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희 순정' 순정과 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리뷰]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콘텐츠의 범람으로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에게 필수 관람이 필요한 영화가 있다. '착한 영화'라고 해서, 마냥 무료하고 따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있다. 아름답고 찬란한 자연이 있고, 훈훈하고 따스한 이웃의 정이 있다. 그리고 지키고 싶은 순정도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농촌 낭만극 '싸나희 순정'(감독 정병각)은 지치고 메마른 이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특별하고 소중한 힐링 영화다.
각박하고 생기없고 고된 삶.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떠났다. 시인 유 씨(전석호)는 가방 하나 달랑 맨 채 목적지 없는 기차에 오른다. 그러다 문득 창가에 비친 흐드러지게 핀 도라지꽃이 고와서, 예뻐서, 홀린 듯 그곳에 내린다. 꽃밭에 누워 몽환적인 감상에 젖어들 때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 꽃밭을 망가뜨리느냐는 뽕밭 주인 농부 원보(박명훈)의 못마땅한 잔소리다. 그 잔소리마저 구수한 사투리와 섞여 듣기 좋다. 유 씨는 불쑥 묻는다…