만 자유롭고 기발한 화법으로 이를 풀어내니 이제껏 본 적 없는 재치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 첫 장편영화로 이토록 발랄하고 독보적인 역량을 드러내며 각인을 확실히 찍은 이옥섭 감독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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